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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Oct 10. 2017

에스뚜체 -1-

사라질 추억의 장소

남자는 카페를, 아니 바리스타를 그만두기로 하였다.


꽤 오랜 기간을 일을 했었다. 총 3년의 일을 했었는데. 카페베네, 죠 샌드위치, 에스뚜체, 커피빈 등 다양한 매장을 거쳤었다. 

그중 '에스뚜체'는 남자의 바리스타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에스뚜체'는 남자의 집 앞에 위치한 자그마한 개인 카페였는데, 남자와 에스뚜체의 인연은 가게와 손님의 입장이었다. 조그마한 개인카페였지만 남자가 사는 송내역 앞에서는 독보적인 커피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고, 푸근한 인상의 점장님과 나누는 잡담도 또 하나의 특별한 스페셜리티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쉬는 남자에게 점장님이 카페 경력도 있으니 이 곳에서 일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고 남자는 그 제의를 받아들이며 가게와 종업원의 사이가 되었다.


그 당시 송내역 앞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직접 로스팅을 하고, 원두를 판매하고, 핸드드립을 내리는 카페였다. 게다가 1인이 매장 근무를 하고 교대를 하는 시스템이라 사실상 거의 남자는 혼자 카페를 경영하는 경험을 해보기도 했던 것이다. 월세가 얼마인가. 공과금이 얼마인가. 재료의 원가. 재료를 손질하는 법 등등.

게다가 마음씨 좋은 점장님이 일하는 도중에 손님이 없으면 글을 써도 된다고 허락하셨기에 카페에 노트북을 가져다 놓고 '멀라이언 스노우볼'을 쓰기도 했던 장소다.


남자는 에스뚜체를 그만두고 나서도, 가끔 에스뚜체를 들렸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점장님과 이런저런이야기도 하고, 점장님의 막내아들과 놀기도 하면서.


그렇기에 남자는 바리스타를 그만두려고 결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에스뚜체를 들렸던 것이다.


남자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점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놀랍게도 점장님도 카페일을 그만둔다는 말을 들었다. 카페는 이미 매매가 완료된 상황이었고, 인수자가 내일 와서 커피를 배울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점장님은 이제 캐나다로 떠난다고 하셨다. 가족 모두와 함께 이민을 갈 예정이라고.

아. 이 곳도 사라지는구나. 모든 것은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그 중 좋아했던 것들이 사라지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 때, 남자의 마음속에서 뭔가 떠올랐다. 나에게도 추억의 장소, 점장님에게도 추억의 장소인 이 에스뚜체를 그려서 점장님에게 선물하자.



캔버스는 8호. 점장님이 캐나다로 가실때 편하게 들 수 있게끔 자그마한 사이즈로 골랐다.

남자는 점장님이 보내주신 카페 전경 사진을 보고 스케치를 완료했다. 음. 언제봐도 좋은 풍경이야.




먼저 제일 넓은 부분인 카페 내부의 벽과 외부의 벽, 그리고 가게 간판을 칠해보았다.




그 후에 카페 앞에 있는 조그마한 자갈담의 색을 칠하고, 카페 왼쪽에 있는 자그마한 안내등(?)을 색칠했다.



카페의 내부에 있는 인테리어들을 조금씩 그려내고




안내등 뒤에 늘 서있던 안내판을 칠하였다. 남자는 자갈담에 한 번 검정색 선을 그어보았으나 오히려 별로라는 느낌을 받았다.

바닥은 조금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 다양한 그라데이션을 시도해보았다.




자갈담 위에 있던 화분을 색칠.




화분위의 풀을 조금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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