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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Feb 20. 2022

그 사람, 센스 있더라

좋은 센스는 흡수하라

매력,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다. 사전적 의미가 말하듯, 매력은 상대방을 나에게 끌어들이는 인력이다. 오랜 시간 동안 어떤 사람을 알고 지내다 보면 끌림이 생기는데, 그 사람의 매력이 작용한 것이다. 매력은 무형하며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발한다. 매력은 그 사람의 고유한 아우라(aura)이자 곧 브랜드이다.


그럼 센스(sense)는 뭘까? 사전에서는 센스를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감각이나 판단력이라 설명한다. 센스는 상황을 감각하고 판단하고 대응하는 일련의 재빠른 능력이다.


나는 최종 학력과 직장 네임벨류만큼이나 센스 있음을 중요한 경쟁력으로 여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장원 급제한 사람이 자기 논리력만 가지고 천냥 빚 탕감을 요청하는 것과, 자랑할 것은 딱히 없어도 채권자의 닫힌 마음을 스르륵 열 줄 아는 대화 센스를 가진 사람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센스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이 탁해지지 않는다. 만약 우리에게 센스라는 게 없었다면 계급별, 계층별 이동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상은 예측이 가능하여 드라마와 같은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언더독(underdog)은 기본적으로 센스가 있는 사람들이다. 투자자들을 매료시키는 카리스마가 있거나, 초기 팀원들을 영입할 때 솔직한 인간미로 비전을 설파하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끌릴 때 그 중력+구심력이 매력이다.


센스는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 그리고 흡수하는 것


‘그 사람 센스 있다’는 말은 그 성별과 나이대의 다수에게 기대하는 평균 수준 이상이라는 말이다.


내가 대전에서 이벤트 사업을 할 때 인연을 맺은 동생 J가 있다. 나보다 2살 어린 그는 어릴 때부터 거리의 삶(street life)에 익숙한 친구였는데, 성인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독립하여 생존 전선에서 싸워왔다. 이 친구의 특이한 점은, 스무 살 초반부터 이미 서른 중반은 돼야 가질법한 능글맞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능글맞음이란 물 같이 유려한 처세 능력이었고, 그것은 좋은 센스였다. 긴장감이 팽팽한 상황일수록 그의 능글맞음이 빛을 발했다. 그의 센스는 어려운 상황도 극복하면서도 모든 당사자들이 J 본인에게 호감을 갖게 했다. 나는 그의 유머러스한 능글맞음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그와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것들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흡수하기 시작했다.


위워크가 내게 커리어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는 훌륭한 동료들과 일하면서 그들의 훌륭한 센스들을 흡수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중 한 동료는 나이에 비해 침착한 대인관계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고객의 까다로운 문제에 대응할 때마다 그의 센스가 발휘되었다. 마치 오른 주먹에는 전문성(professional) 글러브를, 왼손에는 친근함(vulnerable)의 글러브를 끼고 그 상황을 난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대인-대처 능력도 J의 능청맞음처럼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센스였다. 나는 그것을 갖고 싶었고,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조용히 쉐도잉(shadowing)했다. 매력이야말로 후천적인 능력이기 때문에 센스도 배울 수 있다.

*쉐도우잉(shadowing): 마치 그림자처럼 뒤에 서 있다는 표현처럼, 누군가에게 무엇을 배우기 위해 함께 하는 것


힘을 쭉 뺀 솔루션


센스는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 혹은 임기응변 역량을 말하기도 한다. 사람의 센스가 돋보이는 상황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 앞에 서 있을 때일 것이다. ‘오, 센스 있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해결책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는 몸에 힘을 뺀 듯 툭 하고 나오는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힘 쓸게 없을 정도로 쉽게 이해되는 그런 해결책이다(a solution that seems effortless).


어제 나와 여자친구는 밤늦게 숙소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있었다. 숙소 주차장은 가로등이 없어 깜깜했다. 운전대를 잡은 여자친구는 실수로 땅에 설치된 무언가를 쿠쿵하고 밟고 지나갔다. 차에서 내리고 보니, 주자창 구역을 표시하려고 바닥에 둔 긴 나무 기둥을 우리가 밟고 지나가 앞바퀴 뒤에 걸린 것이었다.


<그림 1> 노란색은 나무


흠. 몇 초 후 나는 공터에서 내 머리통만한 돌을 발견하였고, 그것을 이용해 아래와 같이 상황을 해결하자고 말했다.


<그림 2> 돌을 고임목 삼아 다시 나무 뒤로 넘어가자


여자친구는 그냥 이 나무 기둥을 옆에서 당겨서 차 밖으로 꺼내자고 했다.


<그림 3> 옆으로 잡아서 빼기(너무 간단한)


나는 주변 물건을 이용해 나무를 다시 뒤로 넘어버리자는 생각을 했고, 여자친구는 단순히 그걸 옆으로 빼버리자는 생각을 했다. 실천 가능한 해결책치고 내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가장 힘이 덜 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게 바로 좋은 센스다. 이러한 센스는 내 애인을 도울 수 있고, 내 팀을 도울 수 있고, 내 회사를 도울 수도 있다.


끝으로, 결국 문제를 만든 사람이 가장 잘 해결할 것이다. 문제의 당사자가 목격자보다 더 센스 있는 해결책을 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내가 엎지른 물은 내가 가장 잘 닦을 수 있다. 또한, 제3자가 논리적으로 제안한 해결책은 당사자가 더 센스 있게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 마치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자고 제안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믿어주고 기다려주자. 해결 과정을 지원해주고 응원해주면 그 상황에서 가장 쉽고 비용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것이다.



essay by 준우

photo by Ridham Pari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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