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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평안하게 영원히'

나의 퇴사일기(7)20230820

by Serena



축하해 당신의 끝을


공든 탑을 와르르 부수며

짜릿하게 웃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5년 간 반 평도 안되는 작은 나의 공간에서

한 방향만 바라보며

어떻게 그리도 몰입을 했던지


그렇게 삐뚤삐뚤 하지만

나의 손때가 가득 탄

흑백의 시간들로 쌓아올린 탑을


가끔은 약간의 햇빛과

약간의 바람이 스쳐가는

흰 빛 페인트로 칠해진 공간에

남겨둔 채 나는 문을 닫고 나온다.





과정, 물론 중요하다.

내가 그 과정 그 선의 선상에 있을때만


결과점, 끝을 아는 시점에서

마침표를 찍은 시점에서


그 선상의 과거는 마치 먼지쌓인

비디오테잎을 돌려보는 것 마냥

추억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우리가 예전엔 그랬는데'

'미래엔 뭐 하려고?'


이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수많은 밤들과 과정들은

그 때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고


지금은 현재 실존하는 나와 상황

이것 뿐인걸






채색하고 싶지 않다

포장하고 싶지도 않다


'행복하길 바라요' 는

'행복하지 않길 바라요' 만큼이나

의미 없는 허공의 외침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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