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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Oct 13. 2017

밤 중에 소란

신변의 위협을 느끼다.

남자는 퇴근을 하고, 그림을 그리다 열 두시경 잠이 들었다.


쿵. 꺄아악-. 귀곡성이 울려 퍼졌다. 남자는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살려주세요! 사람살려! 제발!

짧은 한국어 후에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가 울려퍼지고, 쿵.쾅. 하는 소리가 몇 번 이고 크게 났다. 남자는 자신의 문 쪽이 아니라 복도쪽에서 나는 소리임을 느끼고 귀를 기울였다. 이미 잠은 다 달아난 상태였다.


약 이십 분 간 쿵쿵 소리와 여성의 비명소리, 울음소리등이 들렸다. 남자는 핸드폰의 녹음기를 켜 소리를 녹음했다.

주위가 잠시 잠잠해진 틈을 타 남자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섰다. 복도는 어두 컴컴했고, 그 좁은 복도 사이로 각 방의 문들이 나열해있었다. 남자의 주머니에 마침 담배가 있었기에 담배를 잠시 피울까. 하는 생각으로 복도를 나서던 남자는 윗층에서 내려오던 여자 두 명과 마주쳤다.

잠시 남자를 살피던 여자 둘은 남자에게

"이미 경찰에 신고 했어요."

라고 말을 건넸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자들의 저 말은 아군과 적군을 파악하려는 수단이었던 것 같았다.


1층으로 내려오니 건물주인 목사님과 여자 둘, 남자 한 명이 나와있었다. 다들 이 난리에 잠이 깬 것 같았다. 우리는 추위에 떨며 경찰이 도착하기를 기다렸고, 몇 분 후에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은 총 두 분이었는데, 나이는 지긋해 보였으나 모두의 신뢰를 얻을 만큼 덩치가 컸고, 꾹 다문 입술에서는 관록이 느껴졌다. 우리는 경찰을 앞세워 소란의 근원지인 202호로 다가갔다.

경찰 두 분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누구세요?"

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찰분들은 주위의 신고가 들어왔다며 문을 열라고 했고, 그와 동시에 우리는 문 쪽에서 안 보이게끔 우르르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귀를 쫑긋 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들은 정보로 추측하건데 아마 여성은 가정폭력을 당한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남자는 누가 신고했냐며 악을 질렀는데, 그 말에 모두들 움츠렸던건 덤이다.


이 와중에 남자는 곤란한 상황에 닥쳤다. 어느정도 호기심과 소란을 해결한 사람들은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지만 남자의 방은 202호와 같은 라인이었기에 202호를 지나치지 않으면 방으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망설이던 남자는 복도 입구쪽에서 경찰분과 이야기를 나누던 여성을 지나쳐 자연스럽게 집으로 들어가는 행세를 했다.

그러나 남자는 신경이 쓰였다. 가해자로 보이는 남자가 계속해서 악을 질러대기도 했고, 신고자에게 앙심을 품은 것 같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남자는 내일 쯤, 퇴근길에 혹시 모르니 호신용 도구를 하나 장만 해야 될까. 라고 생각했다.

휴. 남자는 방 안에 누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2시. 오늘 잠들긴 글렀다.

그 때 남자의 귀에 경찰이 떠나는 듯 한 소리가 들렸다. 글을 쓰는 동안 들은 정보를 조합해보니  아직 202호의 여자와 남자는 같이 집에 있는 것 같아 남자는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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