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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버지 입니다.

[이형준의 모티브 71]

by 이형준

나의 가장 어린 고객은 중학교 2학년이었다. 자살 기도를 했던 그 아이는 정신과 치료를 마친 후 지속적인 케어가 필요했고, 지인의 소개로 나는 그 아이를 맡게 되었다. 수줍은 그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진심은 통하는 법. 그 아이는 조금씩 살아났다. 마치 열심히 치댄 반죽이 발효가 잘되어 부풀어 오르듯. 밝게 웃는 모습도 가끔은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그 아이가 집에만 다녀오면 다시 원점이 되어 돌아왔다. 만나서 열심히 기운을 불어넣으면 살아났던 아이가 집에만 다녀오면 다시 김빠진 풍선 마냥 축 늘어져서 왔다. 부모의 만남을 요청했다.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숨겨져 있던 사연을 말할 수는 없지만 어머니는 우울했고, 그것이 아이에게 찍혀져 나온 것이었다. 그때 분명히 알았다. 아이들은 부모의 붕어빵인 것을.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다 찍혀 나온다.




그동안 자녀의 교육이나 성장에 어머니의 책임 만을 이야기한 것은 반만 본 것이다. 아버지도 나머지 반을 책임진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버지가 어떠했느냐에 따라 아이는 살아가면서 마음속에 수치심, 공포, 회피, 동기 부족, 자기 의심, 분노, 절망, 불안을 마음속에 품고 살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좋은 쪽을 보자. 세상에 모든 것에는 명과 암이 함께 존재한다. 좋은 것이 있으면 안 좋은 것이 있고, 안 좋은 점이 있으면 좋은 점이 있게 마련이다.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요소 - 아버지’ (스테판 B 폴터)를 보면 이렇게 소개한다. 아버지의 부정적인 요소를 극복한 자녀들은 다음과 같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성취지상주의형 아버지의 자녀들은 수치심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살기 쉽다. 하지만 이를 잘 극복하면 그들은 강한 직업윤리의식을 가지고 있고 직업적 행동이 가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을 가치있게 여기며 기꺼이 도전한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기있는 태도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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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 폭탄형 아버지의 자녀들은 정서적 불안감으로 혼란과 두려움을 갖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다 보니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 고객, 상사, 가족 구성원을 잘 다루고 도전적으로 해결한다. 언어적 학대나 공격을 하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 희생양이 된 사람을 보면 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공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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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형 아버지의 자녀들은 인간관계에 소극적이며 정서적 유대감을 갖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비어있는 정서적 공간이 변덕스런 상황이나 변화에 대해 잘 대처하게 해준다. 장기적인 인간관계에 있어 헌신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잘 알고 있다. 일관성과 끈기가 있고,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당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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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형 아버지의 자녀들은 버림받고 거부당한 경험으로 정서적 상실감을 가진다. 하지만 이들은 사랑이 갈급하므로 지지를 보내주는 사람에게 매우 충실하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지지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주변 사람들을 소중히 여겨 타인을 배려하므로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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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의 아버지는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돌아가셨다. 교통사고로. 그 이후로 아버지는 육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부재하셨다. 이제 나도 한 아이의 아버지고, 30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허하고 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이토록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몰랐다. 아버지의 영향력을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져왔는지를.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취약한 부분을 깨닫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야 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본인에게 찍혀져 나와 자신도 똑같은 아버지가 되어있다면 자녀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부분이 있다. 분명한 것은 본인의 아버지가 어떠했 건 자신은 원하는 데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유형에 맡게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알아보자.




1. 성취지상주의형 아버지


물질적 성공이 모든 것은 아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기쁨을 함께 할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완전한 성공이 아니다. 물질과 정신, 감정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항상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거나 항상 이겨야 할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만나는 사람들을 도구나 부품 그 이상으로, '사람을 하나의 존재'로 보아야 한다.




2. 시한폭탄형 아버지


문제가 생겼을 때 과잉반응하지 않는다. 항상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자. 주변 사람에게 소리치고 공격하고 싶은 유혹이 들 때는 한번 버텨 보자. 타인의 권리와 생각을 존중하고, 사람들은 솔직하지만 공격적이지 않은 표현에 훨씬 더 반응한다는 것을 깨닫자. 동화에서 나왔던 것처럼 사람의 옷을 벗게 하고 마음을 여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다.




3. 수동형 아버지


주변 사람이 자신에게 물어오거나 이야기를 할 때 정서적으로 반응하자. 무엇이 옳고 그른가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감정이고 기분인지를 알아주고 호응해주자. 상대방은 자신에게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한편이 되어주길 원하는 가족이다. 가족 내에 이슈가 생겼을 때도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참여하자. 또한 자신 역시 열정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꿈이나 비전을 생각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




4. 부재형 아버지


그동안 부재형 아버지였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 문제를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가 이야기할 때 말도 안 된다고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사람은 사랑받고, 지지 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를 인정하고 자녀들에게도 이를 제공해야 한다. 균형 잡힌 자세와 태도로 자신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자신이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것이 아닌 균형 잡힌 모습으로 존재해야 자녀들도 좋은 모습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한두 번의 행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행동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웃음을 본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의 행복일 것이다. 내 아이에게 그렇게 해줄 아버지는 세상에 나 하나밖에 없다. 자신이 소중한 아이의 아버지임을 깨닫는 것. 그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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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준의 모티브 71] 제가 아버지입니다.


직장인의 성공을 위한 팟케스트 <3040 직딩톡>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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