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78]
A 팀장은 팀원과 세일즈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 팀장은 일장 연설을 쏟아낸다. "전쟁에서 적을 이기려면 적을 알아야 한다. 해당 고객에게 얼마 정도의 세일즈가 가능한지, 경쟁상황은 어떠한지, 그중에 얼마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일에 들어가기 전에 작전을 짜야한다." 스피드 있게 자신의 말을 쏟아내고는 말한다. 알았으면 나가서 일하라고. 팀장을 향해서 눈도 마주치지 않던 팀원의 얼굴을 보았다. 마치 너는 내 맘을 아느냐는 눈빛이다.
B 팀장은 토론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고 한다.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면 다 받아칠 수 있다고 한다. 그와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가 있었다.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꺼내놓는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대화의 핵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이야기가 자신을 중심으로 얼마나 본인이 뛰어난지, 얼마나 좋은 경험을 했는지, 얼마나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표정은 '또 시작이군’ 하는 표정이다.
그들의 입에서 자신은 ‘달변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말 잘하는 사람과 이야기했을 때 이렇게 고구마 씹어 먹을 때처럼 답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부 주제나 어느 순간에는 말을 잘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왜 이렇게 대화를 답답하게 만들지'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이들은 이런 특징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뛰어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자신감이라고 하기보다는 조금 자만심에 가깝다. '내가 이렇게 잘 알고 있어, 내가 뛰어나니 너희는 내 말을 들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자신의 생각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을 많이 하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모든 이야기는 흐름이 있다. 기승전결이 있고, 처음부터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상대방이 이야기를 펼치려고 할 때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니 대화는 본질로 향하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거나 산으로 가고 만다.
그래서 그들은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말 잘하는 사람이 정작 자신에게 중요한 이야기는 듣지 못하는 현상을 본인에게 알려줄 때 나는 그동안 ‘달변가 패러독스’라고 말했다. (말을 잘해서 말을 잘 못 듣는 현상). 차마 그들에게 '당신은 달변가가 아니라 다변가라 그래요'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웠으니까.
달변가 패러독스에 빠진 이들을 위해서 보통 이런 피드백을 해준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왜 그런 문제가 생겼나요?'라고 물어보면 문제의 원인을 '팀원이 잘못해서 그렇다. 상사가 문제다. 혹은 회사 시스템의 문제다'라고 대답한다. 자신은 거기서 쏙 빠진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의 바깥쪽 에서만 찾으면 본인이 할 것이 없어진다. 이럴 때는 해당 문제의 해결도 어려워지고 문제가 해결되어도 자신의 바깥쪽만 해결되니, 정작 자신에게는 발전이 없다. 문제를 해결할 때 고생했던 사람들은 거기에 빠져있던 사람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보통 이들은 상대방이 한 마디를 꺼내놓으면, 그것에 관련된 이야기를 아홉 마디는 쏟아낸다. 그러다 보면 대화는 그들 중심으로 흘러간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니 상대의 상황,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듣지 못한다. 상대는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했다가 말만 하면 엉뚱한 소리, 말만 하면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상대에게 질려 결국은 대화를 포기하게 된다. 정작 자신에게 해주고픈 보물 같은 피드백을 듣지 못하니 결국 본인만 손해다.
그들은 어떻게든 말을 만들고 대답을 하려고 하다 보니 대화의 기준이 흔들릴 때가 많다. 본인은 변명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을 하고는 계속 변명을 한다거나. 행동이 중요하다고 대답하고는 말만 하거나. 수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놓고는 정작 자신은 실천하지 않는다. 사람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된다.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허풍쟁이, 거짓말쟁이라고 부른다. 그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그릇을 생각해보자. 내가 밑으로 낮추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지만, 나 잘 났다고 바닥을 드러내고 뒤집어져 있으면 아무것도 담을 수 없다. 사람도 그렇다. 할 이야기도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겠지만 나를 낮춰야 담을 수 있다. 말은 잘하는데 사람들은 자신을 미워하는 모순 같은 상황에 빠져 있다면 기억하라. 달변가 패러독스! 당신은 변해야 한다.
[이형준의 모티브 78] 달변가 패러독스를 아시나요?
직장인의 성공을 위한 팟케스트 <3040 직딩톡>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