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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Dec 04. 2021

방 정리의 재해석

상황을 바꿔 나를 변화시키는 방법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물건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선물 받은 것들, 언제 산지 모르는 것들, 포장지, 쓰레기, 등등. 오늘 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내게 귀중하지 않은 것들을 모두 처분했다. 많은 의미를 둔 이쁜 쓰레기들부터 이걸 왜 가지고 있었지 하는 것들을 내 방에서 비우고 나면 정작 중요한 것들이 새삼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버질 아블로


이번 주는 버질 아블로의 오랜 암 투병으로 인한 사망 소식이 있었다. 버질의 부모님은 가나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이민 1세대였다. 부모님 빽도 없던 이민자가 유럽 럭셔리 패션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것은 아메리칸드림보다 더 높은 것을 의미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가 세상에 끼친 선한 영향력에 대해 언급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수많은 협업 프로젝트와 높은 직책에 무색할 정도로 버질은 여러 채널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남기고 떠났다. 그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계속해서 레퍼런스될 것이다. 그중 작년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이야기를 소개한다.


2020년 11월 5일, 버질은 미국의 고등학교 혁신 비영리 기관인 XQ와 줌 인터뷰를 진행했다. 교육, 예술, 문화, 그리고 디자인을 주제로 한 이 대화에서, 어떻게 전통 교육 체계가 변해야 하는지 디자이너로서 그의 관점을 엿볼 수 있었다.


“교실에 있는 학생을 이 양초가 들은 이 틴케이스라 비유해볼게요. 이 양초를 하얀 갤러리 안에 두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이겠죠. 이걸 차고에 두면 쓰레기로 보일 거예요. 저는 이 논리를 디자인 작업에 접목시키곤 합니다. 양초가 들어간 틴케이스를 디자인하고 이걸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쓰거나, 아니면 양초는 그대로 두고 양초가 전시될 공간을 디자인하는 거죠. 이처럼, 교육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 일으키려면 학생들이 있는 교실을 바꾸는 겁니다. 교실이 주는 분위기와 교실을 운영하는 방식, 그리고 교육 밖의 현실 세계 중 무엇을 반영하는지 말이에요.”

“if the student is a candle, if I put this candle in an all-white gallery space, it looks like a piece of art. If I put it in a garage it will look like a piece of trash. Someone would throw it away… I often use this analogy in design. I can either design the candle and spend a lot of time telling you about the candle, or I can just design the room that it sits in…It’s not just the student but also the classroom and the ambience of where the classroom sits, and how it operates and what it reflects the outside world.”

인생은 끝없는 배움의 연속이기 때문에 종종 학교로 비유된다. 우리는 삶이 주는 경험과 교훈을 끊임없이 배우는 만년 학생이다(student of life). 나 또한 인생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나의 지금 상황을 관망하였다. 나는 오늘날까지 나라는 양초를 디자인하고, 수정해오며 외부에 나를 부지런히 설명하며 살아왔다. 최근에 들어서야 내가 처한 상황을 다시 디자인하는 방법으로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환경을 재구성하는 작업의 시작은 어디일까. 내가 처한 삶의 단면을 3차원의 방으로 구성해보는 것이다. 내 방에 있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물음으로 방 정리를 시작해본다.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작은 호기심들이 보이고 너무 오래되어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들도 있다.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의 원인을 알 수 있고, 또 다음 6개월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방 설계도가 그려진다.


즉 이것은 내 관심사의 이동이자 재배치다. 내 시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책을 읽자”라고 벽에 써 놓는 것보다 방문을 열자마자 책이 보이도록 놓는 것이다. “더 큰 세상을 꿈꾸자”라고 일기에 쓰는 것보다 세계 지도를 가장 잘 보이는 벽에 걸어 놓는 것을 말한다. 더 좋은 방법은 내가 원하는 만큼 방을 넓히는 것이다! 우리는 공간(상황)과 무의식적으로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방을 넓히고 디자인함으로써 나 또한 달라진 방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새로 구성된 내 방(상황)과 직접 소통하며 삶의 변화를 이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Virgil was here"

9.30.1980 ~ 11.28.2011



essay by 이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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