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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Jun 13. 2020

불안하고 흔들릴 때

6월의 짧은 글

가까웠던 사람이 멀어졌다.


동료들이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고 있다.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각자의 기적을 위해 살아간다. 타의이던 자의이던 그들은 자신을 위한 담대한 결정을 내렸다. 나는 그들이 남겨두고 간 결정의 맞은편에서 생존이 아닌 연명을 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내게 어려운 결정을 내리라 말하지 않는다. 사실 어떤 선택에도 강요는 없다. 그래서 나를 위한 완벽한 순간은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정체절명의 상황은 사람을 흔들어 놓는다. 무거운 추의 중심이 움직이며 불안감을 조성한다. 하루하루 자신이 창조할 세상에 부푼 기대를 갖고 있던 사람도 위기 앞에서 흔들리고 위축될 수 있다. 흔들리는 것이 무엇이든, 잔잔했던 수면은 크게 한 번, 두 번, 첨벙한다. 마음에 파도가 일면 그동안 우리가 바라보던 세상의 지평선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위아래로 진동하면서 우리는 주변에서의 내 위치를 자각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찾아온 상황이라면 그 파도는 더욱 높고 거세다. 첫 번째로 내가 불안한 이유는 내가 가지고 있던 보물 지도가 결국 나를 틀린 바다로 인도하고 있다고 느낄 때이다. 지금의 내 영향력이 나를 긍정적인 미래로 데려가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의 위기는 과거에 있던 여러 징조와 신호의 값이다. 그날의 징조는 오늘의 위기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만 내 일상의 안정을 자의로 깨기 귀찮았을 뿐이다. 벽의 미세한 틈 하나가 수백만 톤의 물을 막고 있는 댐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 날의 신호는 아마 아주 작은 소리였을 것이다. 섬세하지 못한 탓에 지금 내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나버린 이 우울함에 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오늘의 불행에 일기예보는 없다.


폐기와 집중


사람의 뇌에선 하루에도 수천 가지의 생각이 생겼다, 사라진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이 진짜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나는 믿어야 할까? 흔들림에 더 무심해지는 것이 내가 선택한, 내 마음에 드는 방법이다. 스스로 선별한 감정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잡념에 귀 기울여서는 안 된다. 무엇에 집중하는지에 따라 내 육체는 내 정신을 담을 사원이 되거나 가두는 감옥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불안한 이유, 내 감정에 너무 많은 잡념이 섞여 있다.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으면 길눈을 잃는다. 너무 많은 선택지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내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 중 많은 것들이 폐기 대상이다. 발사체는 추진력이 강하고 회전 수가 많을수록 직선으로 빠르게 뻗어가는데, 동시에 추진력만큼 센 저항도 버텨야 한다. 무심할 정도로 회전을 계속하는 것만큼 안정적인 것이 또 있을까.




essay by Jun Woo Lee

photo by Alex Per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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