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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Oct 06. 2017

혼자 사는 남성 예술가의 삶의 모습

일을 하고, 밥을 먹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남자는 느지막히 일어났다. 오늘부터 야간일의 시작이기에, 일부러 어제 새벽 5시까지 깨어 있었다.


혼자 산다는 것. 그것은 거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나뉘었다.

장점은 퇴근을 한 후에는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혼자 살기에 1인분의 식사, 청소, 빨래를 해결하면 되었다. 그 모든 것을 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겨우 30분 내외였고, 나머지의 시간은 무엇이든 해도 상관 없었다.

주로 남자는 이 시간동안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간단하게 게임을 하고, 음악을 감상하고, 유투브를 하였다. 

이것은 남자가 추구하는 삶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였는데, 남자는 그림이나 글로 커다란 목표를 지향하고 있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자유와 시간, 그리고 돈이 필요한 삶이었다. 돈은 직장 생활로 충당할 수 있으나, 이런 자유는 혼자 사는 것에서만 올 수 있는 희귀한 것이었다.

단점은 아주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남자는 외로움을 최대한 달래려고 노력했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자꾸만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하고 싶고 누군가의 숨결을 느끼고 살결을 느끼고 싶을 때는 붓이나 키보드를 잡았다.

그러나 붓이나 키보드에서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누르는대로, 움직이는 대로 반응 할 뿐이었다.

무생물은 변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정확하게 순리대로 흘러간다.

생물체는 모든 것이 변수였다. 들숨, 날숨은 늘 달랐고 똑같은 말을 하지 않고 늘 다른 말을 했다. 살아있는 것이라 마음이 존재해, 그 마음이 가는대로 움직였다. 오늘이 달랐고 내일이 달랐다.

글과 그림은 분명 훌륭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만지지 않는 이상은 어제와 오늘, 내일이 같았다.


남자는 왜 그렇게 훌륭한 명작들도 한 인간의 삶만큼의 가치가 없고, 훌륭하지 못한 지를 밝혀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남자에게는 여자가 필요했다. 남자는 젊었고 육체가 건강했고, 외로웠기 때문이다.

남자는 평소 이성관계에 있어서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평을 듣는 일이 많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그동안 겪었던 사랑의 아픔을 다시는 겪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는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하는 성격이었기에, 한 번 헤어질 때마다 마치 심장이 쪼개는 지는 듯한 아픔을 겪었다. 그것은 심상의 아픔이었다가, 가끔은 신체의 아픔으로 동반되기도 하였다.

아마 사람의 마음은 각자의 인생에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이 있고, 남자의 내구성은 아주 아주 낮은 편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곤 하였다.


그러니 참. 뭐랄까. 진퇴양난인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한 걸음 다가가야 하는 것인데, 혹시나 다가올 아픔이 두려워 한 걸음 다가가지 못하는 상태였다. 결국은 극복해나가야 할 문제긴 하지만. 도대체 이 문제가 언제쯤 해결이 될런지.


그러니 외로움은 해결이 될 수 없었다. 평생 끌어안고 살아야 될 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글과 그림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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