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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준 Apr 18. 2020

안 뽑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형준의 모티브 104]


선거란 구성원들이 리더에 대해 신임을 표현하는 중요한 의식이다. 회사에서는 대표나 상사가 리더를 선택하지만, 실제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구성원들의 지지와 신임이 중요하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서 구성원들은 어떤 리더를 원하는지, 리더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았다.




1. 막말은 안 된다.


막말을 하는 사람은 저열해 보인다. 자신의 논리와 근거가 없이 하는 사람은 특히 더 그렇다. 쓰는 단어가 추잡하거나 더러우면 그것을 쓰는 사람도 그런 사람으로 보인다. 막말은 그 사람의 속내와 본질을 보여준다. 막말은 막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리더가 그런 수준이라면 구성원은 그보다 더 못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참기 어렵다.


회사에서 막말을 들었다고 생각해보라. 듣는 것만으로도 짜증 나고 창피하다. 말은 그 사람을 드러낸다.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 그것들이 이어진 논리와 지향성, 일관성이 그의 존재를 분명하게 해준다. 값싼 말을 쓰면 싸 보이고, 정갈하고 정돈된 말을 쓰면 단정해 보인다. 그게 당연하지 않은가? 리더가 구성원을 이끄는 대표적인 수단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2.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말해야 한다.


언제나 투표를 앞두고 평가한 국회의 모습은 최악이었다. 매번 그 모습을 갱신해 왔던 것 같다. 식물국회, 동물국회 등 불리는 이름도 다양했다. 자신이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의견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모습, 좀 더 나은 방향을 위해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반대를 위한 반대. 네가 싫으니 나는 반대한다는 모습.


회의할 때도 그런 모습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열심히 자료를 준비해 갔는데 그냥 이것은 아니라는 말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왜 그것이 아닌지 이유를 대고, 반대를 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대안을 놓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냥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 잘 모르겠지만 느낌이 그렇다는 반대, 전에는 이게 맞다고 했다가 이번에는 아니라고 왔다 갔다 하는 주장, 모두 구성원을 지치게 한다.





3. 지향점은 고객이어야 한다.


국회의원의 싸움을 보면서 짜증이 났던 이유는 그 싸움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서 일하라고 뽑아준 사람들이다. 그런데, 국민을 생각하기는커녕 당리당략으로 자신들의 입장만을 생각하거나, 본인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을 보면 저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런 사람을 보면 앞으로 저 사람은 뽑아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제품이나 서비스도 그렇다. 분명 그러한 것을 만들 때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지향점이 있다. 그 타깃 고객을 향해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가 기획되었을 것이다. 끝까지 그것을 놓치면 안 된다. 제품을 만들다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금 안 좋은 재료를 쓴다든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중간에 서비스를 바꾼다면 고객은 짜증 난다. 고객들은 그 불편함을 느낄 때 갖게 되는 감정을 잊지 않는다. 보통 망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고객이라는 지향점을 어느 순간 잃은 것들이다.




4. 돌발 상황에는 빠르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승부처 중에 하나는 모 후보의 세월호 막말 파동이었다. 이때 해당 정당의 지도부는 윤리 위원회에 의사결정권을 넘겼고, 결과는 애매모호하게 나서 그 후보는 선거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면죄부를 받은 그 후보는 다음 날 두 번째 막말 파동을 일으켰다. 아마도 세월호 아픔에 공감하거나 그의 발언에 모욕감을 느낀 유권자들은 그와 그 당에 대해서 마음이 떠났을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많이 생긴다.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문제가 안 생기지는 않는다. 이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편이 낫다. 중요한 것은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하는 속도와 정도다. 결과적으로는 빠르고 과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대처하는 것이 낫다. 경험상 그래야 손해가 덜하다. 이렇게 대응해야 문제의 피해자가 화를 누그러뜨릴 가능성도 높고, 조직 내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게 된다.


© pacific standard




5. 일을 잘하는 게 최고다.


선거 전체를 관통하는 이슈는 코로나19였다. 작년 말에 시작되어 세 달 넘게 지속되어 온 시간 동안 국민들은 국가가 어떻게 해왔는지 지켜봤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빨리 진단키트 개발을 지시하고 지원했고, IT 기술력을 활용한 적극적인 동선 파악 및 공유, 국민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투명한 정보 공개 및 지원 요청 등 적극적이고 최선을 다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외국 상황과 비교해 보며 국가 효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소비자로서 잘 사는 제품이나 계속 쓰는 서비스도 그렇다. 제품, 서비스 효능감이 좋은 것들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노트북은 바이러스 걱정 없고, 배터리도 오래간다. 작업 중에 꺼지는 일도 없다. 주로 쓰는 온라인 은행 서비스는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다. 비밀번호만 넣으면 돈을 보내고 받을 수 있어 너무 편하다.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는 다른 경쟁품이 나와도 고려하지 않고 계속 쓴다. 왜냐면 가장 쓰기 좋기 때문이다.




이제 21대 국회의원들이 뽑혔다. 이들에게 주어진 상황은 막중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은 잘 막았지만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소비가 막혀있고,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공급망은 곳곳이 구멍이다. 투자는 말할 것도 없다. 아직도 바닥이 아닌 것 같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생존의 문제가 모습을 들어낼 것이다. 잘 대처해야 한다.


정치가 제 몫을 해주기를 기대하면서 우리도 살아남아야 한다. 힘들수록 구성원과는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긍정적이고 분명한 말로 불안함을 줄여야 한다. 앞으로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구성원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을 때는 아니라고 반대하기보다는 좋은 점을 뽑아내고 함께 대안을 만들어 가야 한다. 힘들고 어려워도 고객이라는 지향점을 잃지 말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빠르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주어진 일,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도 선택받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우리도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일해 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 멋지지 않은가?






[이형준의 모티브 104] 안 뽑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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