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스테이블 코인의 실체

by 심준규 Jace Shim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달러로 취급받았다. 변동성이 극심한 암호화폐 시장에서 잠시 피신하는 대기 자금, 혹은 거래소 간 이동을 빠르게 처리하는 수단 정도였다. 그런데 2026년 현재, 이 판단은 완전히 뒤집히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더 이상 가치를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유하는 것 자체로 수익을 만들어내는 금융 상품으로 진화했다.


수익형 스테이블 코인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 하나는 리베이싱 방식으로, 지갑 안의 코인 개수가 이자만큼 직접 늘어난다. 100개를 갖고 있으면 다음 날 101개가 되어 있는 구조다. 다른 하나는 축적형 방식인데, 코인 개수는 그대로지만 코인 1개의 가치가 이자만큼 올라간다. 겉으로는 변화가 없어 보여도 속으로는 꾸준히 가치가 쌓인다.


기업 재무 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두 방식의 차이는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다. 리베이싱은 이자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세금 이벤트가 생긴다는 번거로움이 있고, 회계 처리도 복잡해진다. 반면 축적형은 처분 시점에 한 번만 손익을 계산하면 되기 때문에 기업 회계 실무에 훨씬 친화적이다. 최근 기업용 시장에서 축적형 모델이 빠르게 채택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수익형 스테이블 코인은 그 이자를 어디서 만들어낼까. 핵심은 준비금 운용에 있다. 발행사는 사용자가 맡긴 달러를 그냥 쌓아두지 않는다. 미국 단기 국채, 우량 기업 어음, 심지어 토큰화된 부동산 임대 수익권까지 다양한 실물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낸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바로 RWA(Real World Assets, 실물 자산), 즉 실물 자산 토큰화다. 부동산 임대 수익이나 기업 채권 같은 전통 금융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 올려 스마트 컨트랙트로 연결하는 구조다. 외부 데이터 제공자인 오라클이 실물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스마트 컨트랙트가 자동으로 수익을 배분한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이자가 지급되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이다.


RWA 토큰화는 스테이블 코인의 준비금 포트폴리오를 단기 국채 일변도에서 다각화시킨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국채 금리가 낮아지는 시기에도 부동산 임대 수익이나 기업 어음을 통해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 발행사 입장에서 준비금 포트폴리오 관리는 일종의 초단기 자산운용펀드 운영과 다를 바 없다.


이 구조를 기업 비즈니스 모델에 응용하면 흥미로운 전략이 가능해진다. 유통 기업이 자사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고, 납품 협력사나 고객이 그 코인을 보유하면 준비금 운용 수익의 일부를 이자로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기존 포인트 적립 프로그램과 겉모양은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포인트는 발행사의 서비스 안에서만 쓸 수 있는 폐쇄형 보상이지만, 스테이블 코인 이자는 현금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개방형 보상이다.


고객이나 협력사 입장에서 이 차이는 엄청나다. 쌓여도 어디 쓸지 막막한 포인트보다, 달러 가치로 환산되는 이자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발행사 입장에서도 예치금이 늘어날수록 준비금 규모가 커지고, 규모가 커질수록 더 좋은 조건으로 채권을 운용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수익형 스테이블 코인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공급망 금융과의 결합 가능성이다. 납품 대금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지급하고, 협력사가 그 코인을 바로 현금화하지 않고 보유하면 이자를 받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발행사는 결제 대금의 실제 지출을 늦추면서 협력사에는 추가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윈윈 구조다. 전통 금융에서 어음이나 외상매출채권으로 처리하던 공급망 자금 흐름을 스테이블 코인이 재설계하는 셈이다.


물론 수익형 스테이블 코인이 장밋빛 미래만 그리는 것은 아니다. RWA 토큰화의 핵심 리스크는 실물 자산의 가격 하락이다. 토큰화된 부동산이나 기업 어음의 가치가 떨어지면 준비금 가치도 하락하고, 1달러 페깅이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선도 발행사들은 국채 비중을 핵심 버퍼로 유지하면서 고수익 RWA 자산을 조심스럽게 편입하는 보수적 운용 전략을 택한다.


규제 환경도 변수다. 미국의 GENIUS법과 유럽의 MiCA 규정은 수익형 스테이블 코인을 증권으로 볼 것인지 지급결제 수단으로 볼 것인지를 아직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영역이 있다.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 자체가 증권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발행사들은 법률 전문가와 함께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결국 수익형 스테이블 코인의 본질은 '프로그래머블 머니'라는 개념으로 수렴된다. 규칙을 코드로 심어두면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도 이자가 지급되고, 자산이 운용되고, 수익이 분배된다. 전통 금융에서 은행, 펀드, 자산운용사가 각각 따로 수행하던 기능들을 하나의 스마트 컨트랙트가 통합 처리한다.


스테이블 코인은 이미 단순한 암호화폐의 범주를 벗어났다. 기업 재무 전략, 공급망 금융,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을 동시에 재설계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변화를 기회로 읽는 기업과 그냥 지나치는 기업 사이의 격차는, 앞으로 5년 안에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핵심 키워드: 수익형 스테이블 코인 / RWA(실물자산 토큰화) / 프로그래머블 머니 / 리베이싱·축적형 모델 / 스마트 컨트랙트 / 준비금 포트폴리오 / 공급망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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