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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Nov 15. 2020

팔아야 산다

내 돈을 주고 사고 싶은 당신의 가치

근래 나 자신을 이성적으로 돌아보는 노력을 하고 있다. 거의 매일 하고 있는 세 줄 기록과 함께 나의 모든 활동에 의문을 제기해본다. 나는 남들에게 어떤 종류의 사람일까하는 사회적인 질문부터, 나는 오늘 오전 시간에 어떤 가치를 이 세상에 내놓았냐 하는 실용적인 질문이 그것이다.

작년 국세청이 발간한 ‘2019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소득자로 연말 정산을 신고한 인구는 약 1,858만 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체 대한민국 인구에서 만 15세 이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에 있고 정년퇴직 나이인 65세 미만에 있는 인구수가 약 3,728만이니, 일할 수 있는 한국 남녀 인구의 절반은 어디엔가 고용되어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회사원들은 회사가 영업활동을 활발히 하여 이윤을 추구하도록 노동력을 제공하는 인적 자본이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 활동에 맡게 쓰임을 받는다. 시간이 갈수록 우수한 성능을 유지한다면 더 많은 쓰임을 받게 되는 구조다. 하지만 쓰임에 맞는 위치를 지키면서 전체 프로세스의 일부분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산업혁명 이후의 인적 자본에 대한 패러다임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꾸준한 매출이 받쳐주어야 하고 설비를 투자해 사세를 키워야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 노동력은 이러한 영업활동을 가능하게 할 자본 형태 중 하나일뿐이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MoMA.org

물론 멋진 철학을 가진 조직에서 가치를 쉐어하고 충성심을 보여 오랫동안 회사의 성장을 함께하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회사에서도 희로애락을 느끼고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성취감도 있다. 하지만 결국 질문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조직의 생산 활동이 오롯이 내 역량이었는지, 노동력 제공자 이상의 의미가 더 남아있는지.

모든 기계는 결국 낡는다. 기업은 가진 자산을 감가상각하여 내용연수에 다 다르면 가치를 0으로 만든다. 고정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근로자인 우리도 완전히 다르지 않다. 이런 생각을 가질수록 내 개인의 생산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생산적인 노동자로서가 아닌 나만의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자 입장에서 말이다.

팔아야 산다(Survive)

현재 내가 보유한 과거의 지식과 건강한 몸만으로는 지속적으로 삶을 지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용인의 목적에 맞게 노동력을 제공하다 보면 생산 주체로서의 본능을 자연스레 잃어버리게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 시장의 동향을 살피며 나의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온고지신하며 나만의 생산 프로세스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 생산물은 다양한 것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지식을 탑재하여 조직 내에서 나만큼 특정 역량을 회사에 제공할 수 없는 대체 불가 자원이 되는 것도 포함된다. 또 맞춤 서비스가 될 수 있고 수제품이 될 수 있다. 내 현재의 노동력을 대가로 나의 미래 생존을 담보하는 것은 위험하다. 계속해서 내가 무언가를 팔아 생존할 수 있도록 개인의 도구를 준비해야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동력 제공자의 나’에서 ‘생산자로서의 나’를 이해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창조 능력을 가졌다. 불편함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시장 상황에 반응하여 팔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내 안에 있는 원초적인 상품성을 찾아내는데 오랜 기간 집중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구분하고 이 것을 상품화하는 방법을 찾는다. 한 때 모험을 기꺼이 감수하던 나의 낭만은 단순히 치기어린 나의 어린 시절이 아니다. 그것은 남은 인생을 살면서 필요한 인간 날 것(raw)의 본능일 수 있다.

팔아야 산다(Buy)

나는 당신이 만든 라탄 주방 소품을 좋아한다. 내가 당신의 수제 코스터(coaster)를 사고 싶어도 당신이 안 팔면 난 당신에게 돈을 줄 수 없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상품화 능력이 있음에도 그것을 못 찾거나 한 단계 발전시키려는 욕구가 없는 친구가 있다. 지인이기 때문에 그녀가 만든 것을 가질 수 있지만, 소비자로서도 충분히 상품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나 같은 더 많은 소비자를 찾으려는 시도가 없어 아쉬울 뿐이다. 나만 안다고 나만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 좋은 건 세상과 나눠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용기도 필요하고 희생도 필요하다.

