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114]
신임 팀장을 코칭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원한다는 것이다. 본인은 부드럽지만 카리스마는 가지고 싶다는 뜻이다. 언뜻 들으면 모순되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원래 카리스마 하면 강하고, 힘 있는 것이 떠오르지 않는가. 속내를 들어보면 팀원들과는 잘 지내고 싶지만, 성과를 내려고 강하게 말했다가 따라오지 않을까 걱정되어 그런 것을 알 수 있다.
카리스마란 다른 사람을 매료시키고 영향을 미치는 능력을 말한다. 영어로 Charisma는 재능, 신의 축복을 뜻하는 그리스어 Kharisma에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종교에서 예언이나 기적을 나타낼 수 있는 초능력, 절대적인 권위를 나타내던 단어가 사회에서 쓰이면서 리더를 따르게 하는 능력이나 자질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 된 것이다.
이론적으로 카리스마 리더십은 리더가 '특별한 자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고 가정한다. 리더의 영향력은 권위나 전통이 아닌 추종자들의 인식에 기초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니 추종자들의 인식을 잘 만들면 카리스마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카리스마를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학자 로널드 리기오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여섯 가지 자질로 구분한다. 정서적 표현, 열의, 능변, 예견 능력, 자신감, 타인에의 대응 능력. 크게 보면 열정을 가지고 어떻게 될 것인지 비전을 보여주고, 구성원들에게 자신 있게, 그리고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카리스마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심리학자인 존 터너가 주장하는 사회적 정체성 개념도 조금 필요해 보인다. 이는 특정한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한다고 느낄 때 구성원들은 서로를 믿고 지도자를 따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모두는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야" 또는 "우리 모두는 성공하려고 여기 모인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구성원을 관통하는 정체성을 찾아서 강조하면 그들에게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면 되는데 왜 이들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원할까? 생각해보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하나는 강한 카리스마가 싫은 것이다. 본인이 경험했던 팀장들은 팀원들을 이끌 때 폭언을 하거나 화를 내는 것으로 팀을 이끈 것이다. 이렇게 했을 때 팀원들은 말로만 따른다는 것을, 그리고 그때의 감정이 어떤지를 잘 알기에 그렇게 하기 싫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항상 수긍하고 따라가는 입장에 있다가 누군가를 리드하며 가자고 이끌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분명 리드를 하다 보면 분명하게 말할 때가 필요한데,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강하게 말했다가 팀원들이 자신을 따라오지 않고 튕겨나갈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일단 심한 말과 화를 내는 것만이 강한 카리스마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자. 독하고 거칠지 않더라도, 단호하고 힘 있는 말로도 충분히 구성원을 이끌 수 있다. 확실하게 말해야 할 때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표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유, 본질이다. 움직여야 하는 목적과 대의, 누구보다 확실하다고 믿는 신념이 훨씬 더 큰 힘을 만들어낸다.
분명히 인식하자. 수평적인 리더십과 물렁물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일을 할 때 팀원들이 해야 하는 수준을 하지 않거나 움직이지 않을 때는 분명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너무 물러터지지 않게 정확한 타이밍에 데이터를 근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근거를 가지고 말하면 세게 말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설득시키고,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제 권위 앞에서 강요된 복종으로는 이길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톡톡 튀는 밀레니얼 세대, Z세대를 이끌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는 카리스마도 성과도 모두 물 건너간다. 라테처럼 부드럽지만 달콤하려면 오히려 커피 원액의 깊이 있는 쓴맛도 필요한 법이다.
[이형준의 모티브 114] 라테처럼 부드러운 리더십을 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