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우리 금고에 달러가 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는다. 시장은 주장이 아니라 숫자를 요구한다. 투명성 보고(Transparency Reporting)와 외부 감사가 스테이블코인 신뢰 구조의 마지막 퍼즐인 이유다.
실무에서 자주 혼용되는 두 개념부터 구분해야 한다. 증명(Attestation)은 특정 시점, 예컨대 1월 31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발행사가 주장하는 준비금이 실제로 은행에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보고서다. 감사(Audit)는 특정 기간 동안의 자금 흐름 전체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적절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더 정밀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전자가 스냅샷이라면, 후자는 동영상에 가깝다.
2026년 현재 대형 발행사들은 증명 보고서를 매월, 혹은 실시간으로 공시한다. 미국의 GENIUS 법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공시의 내용과 형식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단순히 "현금 및 국채 보유"라고 뭉뚱그리는 방식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법안이 요구하는 공시 수준은 구체적이다. 보유 국채의 만기일, CUSIP 번호(채권 식별 번호), 역레포(Reverse Repo) 계약의 거래 상대방까지 항목별로 리스트업해야 한다. 딜로이트(Deloitte)나 BDO 같은 글로벌 회계법인이 수탁 은행 잔액을 직접 대조하고 서명한 보고서라야 공식 효력을 갖는다. 보고 기준일로부터 영업일 10일 이내에 웹사이트에 공개하지 않으면 규제 위반이다.
기술의 진화는 이 기준을 다시 한번 끌어올렸다. 체인링크(Chainlink) 같은 오라클(Oracle) 네트워크가 수탁 은행의 API와 직접 연결되어, 준비금 잔액 데이터를 블록체인 위로 실시간 전송하는 구조가 등장했다. 한 달에 한 번 보고서를 올리던 시대에서 초 단위의 실시간 증명(Proof of Reserves, PoR) 시대로 넘어온 셈이다.
실시간 연동이 단순한 기술 과시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의 자동 제어 기능 때문이다. 온체인 발행량이 은행의 준비금을 초과하는 상황, 즉 과소 담보(Under-collateralized) 상태가 감지되면 스마트 컨트랙트가 추가 발행을 즉시 차단하는 회로 차단기(Circuit Breaker) 역할을 수행한다. 사람이 개입할 틈 없이 시스템이 스스로 신뢰를 지킨다.
투명성 보고는 규제 대응 수단이기 이전에 강력한 신뢰 마케팅 도구다. 발행사의 재무 상태와 무관하게 고객의 결제 대금이 얼마만큼 국채로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는지를 실시간 대시보드로 시각화하는 순간, 그 숫자 자체가 고객을 설득한다. 말이 아니라 데이터가 신뢰를 만든다.
2026년 초, 공시를 기한 내에 올리지 않은 일부 중소형 발행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사례가 실제로 발생했다. 투명성 보고의 적시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달러는 처음부터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핵심 키워드: 투명성 보고(Transparency Reporting) / 증명(Attestation) / 감사(Audit) / GENIUS 법안 / CUSIP 번호 / 실시간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s) / 오라클(Oracle) / 회로 차단기(Circuit Breaker) / 과소 담보(Under-collateral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