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54]
남자 셋이 모이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직장, 가족, 친구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지만 꼭 빠지지 않는 주제가 지금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가이다. 결론은 걱정이다. 개인마다 성향 차이가 있으니 문제의 원인과 해법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우려하는 부분은 미디어다. 객관적이고 신뢰할만한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자사에게 유리한 편향된 메시지를 내놓다 보니 언론이 오히려 국민들 싸움을 붙이는 꼴이다.
인터넷을 살펴보면 클릭을 유발해서 돈을 벌고자 하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는 동영상 등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머리를 어지럽히는 뉴스와 주장이 넘쳐난다. 이제 언론이라고 말하기에 범위도 너무 넓어졌다. 기존 매체 이외에 유튜브에서 개인들도 배설하듯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가끔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말도 안 되는 뉴스를 믿고 계셔서 황당할 때도 있다. 사실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내용이 다르게 보이고, 의미도 변하기 때문에 무조건 내 말이 맞다고 우기기도 힘들다. 이렇게 정신없는 세상인데도 나라가 망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경우에 따라서는 나 역시 믿고 있던 사람이 그렇지 않았다고 드러날 때도 있다.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정말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었던 황우석 박사, 직장인의 신화로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 대통령, 자신은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박근혜 대통령도 처음에는 믿었었다. 하지만 결과는 거짓과 허구, 배신이었다.
자신의 이속을 차리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 데도 이 사회가 지켜지고 성장하는 이유는 묵묵히 제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해내는 평범한 어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돈보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 위험한 화재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소방관, 시장에서 거짓 없이 판매하는 상인, 예의 없는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가르치는 선생님, 밤을 새며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일을 충실해내는 직장인들 덕분이다.
이런 진정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를 이끌어 간다. 진정성이라는 영어 단어 Authenticity의 어원은 그리스어 ‘authentes’에서 왔다. ‘자기 자신'을 뜻하는 아우토스 autos 와 ‘되다’의 헨테스 hentes가 합쳐진 것이다. 곧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진정한 것이다.
내 자신이라고 하면 '내가 그리는 모습'이 있고, ‘현실'의 내가 있다. 내면과 외면의 삶의 모습이 다르지 않은 게 진정성 있는 사람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원하는 모습과 현재의 자신과는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줄여서 자신이 원하는 내가 되도록 하는 것이 성장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말과 행동의 차이가 크면 허풍이 심한 사람, 위선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진정한 내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인생에서 꼭 되고 싶은 나, 그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되고 싶은 모습을 알아야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야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자신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런 자신의 지향점이 잘 안 그려질 수 있다. 혹은 뭔가 어설프게는 떠오르지만 명확하게는 모를 수도 있다. 그래서 성장에서 성찰이 필요하다. 그림을 그릴 때도 처음 선 하나하나 그릴 때는 무엇인지 잘 안 보이다가, 스케치가 완성되고, 색을 칠해가면서 무슨 그림인지가 분명해지는 것처럼 자신의 인생도 어떻게 그려나갈지 생각하고 실천해가면서 그 모습이 분명해진다.
지금부터라도 생각해보자.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있고 부족한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채워나갈지. 가끔은 나를 아끼는 주변 사람에게도 물어보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이고,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더 잘 성장하는 것인지.
본인은 다른 사람보다 자신을 더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나를 분명히 알기 위해서는 말이 아닌 행동을 보아야 한다. 말은 거짓말을 해도 행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행동으로 꾸준히 쌓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