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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r 09. 2017

퇴근길

꼼꼼함에 대해서, 그리고 신입에 대하여

남자는 매장문을 닫고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이미 한밤중. 술에 취해 흥청거리는 사람들과. 남자와 마찬가지로 이제야 퇴근을 하는 사람들. 또는 헬렐레-(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진짜 헬렐레-. 한 표정이었다). 한 표정으로 어두운 곳을 찾아 떠나는 연인들. 남자는 그들과 반대의 방향으로 걸으며 핸드폰에서 브라운아이즈의 Brown city를 틀고, 이어폰을 꽂았다.


남자는 퇴근중이었다. 정시에 매장문을 닫고, 10분 내에 지하철 역에 도착하지 못하면 버스를 타고 집에 가야했다. 버스와 지하철의 차이는 약 30분 정도였는데, 남자는 30분을 더 자기위하여. 또는 그 30분간 다른 것(브런치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거나, 야식을 먹거나)을 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었다. 남자는 오늘 매장문을 약 5분 늦게 닫았으나, 다행히 신도림에서의 환승을 놓치지 않고 지하철로 집 앞에 위치한 송내역까지 올 수 있었다.


남자는 일을 꼼꼼히 하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일을 할때 속도도 중요하지만, 첫 번째는 퀄리티라고 생각하는 남자였다. 그러나 남자의 의지와는 다르게, 남자는 자신을 평가 할때 남자의 천성은 원래 꼼꼼하지 못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떄문에 확인하고, 다시 확인하고, 일을 수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타인들은 그런 남자에게 꼼꼼한 성격이라고 했지만, 남자는 혼자 생각하기를. 


'원래 꼼꼼한 사람이면 이렇게 확인은 하지 않을걸. 원래부터 꼼꼼했으니까.'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확인하는 것도 꼼꼼함의 범주의 속한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그래. 어찌됐든 나는 꼼꼼한 사람이다. 라고 남자는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남자는 카카오톡을 열어 신입에게 카톡을 보냈다. 밤 12시가 넘었기 때문에 신입이 그 내용을 지금당장 확인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다음날 첫 혼자 오픈 근무를 하는 신입이 혹시 중요한 임무를 까먹을 까봐, 노파심에 할 일을 적어 보냈을 뿐이다. 


신입. 남자는 문득 신입을 생각했다.

남자는 수 많은 일을 했었다. 일한 기간이 모두 길지 않았고, 그나마 오래 일 한 곳은 웨딩홀로 1년 6개월이었다. 그러므로 남자의 '직업에 대한 경력'이라는 소설을 낸다면, 신입이 압도적인 분량을 차지하고 있을 터였다.

신입은 힘들다. 일단 일이 손에 익지 않았고, 배운게 없기 때문에 힘들다. 노동은 일 인분을 해내면서, 자신의 실력을 늘려가야 했다. 좋은 상사를 만날 때도 있지만, 나쁜 상사가 사회에는 더 많다. 


글을 쓰며 생각을 해보니, 온통 나쁜 것 투성이다. 참. 세상에 신입만큼 불쌍한 존재도 없는 것 같다. 


남자는 세상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세상에는 올바른 일보다 잘못 된 일들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고, 그것들이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 생각을 품에 담고 살았다.

남자는 자신이 신입일 때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고, 자신의 후임들은 그런 고생을 안하기를 바랬다. 그 사소한 행동 하나가, 신입의 마음걱정을 덜어주고, 그 신입이 자신과 같은 생각으로 누군가를 생각해주고, 그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씩 세상에 퍼져나가 모든 잘못 된 것들이 바로잡히는 아주..거대하고..참 가망이 없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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