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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준 Apr 04. 2020

킹덤과 코로나, 위기 상황 리더십

[이형준의 모티브 103]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넷플릭스를 열게 된다.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중에 단연 눈에 들어온 것은 ‘킹덤’이다.


탄탄한 스토리, 화려하고도 차분한 영상미,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 등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좀비의 소름 돋게 만드는 연기력까지 빼놓을 것이 없다. 두 개의 시즌, 열두 편을 정주행 하는데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편까지 보고 나서는 여운이 많이 남는다. 바이러스로 좀비 세상이 되는 것이 지금 코로나 세상과 비교되어 연상되는 것이 많고, 특히 리더의 생각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이런 정신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첫째, 안전이 먼저다.


목숨은 누구나 하나다. 더 귀한 목숨과 그것보다 천한 목숨은 없다. 위험한 상황에 자신만 알고 구성원을 챙기지 않는다면 그런 리더는 바로 신뢰를 잃고 만다. 그 옆에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는 생명이다. 직장인으로 일하는 이유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면 결국은 먹고살기 위해서다. 우선은 살아야 그다음도 도모할 수 있다. 회사에서도 구성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 주고, 일하도록 만들었을 때 직원들도 신뢰를 갖게 되고 최선을 다하게 되어있다.


차 사고가 났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다친 데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돈 걱정, 사고 처리 방법은 모두 그다음이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안전이다. 직원도 회사도 안전하게 생존하는 것이 제일 먼저다.




둘째, 이기심은 조직을 죽인다.


킹덤에서 모든 사단은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조 씨 집안의 탐욕에서 시작되었다. 왕자를 낳을 때까지 죽은 왕의 생명을 유지하려다 쓴 생사초가 괴물을 만들어냈고, 인륜은 상관없이 뭐라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좀비들을 퍼트렸다.


개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흔하다. 하지만 자기만 생각하는 조직은 다 망가지게 되어있다. 신천지도 그렇지 않은가? 종교와 이단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기준 중 하나는 누가 이득을 보느냐이다. 바른 종교에서는 믿는 이들이 마음의 안식을 얻고 현실에서도 잘 살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 이단은 교주가 이익을 누리고 신자들은 고통받는다. 아무리 잘 속여서 한계치가 넘으면 결국은 드러난다.


인상 깊었던 장면 중에 하나는 좀비를 피해 양반들이 배를 타고 탈출할 때 아들의 시신을 장에 넣어 몰래 탄 어미의 표정이었다. 모정과 윤리라고 감싼다 해도 위기의 순간 이기심은 그 배를 위기 속에 빠뜨리고 대부분을 죽음에 빠뜨렸다. 위험 속에서 자기 잇속만 채우려는 하는 자는 결국 조직이라는 작은 배도 망가뜨리고 자신도 제일 먼저 희생당하게 된다.


© 킹덤




셋째, 아무리 급해도 한숨 쉬고 결정한다.


정신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을 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 계속 급변한다는 것이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지금 당장의 결정이 내일 보았을 때 좋은 결정이 아닐 수 있다.


다급한 상황에서도 한숨 쉴 여유는 필요하다. 눈앞에 상황에만 연연하기 보다 한발 떨어져 큰 그림을 생각해 봐야 한다. 아이스하키의 영웅이라고 하는 웨인 그레츠키는 이렇게 말했다. 평범한 선수는 퍽을 따라가고, 위대한 선수는 퍽이 갈 곳으로 달려 간다고.


빠른 변화의 상황에서 그에 맞춘 결정을 속도감 있게 해야 하지만, 조건반사식의 반응은 문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잠깐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앞을 내다봐야 한다. 그리고 변할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넷째, 혼자가 아니라 함께 위기를 해결한다.


세자는 옆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무영이 없었다면 동래로 향할 수 있었을까? 의녀 서비가 좀비는 기온에 반응하고 물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을까? 조총과 무술이 능한 영신이 옆에서 목숨을 다해 싸우지 않았다면 세자는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었을까?


