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1억 달러가 들어오는 순간, 금융의 게임이 시작된다. 사용자가 입금한 현금은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으로 발행되지만, 실물 세계에서 그 돈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발행사는 받은 현금을 즉시 수익을 내는 자산으로 전환하며, 바로 여기서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의 본질이 드러난다.
전통적인 결제 시스템에서는 고객의 돈이 유통사나 결제사를 거쳐 며칠 뒤 정산되는 동안 누군가 그 자금을 활용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구조에서는 발행사가 준비금 전체를 직접 운용하며, 고객이 코인을 보유하는 동안 발생하는 수익을 온전히 가져간다. 신용카드 수수료 23%를 지불하던 유통사가 오히려 연 45%의 투자 수익을 얻는 구조로 전환되는 셈이다.
발행사가 현금을 받으면 가장 먼저 단기 자금 시장으로 향한다. 미국의 GENIUS 법안은 준비금 투자 대상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주요 선택지는 만기 93일 미만의 미국 국채와 7일 이내 역레포 계약이다. 국채는 시장 변동성에 강하면서도 필요시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을 제공하고, 역레포는 국채를 담보로 단기 이자를 받는 구조로 상시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다.
실제 운용 방식을 보면 발행사가 직접 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하기보다는 프라이머리 딜러나 대형 수탁 은행을 통해 전용 분리 계좌를 개설한다. 사용자가 100달러를 입금하면 발행사는 수탁 은행에 예치하고, 은행은 발행사 지시로 90일물 국채를 매입한다. 동시에 블록체인 위에서는 100달러 상당의 스테이블코인 토큰이 발행되며,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자는 발행사의 운영 수익으로 귀속된다.
유통사 관점에서 보면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인프라를 소유하는 동시에 금융 수익을 창출하는 이중 전략이다. 이랜드나 아마존 같은 기업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면, 고객이 충전한 결제 대금은 미정산 상태로 발행사에 머물며 플로트 자금이 된다. 전통 방식에서는 결제사에 수수료를 내고 이틀 뒤 정산받았지만, 스테이블코인 방식에서는 수수료 지출이 사라지고 대신 준비금 운용 수익이 발생한다.
준비금 운용의 핵심은 안정성과 유동성의 균형이다. 발행사는 사용자가 언제든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자산을 배치해야 하므로, 장기 채권이나 고위험 자산에 투자할 수 없다. 대신 초단기 국채와 역레포 같은 안전자산에 집중하며, 만기를 분산해 매일 일정 금액이 현금화되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본질적으로 초단기 국채 펀드를 운용하는 금융 기관과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수익 배분 방식인데,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은 국채 이자를 사용자에게 배분하고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전액 가져간다. 전자는 예금 상품처럼 작동하고, 후자는 유통사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기능한다.
규제 환경은 준비금 운용 전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GENIUS 법안처럼 투자 대상을 제한하는 규제가 강화되면 발행사는 더욱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고, 수익률은 낮아지지만 신뢰도는 높아진다. 반대로 규제가 느슨한 지역에서는 고수익 자산에 투자할 여지가 생기지만, 상환 위기 시 리스크도 커진다.
결제 인프라의 관점에서 보면 스테이블코인은 자금 흐름의 소유권을 재편한다. 전통 결제 시스템에서는 카드사, 은행, 결제 대행사 등 여러 중개자가 수수료를 나눠 가졌지만, 스테이블코인 구조에서는 발행사가 준비금 운용 수익을 독점한다. 지출 과정에서 발생하던 비용이 수익 창출 기회로 전환되면서, 유통사와 플랫폼 기업의 재무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준비금 운용은 단순한 자산 배치를 넘어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다. 현금이 국채로 변하는 과정에서 발행사는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사용자는 편리한 결제 수단을 얻는 대신 준비금 운용 수익을 포기한다. 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지점에서, 누가 자금을 통제하고 수익을 가져가는가의 문제가 새로운 비즈니스 경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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