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시대의 인재경영
지속가능한 조직을 위한 인적자원 전략
현대 기업경영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닌 생존의 조건으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 해외자본 유입, 고객 신뢰도 제고 등 기업 운영의 모든 영역에서 ESG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ESG를 대기업이나 수출기업만의 이슈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으나, 실제로는 기업 규모나 업종과 무관하게 모든 국내 기업들이 마주해야 할 변화의 물결이다.
특히 ESG 경영의 성공적 실현과 지속적 운영에서 인적자원의 전략적 관리는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고 보유하는 것, 구성원들의 ESG 관련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 그리고 ESG 철학을 바탕으로 조직문화를 재구성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핵심 과제로 대두되었다.
본 글에서는 ESG가 인적자원 경영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세 가지 핵심 분야에서 분석하고, 각 분야에서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어떤 전략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인재 확보 방법 - ESG를 활용한 매력적인 고용 브랜드 창조
ESG는 기업의 인재 확보와 보유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구직자들은 기업의 철학과 사회적 역할을 중요한 입사 결정 기준으로 활용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Deloitte)가 2022년 실시한 밀레니얼 및 Z세대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40%가 기업의 도덕적 가치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특정 직무나 조직에 지원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은 분명한 ESG 비전과 사명을 확립하고, 이를 인재 채용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나 기업 홈페이지 등을 통해 ESG 관련 활동과 실적을 명확하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구성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환경보호, 사회기여 활동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하여 ESG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유니레버(Unilever)는 '지속가능한 생활 프로그램(Sustainable Living Plan)'을 중심 경영 전략으로 도입하고, 환경 영향 저감, 건강과 복지 증진, 생활 품질 향상 목표를 추진해왔다. 이러한 ESG 경영 전략은 유니레버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고, 인재 확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유니레버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평판이 MZ세대 지원자들에게 강력한 매력 요소로 작용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스포츠 용품 회사 나이키(Nike)는 과거 열악한 근로 환경 문제로 논란을 겪었으나, 이후 '지속가능한 혁신(Sustainable Innovation)'을 기업 전략의 중심으로 설정하여 변화를 주도했다. 나이키의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 캠페인은 제품 기획부터 제조, 유통까지 전 단계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제품 라인 확장과 혁신적인 생산 기술 도입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전략은 나이키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특히 MZ세대 인재들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이끌어냈다.
국내 기업들은 자사의 특성과 강점을 활용한 ESG 비전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지역사회와의 협력, 업종 특성에 맞는 친환경 실천, 투명한 지배구조 등 실현 가능한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채용 사이트나 면접 프로세스에서 기업의 ESG 가치와 활동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가치 지향적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고용 브랜드를 형성할 수 있다.
직무 역량의 진화 - ESG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전문성 개발
ESG는 직무 역량의 진화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0년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8,500만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대체되고 9,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상당 부분이 ESG와 연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탄소 배출 관리 전문가, ESG 투자 분석가, 지속가능성 컨설턴트, 순환경제 전문가 등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기존 직무에서도 ESG 관련 역량이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마케팅 담당자는 지속가능한 마케팅 전략을, 인사 담당자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고려한 인재 관리 정책을, 생산 관리자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생산 방식을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은 모든 구성원에게 ESG의 기본 개념과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각 직무별로 필요한 ESG 역량을 정의하여 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외부 ESG 관련 교육이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업무에 ESG를 접목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2020년 1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성 스킬 이니셔티브(Sustainability Skills Initiative)'를 통해 모든 구성원에게 기본적인 지속가능성 교육을 제공하고, 직무별로 특화된 ESG 역량 교육을 실시했다. 특히 엔지니어링 팀은 에너지 효율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클라우드 인프라의 탄소 발자국 감소 등에 대한 심층 교육을 받았다. 이러한 ESG 역량 강화는 클라우드 서비스 'Azure'의 에너지 효율성 개선과 'Microsoft Cloud for Sustainability' 출시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혁신으로 발전했다.
국내 기업들은 자사의 업종과 규모에 맞는 ESG 역량 개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 기관, 상공회의소, 산업협회 등에서 제공하는 ESG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통해 비용 효율적으로 구성원들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월 1회 ESG 학습의 날을 지정하거나, 부서별 ESG 챔피언을 선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속적인 학습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조직문화의 혁신: ESG 가치 중심의 기업문화 조성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이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ESG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넘어, 조직 전체의 문화와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미션, 비전, 핵심 가치에 ESG 요소를 명확히 포함시키고 이를 내부에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ESG는 최고 경영진부터 실천되어야 하며, 경영진이 ESG 관련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 및 팀의 평가 기준에 ESG 관련 성과를 포함시키고, 이를 보상과 연계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또한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ESG 활동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참여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파타고니아(Patagonia)는 '환경을 위한 비즈니스'라는 사명을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실질적인 경영 원칙으로 삼았다. 구성원들에게 환경 단체에서 유급으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회사 순이익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하는 '지구를 위한 1%' 캠페인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명확한 환경적 가치와 구성원 참여 프로그램은 파타고니아의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고, 낮은 이직률과 높은 구성원 만족도로 이어졌다.
시스코(Cisco)는 '포용적 미래를 위한 시스코(Cisco for an Inclusive Future)' 전략을 추진하며, 환경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디지털 포용성과 인적 자본 개발에 초점을 맞춘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시스코 네트워킹 아카데미'를 통해 전 세계에서 디지털 기술 교육을 제공하여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내부적으로는 '지속가능성 앰배서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모든 부서의 구성원들이 지속가능성 역량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기업 평판 향상과 인재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구성원 이직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국내 기업들도 ESG 중심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기적인 ESG의 날 운영, 부서별 ESG 목표 설정, 구성원 참여형 ESG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통해 ESG 가치를 조직문화에 내재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변화는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미래를 위한 ESG 인적자원 경영 전략
ESG는 미래 고용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다.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ESG 인적자원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첫째, ESG를 기업의 핵심 가치와 전략에 통합해야 한다. ESG는 단순한 추가 업무나 마케팅 도구가 아닌, 기업 경영의 근본적인 원칙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최고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와 리더십이 필요하다.
둘째, ESG 관련 역량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모든 구성원이 기본적인 ESG 리터러시를 갖추도록 교육하고, 직무별로 필요한 전문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비용이 아닌,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셋째, ESG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과 연계해야 한다. ESG 관련 KPI를 설정하고, 이를 구성원과 팀의 성과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ESG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넷째, 구성원 참여형 ESG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ESG 관련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ESG 가치가 조직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ESG는 단순한 규제 대응이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전략이자, 미래 인재들이 기업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ESG를 중심으로 한 인적자원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며,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머스트뉴스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원문은 해당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