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113]
코로나로 고통받은 지 벌써 반년 하고도 두 달이 넘었다. 올해 초만 해도 조금만 버티면 되겠지 했는데 그게 이렇게까지 길어질지 몰랐다. 힘들어도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 비하면 확진자나 사망자 수가 훨씬 적고, 사회적인 생활이 가능했으니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신천지 사태에도 IT 기술과 빠른 대응, 공무원들과 헌신하는 의료인들 덕분에 큰 문제없이 지나가면서 나름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올해 유독 길었던 장마를 지나며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야구장에도 조금씩이나마 관중이 들어가고, 한동안 멈췄던 극장에도 새로운 영화가 걸리고, 기업 교육 쪽에서도 강의가 잡히면서 회복의 기미가 보였다. 아니 조금은 빡빡해진 스케줄을 보면서 여름휴가가 끝날 때쯤이면 이제 제대로 일할 수 있겠구나 했다.
그런데, 이게 다 물 건너갔다. 아니 그동안 들였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그것도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 때문에. 자신들의 이득만 생각하고, 거짓말로 사실을 호도하는 사람들. 그 말을 믿는 이들이 그 거짓말을 빠르게 퍼뜨린다. 오랜 시간 같이 해오고,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들은 그 말이 맞다며 거리를 헤집고 다녔다.
그 말과 행동을 듣고 있자니 기가 차다. 어떻게 하느님을 믿는다는 사람이 자신에게 까불면 죽는다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자신들은 병에 안 걸린다고 말하다가 직접 병에 걸리고 나서는 테러를 당해서 그랬다고 하고,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정보를 공개해서 감염자를 빨리 찾아야 하는데 그 내용을 숨기고, 확진 판정이 났는데도 치료받기를 거부하고, 다른 종교 시설에 몰래 들어가 숨어있고, 도와주러 온 사람에게 같이 걸리자며 침을 뱉고 껴안았다는 내용을 보고는 정말 이들이 신을 믿는 자들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주님은 자신을 희생하며,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분이다. 그분을 믿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 맞나? 과연 그들은 지금 천사처럼 행동하는지, 악마처럼 행동하는지 묻고 싶다.
이번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한 명의 리더가 얼마나 많은 구성원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수 있는지, 리더의 잘못된 말과 행동이 함께 하는 이들을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다. 뉴스를 보면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도 많고 잘못한 일들도 많은데 어떻게 세상이 굴러갈까. 지금까지 내가 내린 결론은 눈에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제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더운 날 방호복을 입고 묵묵히 자신을 일을 수행하는 의사, 간호사, 방역하는 분들.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면서도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자신의 일터와 가게를 닫은 자영업자들. 그리고, 힘들고 위험해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노력하시는 많은 분들 덕분에 이렇게 버텨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노력을 일부 이기적인 사람들이 망가뜨린 것 같아 화가 나는 것이다.
화도 너무 참으면 폭발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것이 주변에 있는 분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의 마음을 적절히 표현해야 오히려 부담을 덜어내고 다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글을 남긴다.
무엇보다 내 주변에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가장 힘들다. 그들을 위해서 나도 그렇다고 공감하는 마음으로, 다시 힘 내보자는 뜻으로 이 글을 쓴다. 지금 뜨겁게 힘든 이 시간도 결국에는 지나갈 것이다. 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의 가을을 기다리며 조금만 더 견뎌봅시다. 힘내 봅시다. 환히 웃는 그날을 기다리며.
[이형준의 모티브 113] 화 좀 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