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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준 Nov 09. 2019

상사에게 노 No라고 말할 때

[이형준의 모티브 46]


수요일 아침 9시 프레젠테이션, 11시부터 진행되는 강의 일정 때문에 아침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한 시간 정도에 마치고 적어도 10시에는 달려나가야 한다. 40분 전에 도착한 건물 1층에는 주차할 자리가 없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니 입구에서 무슨 일로 왔는지 묻는다. “피티 하러 왔습니다” 바리케이드가 올라가서 앞으로 자리를 찾으며 들어간다. 비어있는 곳을 보니 차 번호가 적혀있는 지정석 아니면 장애인 석이다. 


© fuerte



천천히 앞으로 가는데 갑자기 창문을 텅텅텅 두드린다. 아까 그분이다. 갑자기 화를 낸다. “어딜 간다고 말을 해야지”. 얼굴을 보니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아까 피티 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짜증스러운 말투로 묻는다. “누구 만나러 왔어요?” 아침부터 짜증 내는 말을 들으니 나도 화가 확 올라온다. 하지만 오늘은 꽤 중요한 날이고,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분이라 공손하게 대답했다. “사장님 보고 때문에 왔어요.” “네? 누구요?”. “사장님께 발표할게 있어서 왔어요” 사실 사장님까지 나올진 확실하지 않지만 임원진 보고니 그렇게 이야기했다. 


순간 “아 그래요? 그럼 이쪽에다가 차를 대세요”하시면서 뒤쪽에 지정석을 가리키며 손수 자리를 안내해 준다.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일 끝나고 바로 나가야 하니 순순히 그 자리에 주차를 했다. 차에서 내려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몇 층을 가냐고 묻는다. 발표장 층수를 이야기하고 안내해준 엘리베이터로 향하는데 뒤에서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사장님 손님 올라가십니다.” 왠지 뒤통수가 뜨끈뜨끈하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분과 싸워서 좋을 일은 없다. 특히 회사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신의 직속 상사가 아무리 힘이 없어도 윗자리로 올려주기는 힘들지만, 발목 잡기는 쉽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할 말을 잘한다고는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말 잘못 했다가 찍히는 경우도 많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일만 가중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일을 하다 보면 서로의 생각이 다르거나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아직까지 상하관계가 분명한 조직에서는 윗사람의 이야기에 반론을 말하기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일에 있어서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더라도 제대로 이야기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싸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회사 생활은 고달파진다.


그렇다면 어려운 상사에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노 No라고 이야기하고 내 의견을 설득할 수 있을까?


먼저 노 NO라는 말 대신 다른 표현을 찾아본다. 아무래도 말 자체가 주는 자극과 뉘앙스가 있다. 어떻게 말해도 ‘노', '그건 아닌데요’ 이런 말은 본능적으로 반발을 일으킨다. 나이 많은 분 자존심 건드려서 좋을 일 없다. 꼭 너의 의견이 잘못되었다고 대놓고 상사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같이 싸우자'라는 말이다.  


직접 싸울 필요 없다. 더 좋은 안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팀 전체로 봤을 때 더 좋은 안이라면 그것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된다. “상무님, 저희 팀의 성과를 위해서는 A안보다 B안이 이러이러한 이유로 더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그 이유와 데이터를 가지고 설득하는 것이 좋다. 이럴 때 자료를 만들어서 이야기하게 되면 서로 자료를 쳐다보며 이야기하게 되니, 공격의 화살이 개인이 아니라 아이디어로 향하게 된다. 내가 다칠 가능성이 확 줄어든다.


이럴 때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판단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회사가 가는 방향은 무엇인지, 우리 팀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신의 역할은 무엇인지 설득해야 하는 상사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그렇게 기준을 마련해 놓아야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이 기준이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팀장님, 전에 저에게 중요한 것은 A,B,C 순이라 말씀하셨는데, 그걸 기준으로 한다면 C를 이렇게 오래 하는 것은 비생산적인 것 같습니다. 팀의 생산성을 위해서 A에 집중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이렇게 하면 원하는 데로 A를 하라고 하던지, 아니면 우선순위가 조정되어 마음의 갈등 없이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표현을 할 때 중요한 것은 '팀을 위해서'다. 똑같은 말을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팀장님, 이거 해주세요. 이것 없으면 못해요” 이렇게 우기면 자신만을 위해 떼쓰는 것 같고 이기주의로 보인다. “우리 팀 성과를 내려고 이렇게 해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부족하네요. 도와주시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팀장이라면 누구를 도와주겠는가? 팀장이라고 시간 많고 예산 많은 것 아니다. 기왕이면 팀과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에 자원을 투자하고 싶어진다.


원래 싸움이란 내가 유리할 때 들어가는 것이고, 불리할 때는 빠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피해를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 분위기를 잘 봐야 한다.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내가 꼭 설득해야 하는 안이 있다면 언제 가서 말하는 것이 좋을까? 기왕이면 기분 좋을 때 들어가는 것이 좋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기분 좋을 때는 모든 이야기가 좋게 들린다. 기분 나쁠 때는 그 반대다. 이런 분위기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통 많이 깨지는 분들이다.


잊지 마시길! 예의 바른 동방 예의지국에서 윗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것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깨지게 되어있다. 예의는 삶의 기본이다. 나이 많은 분을 대할 때는 공손해야 한다. 그래야 주차장에서든 사무실에서든 더 좋은 자리를 얻게 될 것이다.


© faithmi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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