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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준 Aug 15. 2020

완벽주의자를 위하여

[이형준의 모티브 112]

하루 종일 진행된 일대일 코칭을 마치고 정리할 때였다. 아직 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교육 담당자가 오늘 하루 진행된 내용에 대해서 확인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왔다. 혹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없는지, 혹은 상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물었을 때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등 꼼꼼하게 챙겨 묻는다.

평소에 그녀는 인사하는 것부터, 음료수 챙겨주는 것, 하다못해 점심 메뉴까지 꼼꼼히 신경 써 준다. 그런 부분이 고마워서 감사의 표현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러다 그녀의 고민까지 이야기가 연결되었다. 열심히 하려는 그녀는 사실 다른 팀에서 이 팀으로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업무도 서툴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워낙 열심히 하려는 모습에 주변에서는 평가가 좋다. 다만 직속 상사로부터는 여러 번 지적을 받아 마음의 불편함이 있다고 한다.

어떤 불편함인지 물어보니 일 처리가 늦다고 피드백을 받은 것이다. 그녀의 성격은 완벽주의라 자신이 생각하기에 부족하면 끝까지 붙잡고 진행하는 편인데, 팀장님께서는 적당히 하고 넘기라고 한다. 자세히 듣다 보니 팀장님도 사실은 그녀를 배려해서 한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이런 피드백을 몇 번 듣다 보니 자신이 일처리를 너무 못하는 것 같고,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할 것은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 주위에도 완벽주의자가 많다. 모두들 일을 퀄러티 중심으로 하는 분들이고, 어느 누구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노력에 비해 그만큼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아쉬운 점은 두 가지 포인트다. 하나는 시간이 중요한 일인데, 일의 완성도를 생각하느라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다. 일이라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데드라인이 있어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모든 일을 붙잡고 있어 일의 속도가 나지 않고 그것이 다른 업무의 진행마저 방해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답답함을 느낀다.

다른 하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다. 진행에 있어 따져야 할 것들이 많으니 자료 조사하거나 다른 작은 부분에 빠져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다. 물론 시간만 충분하면 누구보다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분들이나 생각만 가지고 있고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하면, 그것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녀와 '팔레토 법칙'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2:8의 법칙. 그녀도 알고 있다. 고객의 20퍼센트에서 매출의 80퍼센트가 나오고, 일의 20퍼센트에서 결과의 80퍼센트가 나온다는 것을.

그것을 자신의 일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중요한 일에는 자신이 가진 시간의 80퍼센트를 넣어서 처리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 80퍼센트에는 시간의 20퍼센트를 넣어서 처리하기로. 대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업무 구분과 일 처리 시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직원일 때보다 상사로 올라가면 시간이라는 자원은 더 중요해진다. 책임지고 처리해야 할 일은 많아지고, 자신이 시간을 나눠 신경 써야 하는 사람은 많아지므로. 일을 할 때는 해당된 일만 생각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일 중에 어느 정도로 중요한지 와 그것을 언제까지 마쳐야 하는지를 보고 일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데드라인을 설정하면 그것을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려서 완성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그녀의 얼굴이 많이 밝아졌다. 얼마나 달라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앞으로 이런 시간까지 고려해서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리라 믿는다. 한번 잘하는 사람은 끝까지 잘하는 잘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첨언.

이 글의 초고를 보신 완벽주의자 한 분께서 이런 말을 덧붙여 주셨다. '나중에 보완해도 된다는 것을 믿기', '자신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중요하다고.

[이형준의 모티브 112] 완벽주의자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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