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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Oct 31. 2021

감칠맛나게 설명하는 법

한 차원 높은 상품 설명을 도와줄 마지막 재료

저번 주 금요일, 고객사와의 첫 대면 미팅 자리에서 팀장님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저희가 스파크플러스의 상품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알려주세요.”


찰나였지만 여러 생각이 스쳤다. 한창 이력서를 넣던 취준생 시절이 기억났다. 지원 동기와 함께 내가 그 회사에 적합한 인재라 생각하는 이유를 지겹도록 써야 했던 그때를 말이다. 나도 나를 잘 몰랐으니, 내 능력을 적당히 과장해 포장하는 게 좋은 설명이라 생각했다. 또 위워크에 재직할 당시 한 외국계 고객사 대표님을 지점으로 모시고 투어를 해드린 것이 생각났다. 내가 소개하는 상품을 빠삭하게 알고 있었고, 이 분이 어떻게 위워크를 알게 되셨는지, 현재 사옥은 어디에 있고 무슨 사업들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영향력이든 나이 든 경험면에서든 까마득히 부족한 나였지만, 그때만큼은 대표님은 내 손바닥 안에 있었다.


다시 현실로 의식을 돌려, 위와 같은 질문을 하신 의중을 생각해보았다. 방금 10분여 동안 상품에 대한 자세히 설명을 해드렸음에도 말이다. 더 좋은 추가 제안을 받고 싶어서일까? 상부 보고 자료에 결정적인 정보가 필요해서일까? 혹은, 돌발적이지만 지극히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을 보고 나라는 사람을 판단하고 싶어서일까? 알 수 없었다. 다만 악의는 없어 보인다. 그럼 나의 대답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장황해야 할까? 혹은 최대한 짧은 게 좋은 것일까?


아래는 내가 봐온 좋은 상품 설명들의 특징이다. 정확히는 좋은 상품 설명을 만드는 요소들이다.


1. “설명이 필요 없는!”, “수식이 필요 없는!” 과 같은 미사여구의 함정


주로 맛집 소개에서 보이는 글귀다. ‘설명이 필요 없는 맛!’, 또는 ‘수식이 필요 없는 맛!’, ‘한 번 잡사봐!’. 이런 문장은 철저히 화자의 입장에서 시작한다. 이를 고객은 강압적으로 느낄 수도, 혹은 게으르다고 느낄 수 있다. 설명에는 그 회사가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음식이 맛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왜 이 식당은 그 메뉴에 자신 있는 것인지, 또는 그 식당이나 메뉴에 얽힌 역사(해프닝)를 설명한다면 그 음식과 내가 더 농밀해지겠다는 생각이다.


이용자를 잘 모르면서 만들어진 것들은 설명에 불필요한 수식 어구가 덕지덕지 붙는다. 또는 상품을 만든 사람이 자만하거나 주인의식이 덜하면 설명이 게을러진다. 상품은 스스로 주목받기 어렵기 때문에, 만든 이의 진실하고 담백한 설명이 곁들여져야 상품이 주목받을 수 있다.


2. 좋은 비교 대상


세상만사를 보면 항상 1위가 이기는 건 아닌 것 같다. 2위의 대명사 홍진호가 친근한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최고가 되고 싶다는 동경심보다 2등이 주는 인간적인 느낌에 더 끌리는 게 대중 심리인 것 같다.


미국 렌터가 시장에서는 1940년대부터 허츠(Hertz)와 애비스(Avis)가 오랜 시간 경쟁해왔다. 허츠는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오랜 마켓 리더였고 애비스는 만년 2위였다. 1962년 애비스의 광고 마케팅을 담당한 DDB에이전시는 업계 2위라는 사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저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1위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방법 대신 자사의 높은 고객 서비스를 어필했다. 이 캐치프레이즈로 애비스는 30억 적자에서 처음으로 12억 흑자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비교 마케팅의 좋은 사례로 쓰인다. 사람들은 최고로 좋은 것을 선호하지만, 마지막 의사 결정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들은 인간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2위, 3위, 4위 브랜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노력이라는 단어는 인간적이며 동시에 자신감을 내비친다.


3. 문제에 감정 이입


많은 서비스 제공자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이용 고객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이다. 고객들은 똑똑하기 때문에 겪고 있는 문제뿐만 아니라 해결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단지 세상에 있는 여러 해결책 중 무엇이 자기 상황에 가장 합리적인지를 고민할 뿐이다. 따라서 미팅에 적극적으로 나온 고객들은 이미 솔루션을 알고 있다.


그럼 이런 고객에게 어떤 방식의 설명이 효과적일까? 업계의 독보적 1위가 아닌 이상 ‘know-it-all’ 접근법은 위험하다. 그래서 고객이 느끼는 문제점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 상책이다. 고객이 그 문제로 느끼는 불편한 상황에 구체적으로 공감함으로써 동질감을 만드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이미 메일로 소개 자료를 보내드렸음에도 굳이 먼 걸음을 하면서까지 나를 만나 추가 설명을 들으셔야 할까?를 고민했다. 고객 조사와 함께 이를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면 감정을 이입할 페인 포인트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 후에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설명에서 느껴져야 한다.


4. 공공의 적 만들기


또 다른 방법은 고객의 문제점을 공공의 적으로 설정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공통으로 설정한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자는 제안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점을 어필하면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마켓컬리도 신선 식품을 아침에 받을 수 없던 유통 구조의 현실을 공공의 적으로 삼았고, 그것을 새벽 배송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그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말하는 브랜드와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자고 말하는 브랜드 중 어느 회사에 더 마음이 갈까?




essay by 이준우

photo by Calum 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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