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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버지 없이 좋은 상사도 없다.

[이형준의 모티브 70]

by 이형준


몇 년째 코칭을 하는 고객과는 속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므로 서로 간의 신뢰 관계가 깊다. 오랜만에 만난 그가 인사를 나누다 딸 문제를 꺼냈다. 그동안 딸바보라고 생각했던 그가 요즘 갈등이 심하다는 것이다. 이제 중학생이 되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기대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자 잔소리를 하게 되고 그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딸이 자신과는 말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회사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다.




가장 큰 고민은 새로 팀에 온 여직원과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직원은 오랫동안 지내와서 자신을 잘 알고 있고 성과도 잘 내고 있단다. 그런데 이 여직원은 자신의 팀에 오기 전에는 사이도 좋고 잘 지냈는데, 같은 팀이 되고 나서부터 대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특히 성과가 안 나올 때 쎄게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여직원이라 조심스러워서 만날 때보다 조금씩 이야기하는데 행동의 변화가 안 느껴져서 고민이 된다고 한다.




사실 내 눈에는 두 개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문제로 보인다. 어떻게 사람을 대하느냐의 문제. 직장인들은 하루의 반은 회사에 나가 있고, 나머지 반은 집에 있지만 이 사람은 같은 사람이다. 집에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밖에 나가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반대로 회사에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대로 집에서도 행동한다.




그렇다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누구에게 배웠을까? 아마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만났던 사람으로부터 배우지 않았을까?




결국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부모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여기서 오해가 어머니를 가장 많이 만나게 되므로 어머니에게 배우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반만 아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은 세상을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를 통해 배운다. 세상에 음과 양이 있고,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구성되어 있듯이, 어머니에게만 배운다는 것은 세상의 반만 배우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아버지들은 전쟁 이후에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일하는데 바빠서 바깥일은 남자, 안쪽 일은 여자라고 나눠서 생각했지만 이는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주는 영향을 무시한 행동이었다. 특히 사회적인 면은 아버지의 몫이 큰 부분이다. 아버지가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가정 안에서 자녀에게 어떻게 행동했느냐에 따라 자녀가 배운 부분도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아버지 요인 Father Factor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스테판 폴터 박사의 의견에 따르면 아버지의 유형은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성취지상주의형 아버지


말 그대로 무엇을 이루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다. 성취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아버지는 무의식적으로 자식들에게 성취한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며, 그렇지 못하면 능력이 떨어지고 의미 없는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겉으로 보여지는 성과가 중요하니, 그것을 이루는 동안 떠오르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 그것을 방해하는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고 은연중에 학습하게 된다.




이런 아버지 아래에서 자란 자식들은 항상 무언가를 이뤄야 된다는 압박감과 그것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깊은 불안감 속에서 살게 된다. 또한 성취를 해도 다음 성취, 예를 들면 반에서 10등을 하면 그다음은 1등이 목표, 반에서 1등을 하면 그 다음은 전교 1등이 목표, 이렇게 계속 다음 성취를 원하게 되므로 자녀들은 결코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끝이 나지 않는 목표로 지치게 된다.




사람들은 성공을 돈을 많이 벌거나 권력, 명예 정도로 생각하지만 진정한 성공은 그 이상이다. 물론 그런 것이 전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 가는 과정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지지와 사랑, 보살핌과 인정 등을 받게 되었을 때 진정으로 성공하는 것이다. 사회에서만 인정받고 집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성공은 반쪽 성공을 한 것이다.



스크린샷 2019-05-04 오전 7.34.28.png © Shutterstock




2. 시한폭탄형 아버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버지 들이다. 뭔가 좋다가도 심사가 틀어지면 누구든 상관없이 소리를 질러댄다. 그들은 크게 소리칠수록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마치 노예를 부릴 때 채찍과 고성으로 압도하는 것처럼.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외부의 반응에 쉽게 주눅이 들게 되고, 자신의 상사가 큰 소리를 치게 되면 심한 불안을 느끼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학습된 반응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불행한 것은 이들의 아버지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도 그렇게 자라왔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아버지 앞에서 떨고 있거나 불안해하더라도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심기가 불편하면 소리치는 것으로 감정을 해소한다.




이들의 자녀들은 상대와 심리적으로 직면하거나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내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혹시나 새로운 문제를 만들까 봐 노심초사하게 된다. 이러한 시간이 오래되면 내면에 불안함이 내재된다. 시간이 지나도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건 가정생활을 하건 가슴속에서 폭탄이 터질까 봐 심장이 째깍째깍 거리며 떨게 된다.



