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55]
하늘이 답답하게 뿌옇다. 두껍게 내려앉은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나서야 한다. 잠시 걷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먼지로 뒤덮인듯하다. 집에 돌아와 옷을 정리하는데 왠지 옷에서도 흙냄새가 나는 것 같다. 미세먼지를 빨리 없애주었으면 하는데 해결책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의 원인이 큰 듯한데 그들은 아니라고 하고, 국내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어렵기만 하다.
창밖에 서서 밖을 내다보면 누렇고 뿌연 하늘이 왠지 영화 ‘마션’에서 보았던 화성 속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우리도 앞으로 집 안에서 따로 식물을 재배하고, 밖에 나갈 때는 우주복을 입고 나가야 하는 시간이 오지는 않을까? 스티브 호킹 박사의 말처럼 지구를 포기하고 다른 행성을 찾아 나서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랴? 아직까지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이 역시 가능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는 앨런 머스크의 역할이 크다.
그 역시 처음부터 미래가 밝았던 것은 아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그는 똑똑하기는 했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관계가 좋지 않았다. 왕따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 동안 그는 우주를 동경했다. 학생 시절 이혼한 아버지에게 맡겨진 그는 부친과의 관계도 최악이었다. 이후 어머니의 도움으로 캐나다로 넘어가면서 자신만의 꿈을 키워갈 수 있었다. 대학 공부를 하면서 미국으로 갔고 물리학과 경제학을 동시에 배우며 미래를 준비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비즈니스로 자동차, 에너지 산업, 우주산업의 세 개 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 인터넷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으로 돈을 모았고, 온라인 송금 서비스를 준비하다 망하기 직전 페이팔이라는 이름으로 합병한 후 이베이에 팔면서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 이후 테슬라와 에코시티, 스페이스엑스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사업들은 예전에 만화에서 미래는 이렇게 될 거야라고 상상하던 사업이었다. 먼 훗날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꿈만 꾸던 사업들을 그는 현실로 만들고 있다. 누구나 상상했기에 이 모두가 앨런 머스크의 아이디어라고 할 수는 없다. 그 분야에 먼저 진출하고 있던 기업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투자가 어렵다거나 기술적인 한계, 수익모델 부재 등 현실적인 문제들로 많은 이들이 이러한 사업은 당연히 안될 거라고 여기고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당연히 안된다고 한 부분에 앨런 머스크는 질문을 던졌다. “자동차는 꼭 기름으로 가야 할까?”, "자동차를 저절로 가게 만들면 안 돼?”, “차가 막히는데 지하에 도로를 뚫어서 순식간에 이동할 수는 없을까?”, “우주 로켓을 한번 쏘는데 천억 원 가까이 드는데, 그냥 버릴 게 아니라 다시 쓰면 안 돼? 당연한 것에 대한 질문과 그것에 대한 해답으로 그는 자율 주행 전기 자동차, LA의 지하터널, 펠콘 헤비 로켓 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기술과 제품, 서비스가 바로 한 번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테슬라 로드스타를 만들 때는 배터리와 변속기에서 연달아 문제가 발생하면서 출시는 계속 미뤄졌고, 스페이스 엑스의 로켓 발사 실험도 3차까지 모두 실패했었다. 이런 문제는 경제적 문제뿐만이 아니라 가정에도 문제를 만들어 두 번이나 이혼하게 만들었다.
반복되는 실패는 '그런 것은 당연히 안된다', '그것은 너무 어렵다', '불가능하다'는 고정 관념을 만든다. 그래서 이와 관련해서는 쳐다도 안 보게 만들고, 비슷한 문제만 보여도 피해 가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뜨릴 때 생각지도 못한 도약을 이룰 수 있다. 개울가에서 물고기나 가재를 잡을 때도 원래 큰 놈들은 큰 돌멩이 밑에 숨어있다. 그런 것처럼 고정관념이 클수록 그 밑에는 큰 이익이 숨겨져 있다.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당연히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당연히 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문제 해결이 당연하다고 가정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자. 너무 현실에 얽매이지 말고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해보자.
우리가 지금 고통받고 있는 미세먼지와 황사 문제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 국민이 제안되는 환경 문제 해결 아이디어에 전적으로 참여한다면 뭘 해보면 좋을까? 돈이 무한정 많아서 예산의 한계가 없다면 어떤 것을 도전해 보면 좋을까?
중국 사막에다가 나무를 쫙 심어서 이익을 나누는 협업 사업? 나무가 자라기 전까지 사막을 천으로 덮어놓기?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전 국민 재택근무? 미세먼지 발생 공장에는 무조건 저감장치 설치? 황사와 먼지가 한쪽으로 흐르게 만드는 에어 터널 기술 개발? 개인용 공기 정화 기구 제공? 건물 외부에 에어 커튼 설치? 황사가 심한 날엔 모든 건물이 물청소? 도로를 먼지 정화필터로 활용? 수많은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그중에 쓸만한 것, 쓸만한 부분만 가져다 쓰면 된다.
먼지보다 작은 문제라도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현재 본인에게 느껴지는 어려움이 불가능이라고 느껴져도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말자. 당연히 안된다고 생각하면 답은 안 보인다. 당연히 된다고 생각하고 답을 찾자. '지금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답은 분명히 있어. 그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생각해야 도전과 실패의 한계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어려움을 깨부수든, 들어내든, 넘어가든 할 수 있다.
미래가 아무리 뿌해 보여도 된다고 생각하고 답을 찾자. 가는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지고, 된다고 생각하고 답을 찾아야 안 보이는 미래도 만들어갈 수 있다. 자신의 현실이 아무리 비루하고 힘들게 느껴져도 그렇게 나아가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