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하면 죽어요

[이형준의 모티브 74]

by 이형준


#1

얼굴이 시뻘개져서 들어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꽉 조여져있던 넥타이를 풀고 목을 조르고 있던 와이셔츠 단추를 푸른다. 이내 가쁜 숨을 몰아쉰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아침 여덟시 반부터 오후 한 시가 될 때까지 월간회의에 들어가서 상사에게 졸리고 나왔다고 한다. 시간은 한 시인데 아직 밥을 먹기는커녕 정신도 못 차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약속 시간이 되었으니 미팅을 진행하자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내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잘못하면 죽어요”




#2

팀장들이 모였다. 그룹 코칭 시작 전에 표정이 다들 심각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제 지점장 중에 한 분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동료 중에 한 명인데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한 분이 말한다. 아마도 스트레스가 심각했을 거라고. 새로 부임한 지역이 만만치 않은 곳인데다 노조와 갈등이 생기면서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동료를 잃은 안타까움과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얼굴에 가득하다.




직장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게 말 그대로 목숨 걸고 한다는 것을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실적 압박, 동료들 간의 경쟁, 일하는 환경 속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억누르는 부담감. 직급과 직책, 업무에 따라 정도는 다르겠지만, 어떤 직업도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는 없다. 풀어도 풀어도 쌓이는 게 스트레스와 압박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잘 조절하고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답답한 마음에 주변의 분들에게 자신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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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다.


반신욕 후 음악 들으며 일기 쓰기, 여행할 정보 찾아보기, 무선 이어폰 장착하고 좋아하는 음악 듣기, 러닝 머신 빠르게 걸으며 무념무상하기, 눈 딱 감고 하루 쉬기, 아무 계획 없이 혼자 훌쩍 드라이빙, 그냥 책 읽기, 잠자기, 슬픈 거 보고 울기, 멍 때리기, 목욕탕, 수영장 등 시간이 되는 곳으로 가서 물놀이, 묵상기도와 말씀 보기, 주변 정리, 모바일 액션 게임, 수다, 청소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그때그때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해결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마음에 와닿는 방법이 다른 것 같아 이외에도 어떤 종류의 해소법이 있는지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신체 body를 중심으로 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


- 오렌지 껍질을 벗기며 향을 맡는다.


- 불포화 지방산과 칼륨이 풍부한 아보카도를 먹는다.


- 초록색을 볼 수 있는 공원을 산책한다.


- 편안하고 부드러운 템포의 음악을 듣는다.


- 땀 흘리게 뛰거나 스트레칭을 해서 몸을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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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mind을 중심으로 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


- 걱정거리를 노트에 적어 본다.


- 친한 친구와 외출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나 동영상을 보며 크게 웃는다.


-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 아끼는 사람과 포옹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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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sprit을 중심으로 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


-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 자신의 숨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본다.


- 종교가 있다면 미사나 예배에 참석해서 다른 이를 위해 기도한다.


- 옷장, 책상, 컴퓨터를 정리한다.


- 자신이 정말 해보고 싶은 것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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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방법으로 스트레스가 풀리면 좋겠지만 이 나라 아버지들, 직장인들은 그냥 술 마시고 뻗어서 자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 풀려다가 몸만 축나는 경우가 많고. 조직을 떠나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회사를 옮기는 거나 그만두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다른 조직으로 옮기거나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스트레스는 없어지지 않는다. 결국 자신만의 방법을 잘 찾아서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앞서 힘들어하는 분(#1)과 코칭을 마치고, 다음 분과 코칭을 하다 이런 방법을 찾아냈다. 그분은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아래 직원에게 그대로 내려주기 싫다고 했다. 그렇게 하기 보다 좋은 기운을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답을 찾아보다 힘들수록 직원들이 잘한 점을 찾아 인정하고 칭찬하기로 했다. 그러면 어떨것 같냐고 묻자 그들이 행복하고 즐거워하면 자신도 에너지가 오를 것 같다고 한다.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스트레스를 못 버티는 사람은 자신 안의 에너지가 동난 사람들이다. 지치고 방전된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버텨낼 수가 없다. 자신의 마음속에 힘든 게 있다면 일단은 덜어내자. 그리고, 좋은 것으로 채워 넣자. 잘 채워지지 않는다면 먼저 주변 사람에게 인정과 고마움을 나눠주자. 그렇게 하면 기쁨과 행복이 돌아와 나의 에너지를 올려줄 것이다. 기억하자. 충전할 수 없다면 결국은 방전되고 만다. 방전되고 더 이상 켜지지 않는다면 거기서 끝이다.






[이형준의 모티브 74] 잘못하면 죽어요


직장인의 성공을 위한 팟케스트 <3040 직딩톡>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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