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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Dec 27. 2020

그래서 매출은요?

성장 모형 플라이휠 모델

워싱턴 포스트는 전 세계 구독자들에게 이번 2020년을 한 단어로 축약해달라고 요청했다. 답변으로 돌아온 단어들은 ‘chaotic’, ‘surreal’, ‘exhausting’, ‘lost’처럼 혼란과 상실의 단어들이 주를 이뤘다. 그중 9살의 한 구독자는 올 한 해를 이렇게 요약했다. ‘분명 좌우를 살피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잠수함에 치이는 느낌’(Like looking both ways before crossing the street and then getting hit by a submarine). 이보다 절묘한 문장이 있을까 싶다!


이번 한 해는 개인에게, 또 직원 수를 불문한 모든 조직에게 평범함 그 이상을 요구했던 시간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모래 폭풍과 화염, 눈보라가 동시에 치는 비포장 도로에서 어떻게 성공적으로 기어를 바꿔 헤쳐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스타트업뿐 아니라 공룡 기업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된다.


지난 8월에 나는 조직의 성장 모델의 대표 격인 Funnel 모형(AAARR모델)을 설명하며 공유 오피스 성장에 적용해 이야기했다. 강력한 모형임에 분명하지만 여느 부품, 도구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낡을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플라이휠(Flywheel) 모델을 소개한다. 퍼널 모형과 플라이휠의 모형은 지향하는 바가 다른 모델이다. 짐 콜린스가 처음 제시한 콘셉트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전략 모형으로 잘 구성한 CRM 플랫폼인 HubSpot의 홈페이지에서 아래의 내용을 많이 참고하였다.

AARRR 모델. 출처: growthrocks.com


깔때기 모양의 퍼널 모델은 입구가 넓은 최상단에서 가능한 한 많은 초기 고객을 확보한 후 구매자 여정의 단계별로 높은 전환율을 이루어내 높은 고객 생애가치(CLV) 얻는 가이드라인이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빠르고 효율적인 전략을 세우는 데에 북극성이 된 이 모델은 sell! sell! sell! 전략에서 성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모형이 갖는 한계는 더 많은 유료 고객을 남기기 위한 각 단계별 지표(전환율) 자체에 집중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즉 최하단 Revenue(수익화) 단계에 있는 고객에 대한 출구 전략 제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위에서 콸콸 부어야 bottom line에 남는 게 많은 형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플라이휠 모델은 그에 비해 조금 더 회전적(spinning)이며 탄력적(momentum)이다. 퍼널 모델에서 보여준 아래로 향하는 힘(고객 유치 -> 수익화)을 회전 동력으로 삼아 장기적인 성장을 꾀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 성장 모델은 CRM 성격이 강하며, 고객 유치-가치 제안-고객 만족의 기능을 조직의 성장 동력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전제다. 위의 세 가지 조직의 기능이 한 플라이휠을 구성하는 전략 요소이다. 잠재 고객을 유인하는 마케팅, 잠재 고객을 신규 고객으로 전환하는 세일즈, 그리고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유지시키는 운영 파트 모두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이 요소들에 투자하고 집중함으로써 더 빠르게 성장 바퀴를 굴리는 것이다.


플라이휠 모형. 출처: HubSpot


Attract: 나의 서비스에 맞는 고객 유인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하여 시장과 제품의 핏이 맞는 고객을 찾는 일들이 포함된다. 마케팅팀이 가장 주요한 역할을 갖게 되는데, 목표 고객 세그먼트를 겨냥한 브랜드 콘텐츠 제작, 소셜 플랫폼 운영, 이벤트, 유료 광고 등을 포함한다. 공유 오피스의 경우 첫 경험자를 위한 입주 적응 가이드를 만들거나 멤버십 혜택을 요목조목 설명하는 홍보 영상이 될 수 있다. 세일즈팀도 개인 소셜 플랫폼을 활용해 입주 혜택 및 할인 정책을 알릴 수 있다. 현장 관리팀은 고객들이 지인들을 추천할 수 있는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Attract 부분에서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이 어떻게 우리를 통해 본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최대한 많은 데이터로 보유해야 한다. 이 데이터는 기업이 더 오가닉(organic)한 방법으로 올바른 타깃에 접근할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Engage: 가치 제안


과대 포장된 가치는 고객을 실망시키고 초기 기대 수준을 망가뜨려 문제를 만든다. 우리가 제공할 가치에 맞는 고객을 찾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야 실용적인 수준의 기능을 넘어 고객이 누릴 부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적인 가치를 목표로 해야 한다.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을 오래 이용해주는 게 조직의 성장에 더욱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Engage 파트에서는 궁극적인 가치에 대해 제안하는 단계이다. 우리에 대해 궁금함을 가진 사람은 우리 서비스의 팬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고객이 기대하는 것은 그가 가진 문제를 우리가 모두 해결해주는 게 아니다. 다른 곳에서 해결하지 못 해 방치되었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고객의 마음을 여는 열쇠일 수 있다.