시장의 수요는 어렴풋하게는 알 수 있어도 직접 판매자가 되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기업 경영자들이 Start small! 을 외치고 Getting done is better than perfect을 말하는 이유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기 위해서는 MVP(Minimum Viable Product)라 불리는 최소 기능 제품들을 만들어보고 주변 검증을 받는 것으로 시작하자. 그리고 traction을 얻기 위해 꾸준하게 같은 활동을 반복하자. 해보면 알 수 없고 팔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나한테 좋은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것일 확률이 높다.

가심비 이해하기

내가 요새 가심비에 대해 체감하게 된 계기는 3.60 프로젝트를 운영하고부터다.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가 틈새 시장(niche) 소비자의 마음을 열 열쇠다. 사실 가성비는 제조, 혹은 판매 유통에서 우위를 점한 특정 업체가 아니면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어려운 가치일 수 있다.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기술 개발과 원재료 절감은 굴지의 기업들도 노력하는 역량이다. 그래서 우리 작은 생산자들은 가심비를 꼭 이해해야 한다. 가심비는 ‘맞춤’이라는 키워드가 될 수 있고, ‘휴먼 터치’가 될 수도 있고, 또는 ‘이웃집 느낌’ 이 될 수 있고 정말 다양하다. 나만의 키워드를 찾아야 집중할 수 있다. 가격 대비 내 가슴을 울릴 가치를 만들고 그것을 팔아보자.

팔리면 그만, 안 팔리면 그만(stop)

처음 해보는 오락실 게임에 500원을 넣고 끝 판 왕까지 깰 확률은 매우 작다. 충분히 해볼 만한 재밌는 게임이라면 500원, 500원, 500원, 500원, 이렇게 계속 시도해볼 수 있다. 그래도 분명한 한계가 있거나 흥미를 잃으면 다른 게임을 하면 된다. 우리도 A를 팔아보고 잘 안 팔리거나 B가 더 잘 팔릴 것 같으면 B를 팔자. 팔리면 당신의 가치에 시장이 반응하는 것이고 안 팔리면 아닌 것이다. 여러 시도를 작게 가져가다 보면 시장 경험이 복리처럼 쌓이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비용은 줄어드는 비용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키가이(Ikigai)와 공개 선언 효과(Public Commitment Effect)

이 벤다이어그램 모양은 우리 인생을 살아갈 때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모델이다. 일본어 Ikigai를 직역하면 ‘Reason of Being’, 혹은 ‘내가 사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원을하나씩 채우다 보면 내 인생 장기적으로 버릴 것과 남길 것을 정할 수 있다. 내가 잘하는 것, 돈 받고 할 수 있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내가 사랑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면 나를 조금 더 이해해볼 수 있다. 여기서 정리한 여러분만의 가치를 상품에 투영해 판매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을 공공연하게 주변 지인들부터 알리기 시작하자. 스스로는 끈기와 용기를, 주변으로부터 사랑 어린 응원을 받을 것이다.

이키가이, 삶의 이유


계속해서 팔아야 산다는 얘기를 했다. 팔아서 부자 되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돈은 꼭 벌어야 하지만, 활발히 생산 활동을 함으로써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경험은 우리 삶에 애착을 갖게 하고  주변 소중한 것들을 알게 해 준다. 나부터 내가 가진 능력을 이용해 좋은 가치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팔고 싶다. 오늘 글의 마무리는 미국 포크송의 거장 James Taylor의 곡 ‘Shower The People’의 첫 가사로 한다.

“You can play the game and you can act out the part, though you know it wasn’t for you.”


essay by junwoo lee
photo by Renate Van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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