스크린샷 2019-05-04 오전 7.37.55.png © Patheos





3. 수동형 아버지


그동안 이 사회의 수많은 아버지는 수동형이었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그동안의 사회적 인식 자체가 가정은 엄마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한 세대 전의 부모를 조사해보면 반 이상의 아버지는 수동형의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수동적인 아버지들은 자녀들에게 정서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그들 역시 일하느라 바쁘고 지쳐, 집에서는 주로 쉬거나 잠을 잤다. 함께 하는 시간이 적으니 그들은 가정에 돈만 대고 관찰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가족과 같이 존재하지만 함께 하지 않으니 가족의 주변을 겉돌게 된다. 그러다 아이들이 성장을 하면 엄마하고는 친한데 자신하고는 이야기를 하지 않거나 정서적으로 통하지 않는다고 고민을 토로한다.




다 시간이 쌓여 그렇게 된 것이다. 가족으로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따뜻한 말, 사랑스러운 터치, 서로 공유하는 경험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변에만 있을 뿐 이러한 것들을 하지 않았다면 진정으로 가까워지기는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아버지들은 그것을 몰랐다. 그리고 이러한 무관심이 정서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만들고, 이는 에너지와 동기의 부족을 느끼게 하고, 이런 시간이 계속되면 도전의 부족,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내지만 우리의 아버지들은 이러한 메커니즘과 영향력을 몰랐다.



스크린샷 2019-05-04 오전 7.42.48.png © Video Blocks




4. 부재형 아버지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이혼, 사망, 장기간 출장 등으로 물리적으로 부재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같이 살지만 심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자식들에게 주는 충격은 물리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심리적으로 부재한 경우가 더 크다.




자녀들이 아버지가 심리적으로 부재하다고 느낄 정도라면 이런 아버지들은 자녀가 중요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나 이를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관심이 없는 자들이다. 이들의 자녀들은 자신의 존재를 아버지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며 존재를 거부당하는 경험을 받게 된다. 이는 충격이 되어 정서적으로 흔들리게 만들고, 이러한 시간이 쌓이면 정신적으로도 불안하게 만들며, 오랜 스트레스와 좌절은 육체적으로도 상흔을 남긴다.




없는 것을 느끼면 채우려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하는 행동의 종류는 다양하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비뚤어지거나 극단적으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어떠한 방향으로 채우려 해도 자녀의 인생은 한쪽으로 기울게 되어있다. 또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이들은 아버지만 생각하면, 혹은 문득문득 아버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스크린샷 2019-05-04 오전 7.44.28.png © TheEmptyChair





5. 배려하는 멘토형 아버지


가장 완벽한 아버지 유형이지만 이런 아버지는 흔치 않다. 폴터 박사의 경험에 의하면 10퍼센트 미만이라고 한다. 또한 이런 아버지라고 해도 항상 완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런 아버지들은 자신이 부족하긴 하지만 주로 이렇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아버지를 의미한다.




이들은 자녀가 자신의 꿈과 재능에 맞춰 성장하도록 노력한다. 이들은 자녀의 성장에 있어 그리고 삶에 있어 어느 누구도 자신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자녀의 편이다. 언제나 무조건적으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지지하고 믿는다.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사랑의 표현도 많이 하고, 육체적으로도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며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끼고 사랑받는다는 욕구가 채워져서, 자신의 존재와 성장을 위해 노력할 밑받침이 만들어진다. 부모에게 배운 대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며,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상대방의 감정에 충실히 공감할 줄 안다.



스크린샷 2019-05-04 오전 7.46.10.png © Those Chatolic Man




크게 나누자면 이렇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지만, 실제의 아버지는 다섯 가지 면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고 그중에 가장 많이 보여왔던 모습으로 어떠한 유형의 아버지인지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아버지들도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배워 왔다는 것이다. 가혹한 아버지일수록 처절한 환경에서 살아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으면 자신도 새롭게 출발할 수가 없다. 자신 스스로 채운 족쇄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를 용서하는 방법으로는 편지를 써볼 것을 추천한다. 이는 아버지와의 대화이기도 하지만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조용히 앉아 아버지와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려보면서 간직하고 싶은 좋은 추억은 마음 깊은 곳에 새기고, 지우고 싶은 추억은 툴툴 털어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가슴에 생긴 상처를 지울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더 나은 자신이 될 때 더 나은 아버지가 될 수 있다. 또한 같은 사람이 가정과 사회에 존재하므로 좋은 아버지가 되지 않고서는 좋은 상사도 될 수 없다.






+1. 아버지학교 강의를 준비하면서 쓴 글이어서 아버지 관점으로만 적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오랜 시간 아버지 밑에서 만들어진 자신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형준의 모티브 70] 좋은 아버지 없이 좋은 상사도 없다.


직장인의 성공을 위한 팟케스트 <3040 직딩톡>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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