혼돈의 상황에서 리더만이 해결책을 아는 것은 아니다. 사실 리더도 답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답을 누가 찾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혼자가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각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깨달은 바를 서로에게 알려주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힌트를 모아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나아진 해결책을 가지고 어려운 상황에 맞설 수 있게 된다. 문제를 마주한 그 순간 모두의 능력치가 문제를 해결할 수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서로 의지하고 버티면서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성장해가야 한다.



© 킹덤




다섯째, 하던 데로 열심히가 아니라 더 좋은 답을 찾는다.


위험의 순간이 오면 사람은 긴장한다. 긴장하면 다른 생각을 잘 못한다. 안전한 방법을 고수하고, 하던 대로 하려고만 한다. 그런데, 기존의 해결 방법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면?


미친 듯이 달려오는 좀비 떼를 맞설 때 조총이 아니었다면 이창과 영신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을까? 어려움을 겪고 있던 세자 일행이 스승인 안현 대감을 만나 목을 쳐야 한다는 답을 듣지 못했다면 좀비와의 싸움에서 버텨낼 수 있었을까?


긴장될 때는 몸을 풀어야 한다. 뻣뻣해져서 반응속도가 떨어진다. 오히려 힘을 풀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늘상 해오던 방법보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섯째, 정답을 모를 때는 작게 시도해본다.


모든 것을 한방에 걸었다가 전체가 망할 수도 있다. 작게 시도하면서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서 무엇이 바른 결정인지 깨달아야 한다.


예전에 해상전을 할 때면 배에 실을수 있는 포탄이 한정적이었다. 교전을 할 때 몇 발 안되는 포탄을 함부로 썼다가는 패배하기 쉬웠다. 그래서 포탄을 쏘기 전에 총알로 쏘아가며 거리와 방향을 계산하고 이를 기준으로 확신이 섰을 때 포탄을 쐈다고 한다.


자원이 부족할 때는 이 방법이 효율적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돌아온 이후 그는 MP3 플레이어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아이팟을 내놨고, 편한 다운로드와 활용을 위해 아이튠즈를 만들었다. 초반 시장의 반응으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자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수 많은 종류의 아이팟을 쏟아냈다. 또한 이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연결성,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 산업 생태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에 이는 아이폰, 아이패드 성공의 근간이 되었다.




마지막, 두렵더라도 결단을 내리고 싸워야 할 때는 싸운다.


외국인 출입 금지를 시켜야 할까? 학교를 개학해야 할까? 재택근무를 해야 할까? 다른 제품은 포기하고 코로나에 맞춘 한 가지 제품에 올인하는 게 맞을까?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문제들이다. 문제의 답이 그냥 지켜만 본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결정해야 할 때는 정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풀 기회가 주어진다.


결정은 단지 일의 시작일 뿐이다. 결국은 실천을 해야 결과 값이 주어진다. 킹덤에서는 마지막에 한양에서 퍼져나갈 좀비를 걱정해 그들을 유인하기 위해 본인의 피를 흘려가며 얼어있는 호수, 비원으로 유인한다. 그리고, 모든 좀비가 모였다고 생각이 되었을때 두꺼운 얼음을 깨뜨려 모두 수장시킨다.


희생이 따를 수 있다.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행동해야 할 때는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비극이 되고 만다.

희망이 있다면 어려운 순간에도 구성원 간에 신뢰를 잃지 않고, 함께 답을 찾아 나간다면 아무리 암흑 같은 상황에서도 길이 열린다는 점이다.




드라마 같은 세상이다. 지금은 어둠과 위기의 중간에 서있다. 하지만 조금씩 끝으로 향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모르겠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란다. 잊지말아야 할 것은 너도 나도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 FT



[이형준의 모티브 103] 킹덤과 코로나, 위기 상황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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