Delight: 고객 만족


우리의 서비스 환경 안에 있는 고객들이 만족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이 노력은 우리의 고객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여기서 응원이라 함은 cheering의 의미가 아니라 기능 사용을 장려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노력이다. 티켓팅 시스템, 서비스 사용 가이드, 고객 피드백 관리 등이 응원하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 중 일부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를 찾았을 때 죄송하지만 도울 방법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고객을 응원하는 방법이 아니다. 늘 그랬듯이 계속해서 부서별 협업을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플라이휠


위와 같이 생긴 것이 플라이휠이다. 자동차와 같은 구동계를 구성하는 부품인데, 동력원으로부터 전달받은 불규칙한 힘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 엔진룸에서 연료를 태워 얻은 힘이 이 플라이휠의 관성으로 인해 균등하게 바퀴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지 않을 때도 차가 부드럽게 나아갈 수 있다. 즉 플라이휠의 관성을 통해 악셀을 밟지 않아도 일정한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플라이휠은 관성의 역학을 이용하는 부품이기 때문에 (질량이) 클수록 좋다(현실에서는 플라이휠이 너무 무거우면 차 무게도 무거워져 적당한 크기가 필요하다). 여기서 속도를 높이고 마찰력을 줄일 수 있다면 사업 성장에 지속적인 모멘텀을 얻게 된다는 것이 이 플라이휠 모델의 지향점이다.


플라이휠 모델을 통해 조직이 높은 성장 모멘텀을 얻기 위해 필요한 조건


1. 회전의 속도

2. 플라이휠의 크기

3. 적은 마찰력


위에 설명한 세 가지 파트(Attract, Engage, Delight) 중 조직의 매출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강점에 집중한다. 회사별로 다양한 강점이 있을 것인데 웨비나를 제작해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것일 수 있고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매력적인 온라인 브랜딩과 간편한 결제 방법이 될 수도 있고 유저 커뮤니티 관리와 무료 체험판 제공 기능도 포함될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힘을 써도 바퀴에 불필요한 마찰이 잔뜩 껴있다면 무용지물이다. 지속되는 마찰은 곧 고객 이탈, 만족도 하락, 브랜드 가치 하락을 야기한다. 그래서 조직이 유기적으로 전략을 수행하는 일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 제품 가격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제품별 메리트가 제대로 부각되어 있는가? 내부적으로 부정확한 정보가 도는 것도 좋지 않지만 부서별 소통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다. 혹은 고객이 돈을 지불한 이후에 적절한 팀에서 팔로업을 하지 않거나 부서 간 업무 분리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매출은요?


상황이 급변하면 우선시되었던 것들도 달라지고 조직의 계획에도 수정이 필요하게 된다. 초기에 설정한 목표 고객 유형도 달라지고 동시에 고객이 기업에게 바라는 것도 달라진다. 우리는 올해만큼 총체적이고 존재적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분명 한 겹의 안개가 걷히고 나면 현실을 조금 더 뚜렷하게 볼 수 있겠지만 고객 행동에 있어 언택트 사업은 표면으로 떠오른 현상 중 하나일 수 있다. 사실 크게 변한 것은 기업이 고객에게 접근하고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CarMax는 미국의 가장 큰 중고차 판매 회사다. 중고차 시장은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호황을 맞는다. 게다가 COVID19로 인해 자가용 수요가 늘자 고민에 빠졌다. 전통적인 방식인 대면 영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CarMax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Contactless Curbside Pickup’ 서비스를 론칭했다. 중고차를 사기 전 최소 한두 번은 몰아봐야 하는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집 앞 도로에 차를 배송해주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수일 내에 픽업해가는 서비스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조직임에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고객에게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높은 중고차 수요에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었고, 작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8.2% 증가하였다. CarMax와 같은 사례는 여러 산업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기업의 한시적 비상 운영(컨틴전시 플랜)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 지향점에 작지 않은 변화를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 한 해가 향후 몇 년동안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촉진하였듯, 플라이휠 모델을 통해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의 향후 행보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프레임워크가 될 것이다.



essay by junwoo

photo by Katya Aus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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