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105]
비가 오기 전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두운 날이었다. 오랜만에 고객사에서 소규모 워크숍을 진행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방향이 같아 내 차에 함께 탄 고객사 담당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남대교를 타고 넘어올 때쯤이었나, 코로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코치님은 왜 이렇게 평온하세요?”
사실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강의와 코칭은 작년 대비 엄청난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현금을 비축하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라 생각하는 교육 예산은 가장 먼저 삭감하는 항목 중 하나다.
대기업들은 연수원을 자가격리를 위한 생활치료 센터로 내놓은 곳이 많아 여기에 입소한 대상자가 모두 퇴소할 때까지는 교육을 운용할 수 없다. 교육업계 쪽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 나가기 시작하는 때를 업계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기준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 학생들이 언제 학교로 나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시장이 언제쯤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
평소에 영업과 기획을 담당하는 친구라 이런 현실 상황이 피부에 와닿았던 모양이다. 앞으로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회사 걱정도 되고, 자신의 미래도 걱정이 되어 한 질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위기 상황에 왜 평온할 수 있을까? 왜 그렇게 보였을까?
먼저 든 생각은 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견뎌와서 이지 않을까였다.
벌써 10년은 된 듯하다. 코치가 되겠다고 하고 바쁘게 움직일 때였다. 하지만 그때도 시장에 문제가 있었다. 환경이 안 좋으니 결과 역시 좋지 않았다. 인생에 삼재가 있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 일은 안돼서 벌어오는 돈은 없는데, 어머니는 편찮으시고, 상황이 안 좋으니 가족 간의 갈등은 심해졌다. 어느 하나 녹녹한 것이 없었다.
2년 정도 집에 가져다주는 돈이 거의 없었다. 그때 나의 첫 번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다시 돌아오라고. 내가 입사하던 해에 IMF가 터져서 이후로 2~3년 동안 광고대행사에서는 직원을 뽑지 않았다. 내 연차의 직원이 귀해서인지 나의 상사이셨던 분이 돌아오라고 연락을 주셨다.
그때 참 고민이 많았다. 돌아가면 밥벌이는 해결할 수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고, 그대로 살기에는 아내와 가족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았다.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꿈에서도 이 문제로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로도 그런 꿈을 여러 번 더 꾸었다.
결론은 안 가기로 했다. 이유는 그냥. 합리적으로는 안 갈 이유가 없었지만, 그냥 돌아가기 싫었다. 회사를 나올 때 성공해서 오겠다고 의기양양하게 나왔는데, 그냥 패잔병처럼 고개 숙이고 돌아가기 싫었다. 그리고는 고민이 깊어졌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습관처럼 서점에 들러 책을 뒤지고 있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하고. 손에 집히는 대로 책을 훑어보고,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성공한 사람처럼 살아보자. 어차피 돈은 통장에 숫자로만 찍히는 것이고, 한동안 수입이 없어서 쓰는 것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처럼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내가 원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내 뜻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시작이었다. 어머니가 편찮으실 때니 새벽에 일어나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모아 글을 썼다. 그리고 글을 모아 지인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처음 40개 정도로 시작한 이메일이 400개가 되고, 4천 개가 되며 계속 구독자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강의 요청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강의 요청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일하고 그 인연을 놓치지 않고 쌓아가면서 지금까지 왔다. 그때 느낀 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도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이 없어도 소고기 먹던 거 돼지고기 먹고, 없으면 닭고기 먹고, 없으면 풀 먹고, 그전에 사 먹었다면 나중에는 얻어먹으면 된다. 다 살아진다.
며칠 후 아끼는 후배와 점심을 같이 하게 되었다. 회사를 나와 자기 사업을 하는 후배인데 점심을 먹으며 고민을 나누었다. 일도 일이지만 대출이 문제라고 한다. 아파트 대출받은 것이 조건이 변경되어 그동안 이자만 갚으면 되었는데 이제는 원금까지 포함해서 갚아야 해서 막막하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잘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막상 자기 일을 해도 죽지 않는다. 후배도 회사 나왔을 때는 두려웠는데 다 살아진다고 한다. 앞으로 돈을 더 갚아야 할 터이니 너는 더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존에 안 하던 방식, 유튜브를 통한 홍보, 상품의 라인업 등등을 알아보기로 했다.
후배의 눈빛이 반짝인다. 무언가 마음에 불이 붙은 것이다. 그게 눈을 통해 보인다. 그 불을 꺼뜨리지 않고 행동을 통해 계속 그 불씨를 키워나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불안할 수 있는 시절이다. 하지만 두려움에 떨어봤자 자신에게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나 역시 현실적으로는 작년 대비 많은 차이가 있지만 다른 방면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못할 일을 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도전하게 된다. 그동안은 내 전문 분야에서 주어진 영역에서만 코칭을 했다면 지금은 아예 회사 설립부터 관여해서 하는 일이 있다. 코치님들과도 함께 도모하며 준비하는 일이 있다. 이런 일들이 있어서인지 마음이 든든하다.
추운 계절이라고 움츠려만 있으면 더 추울 뿐이다. 나아지려면 제자리에서라도 달려야 몸에 열이 올라오고 기회가 있을 때 바로 뛰어나갈 수 있다.
나는 언젠가 성공하면 그때 내 자신이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성공한 사람처럼 열심히 살아보자. 그럼 그 열심히 산 것에 대한 뿌듯함과 행복이 느껴질 것이다.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숫자가 내 통장에 찍혀있는 것을 발견하는 밝은 날이 올 것이다. 우리 모두 굿 럭!
[이형준의 모티브 105] 원하는 대로 살아도 죽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