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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a Dec 20. 2023

용서가 아닌 이해

빈 현대미술관 Mumok 에서 오스트리아 사람을 이해하다

혼자 7일간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륙에 떨어져서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는 곳에서 지내다 보니

다양한 감정을 겪게 되고

다양한 상황을 겪게 되면서

인간이라던가 인생에 대해 깊게 고찰하게 되었다


빈에서 만난 98프로의 사람은 친절했고

2-3명 정도 생각보다 과도하게

친절해서 천사같은 사람도 만났다


그러나 난 예민한 성격이라

아주 친절한 사람들의 친절함에 감탄하기 보다는

10에 1-2명 나타나는 빌런의 행동들에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다


째 날은 오페라하우스의 옷 보관 직원이

비아냥거려서 숙소에 와서

유럽사람들이 왜 동양인을 혐오하는지

진짜 그 이유가 알고 싶어서 유튜브에

찾아봤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째 날은 슈퍼마켓 델리직원이

영수증을 던지는거에 마음이 다쳐서

또 혼자 우울해하며 생각해봤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사실 넷째 날 아침까지는

전날 슈퍼마켓 직원이 영수증을

던진 것 때문에 마음이 상해 있었는데

넷째 날 스벅(스벅은 전세계 어딜가나

친절이 보장된 곳이다)의 친절한 직원을

시작으로 비오는 날 새벽부터 한국에서

출발한 쉴 새 없는 여정을 촉박해하지 않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3시간 정도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정리하니,

결국 이것도 외부요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 자신이 견고하면 처음은 당황할 수 있지만

같은 외부요인에 그 이후부터는 거의 무시할 수

있게 된다


핵처럼 그 문제 요인의 중심부까지 들어가

이해를 하고 용서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맞고 옳은 건 아니지만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결코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어떠한 시간과 외부적 요인들로

그 사람들도 그러한 '꼴'을 형성하게 되었고


예컨대 우리가 공원을 걸으며

어떤 모양의 잡초가 있다고

그것 하나하나에 화가 난다거나

나와 연관지어 깊게 생각 안하듯


정확히는 모르지만 유럽의 웅장하고

유구한 역사도 모두 정답이 아니고

그 사람 개인개인과 그 역사마저도

추악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인정하니

빈이 한껏 편해졌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렇게 빈을 그리고 빈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현대미술관 무목을 갔기 때문이다


현대미술관은 정통미술관과는 달리

현 시대상, 현재 이 도시의 사람들이

어떠한 가치관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작품은 영상작품이었는데

빈에서 여태껏 봐왔던

너무나도 장엄한 빛을 띄고 있는

건물들과 다르게

그 역사, 건물들이 흑백처리되어

반복되는 음성효과음과

의자진동, 그리고 마치 마약을 한 듯

이 이미지들이 흔들리고

파편화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정확하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않았으나

역설적이게도 나는 이 작품으로

아주 많이 힐링이 되고 단단해졌다


아름다움을 극도로 강조하는 빈의 포장지와

실제 특정사람들의 불친절

그 갭이 나를 많이 힘들게 했는데

영상이 이면을 보여주며

다 까발려준 것이다

기대감이 사라지니, 편해지고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두 번째 작품은 1970년대 가량에

인간의 잔혹성, 폭력성에 관해

밀도있게 아트워크들을 제작해온

그룹의 작품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작품들을 보고

나는 상당히 힐링을 받았다

힐링이라기보다 다시금 깨닫게 되서

인식으로 인해 오히려 불안감이 사라졌다


결국은 유럽사람들도 똑같은 사람이구나

인간들은 별 수 없구나

이런 한계를 깨닫고 나니

유럽사람들도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그들이 특별히 잘나서 그런 행동들을

하는 것이 아닌 그들 내면에 인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천박함 등 숨기고 있는 면모들을

발현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빈은 격식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포장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들 중 일부가 그렇게 쉽게 천박함을

내비칠거라고 생각을 못했고

인간의 당연한 천박함으로 보면 됐는데

나는 복잡한 이면의 알맹이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골몰했다.


그것은 천박함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마지막은 페미니즘 영상이었다

빈은 다른 유럽과 마찬가지로

성과 아이덴티티에 대해 굉장히 단순하게 본다


즉 있는 그대로 성에 대해 개방적으로,

(난잡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터부시하지 않고 표현하고

예술을 통해 허세, 권위주의 등을

정면돌파한다


그래서 성문화에 대한 음지가 없고

실생활에서 공공장소 등에서도

음탕하거나 음흉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성에 의해 나의 아이덴티티가 타자로부터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영상을 보고

나도 대학생때 페미니즘에 대한

좋은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인터넷 등에서 페미, 페미 하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개념이 뭔지도 모른채

페미니즘에 대한 단어나 개념자체를

성별 대 성별의 대립으로 몰아가는 게

몰상식해보였다.


어쩌면 페미니즘은 남성들의 이슈가 아니다


여성이 현 시대에서 여성으로서

여성이라는 성별로서 어떠한 것에

국한되거나 제약을 받는 것이 아닌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주체적으로

여성의 성별로서 살아가는지에 대한 고찰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레오폴드보다

무목이 훨씬 생각할거리가 많고

인생 전반에 대해 33살이라는 나이에

아주 깊이있게 통찰할 수 있게 되어서

(잊고 있었다가 깨닫게 된 부분이 많다)


무목은 이번 여행에서 단순한 재미거리보다

가장 심연 깊숙히까지 나 자신의 앞으로의

인생철학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런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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