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106]
카이스트 MBA를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배웠던 지식을 바탕으로 현장 적용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다. 함께 공부했던 멤버 중에 박혜경, 장태선과 팀을 꾸렸다. 그리고는 어떤 주제로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아이디어를 모았다.
가장 마음이 가는 부분은 '직장인의 미래'였다. 40대가 되면 자신이 다니는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 고민을 한다. 임원이 되면 회사를 조금 더 다닐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직업을 찾는 것은 굉장히 어둡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건 내가 해봐서 안다. 이 사회 직장인들이 모두 겪어야 하는 관문과 같은 것이다. 나와 같은 과정을 겪을 직장인들을 위한 과정을 만들고 싶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다음 직업이나 직장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회사를 옮기거나 직업을 바꾸면 그동안 갖고 있던 지식과 암묵지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일을 하면서 다음 일을 잘 준비하는 좋은 방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잘 정리하고 실력을 키우는 것이다. 가장 잘 배우는 방법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40,50대의 지식과 경험을 20,30대에게 알려주고 도와주는 모델을 그렸다.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플랫폼.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지 고민이 많았다. 유분투는 아프리카에서 온 말이다. 한 선교사가 아이들과 놀이를 하는데 결승선에 과자와 먹을 것을 상품으로 걸어놓고 달리기를 시켰다고 한다. 그러자 한 명이 뛰어나가 선물을 낚아채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손잡고 가서 나눠 먹더란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우분투’라고 답을 한다. 이는 '네가 있어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함께 하기에 가치가 더 커지고 행복한 것. 그 뜻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와 맞아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 유분투(YOUBUNTU)는 당신(YOU)이 함께하는 우분투(UBUNTU)이다.
실제로 해보기로 했다. 새로 멤버로 합류한 정순호의 역할이 컸다. 결과물 중심으로 움직이는 순호는 실제로 해보면서 성장해 나가기를 원했다. 주변에서 강의를 할 멤버를 모았다.
MBC 기자를 하고 있는 남상호, 카드사에서 핀테크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던 오재민, 그리고 잘 다니던 삼성전자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시작한 태선이 나서 주었다.
아무래도 현업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나눠주니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전 지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자들이 좋아하는 홍보자료와 그렇지 않은 자료. 현재 언론계는 어떻게 구성되고 있고, 그들과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참 화두가 되고 있었던 핀테크는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발전해 나갈 것인지, 대기업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기대가 있는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자리였지만 지속적으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우리의 가치에 동참하는 멤버들을 모았다. 임승연, 임영실이 참여했다. 모든 멤버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심사를 가지고 발표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야기가 좀 더 다양해졌다. 자신이 살아가는 힘,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 교환 학생을 떠난 경험, PM으로 일하는 마케터의 이야기, 육아 아웃소싱, 디지털 시대의 리더십 등의 발표가 있었다. 공간과 마케팅의 한계로 모을 수 있는 사람에도 한계가 있었다.
지속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그래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을 만들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찾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결정했다. 각자가 자신의 글을 쓰고, 이것을 모아 발표 자료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강의를 하고, 강의를 모아 책으로 만드는 구상을 했다.
구민회, 박현주, 홍주연 등이 추가로 참석했다. 매주 토요일 아침 구글 캠퍼스에서 진행했는데 사람이 많아지자 구캠에서 공간 사용에 어려움을 표현했다. 주변 커피숍으로 이동해 진행했다.
발표 내용은 좀 더 깊어지고, 확장되었다. 중국에서 돌아온 홍정민이 추가로 참여해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이외에도 스타트업의 고민과 대답, 어렵지 않은 인공지능 이야기, 에너지 관련 문제 제기, 경험으로 진화하는 리테일 등으로 확장되었다. 끝나고 나서는 자리를 옮겨 초대한 사람들과 함께 자리를 가지며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발표회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발표회를 마치고 직장인으로서 일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자료를 만드는 어려움, 오프라인 발표회는 준비할 것은 많은데 하고 나면 남는 것은 별로 없는 휘발성이 아쉬웠다.
방송으로 만들면 한번 만들고 계속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이지선의 역할이 컸다. 이미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친구를 소개해 주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매주 한 번씩 녹음을 하고 편집을 했다. 각자 역할을 나눠서 했지만, 개인별로 완성도와 노력을 들이는 정도가 달랐다.
초대손님은 주로 지인이거나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 방송을 만들어가는 설레임, 편집이라는 고단함을 배울 수 있었다. 편집을 맡은 혜경이 고생을 많이 했다. 초대손님으로 왔던 한정구, 정호천이 참여했다. 2년 동안 100화의 에피소드를 녹음했다.
중간에 핵심 멤버였던 순호는 미국으로, 승연은 싱가포르로 근무하러 떠났다. 이외에도 여러 이유로 빠지는 멤버가 생겼다. 사람이 중심인 모임이라 힘이 많이 빠졌다.
팟캐스트의 한계가 있었다. 듣는 사람만 듣고 생각보다 수익성은 잘 보이지 않았다. 유튜브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를 해보기로 했다. 직장인의 속 이야기를 하는데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기는 어려웠다.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 해야 하는 다양한 촬영과 편집에 들어가는 노력수준이 오디오와는 차원이 달랐다. 참여하는 멤버가 모두 자신의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이라 뺄 수 있는 시간에도 한계가 있었다. 직장인이냐? 유튜버냐? 유튜버를 선택하기에는 모두들 좋은 직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잘 다니고 있었다. 그러면서 흐지부지되었다.
콘텐츠를 만들고 강의를 하는 것이 자신의 생업인 사람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프로로 뛰고 있는 분들과 함께 하면 훨씬 더 집중해서 갈 수 있다고 판단을 했다. 평소에 애정과 신뢰가 있는 위장원, 손승태, 박현주 코치님에게 이야기를 했고, 김상경, 김창동, 김성민 코치님이 참여했다.
이번에는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직장인을 돕는 것이 유분투의 사명이니,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질만한 ‘성과’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단순히 강의만 하면 변화를 추동할 수 없으니, 강의를 마치면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고 코칭 과정을 추가해 실제 변화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8개월 동안 강의안 만들고, 서로 시연도 하고, 피드백하고, 홈페이지 만들고, 광고도 만들고, 어제 론칭하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오픈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열릴 것이라 본다.
누군가를 도와주면 그것에 대한 반향으로 나도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작했다.
시작한 지 5년이 되었다. 일주일에 하루는 나의 것을 누군가를 위해 나눈다는 마음으로 진행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하면서 무언가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금전적인 혜택으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자체가 주는 위안과 기쁨이 있다.
아마도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하게 되는 사람이라면 이런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힘든 과정을 혼자 겪는 것보다는 함께 하면서 걱정도 나누고, 필요한 것은 배워가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해야 길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동안의 일들을 생각해 보니 목걸이 알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온 과정이라 보인다. 이러한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이것이 꿰어져서 아름답게 빛나는 날이 올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돕는 마음으로 하면, 그 누군가도 함께하는 우리를 도울 것이라 믿는다. 그게 유분투다. I help you, You help us.
[이형준의 모티브 106] 유분투 - I help you, You help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