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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Nov 22. 2017

공장 생산직에 관한 이야기 - 두 달 째

2017.9.21~2017.11.21

남자는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시간은 오전 6시 57분. 

시간이 얼마 없었다. 남자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머리만 감고 출근하기로 했다. 면도를 며칠 째 못한게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찬물로 대충 머리만 감은 남자는 서둘러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남자는 버스를 기다리며 핸드폰에 이어폰을 꽂았다. 출퇴근 시간에 잠시 듣는 노래들은 남자의 마음에 많은 위안이 되었다. 남자는 최근 스팅의 잉글리쉬 맨을 자주 들었는데. 뉴욕이라는 생소한 도시에서 느끼는 영국인의 마음이. 글쎄.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시흥이라는 타지에 살며 안산에 있는 공장에서 출퇴근 하는 부천 출신의 남자의 마음이...동했다고 해야되나.

여튼, 남자는 최근 스팅의 잉글리쉬 맨을 들으며 출퇴근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그것이 좋았다.


출근을 하고 아침을 먹었다. 아침 메뉴는 약 세 가지 였고 남자는 그 중 샐러드를 골랐다. 야채 샐러드와 조그마한 밥, 그리고 스프로 이루어진 아침을 먹은 남자는 여느 날처럼 흡연실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뽑고, 담배를 피우며 깨달은 것이 있었다.


남자가 회사를 다닌 지 정확히 두 달이 되는 날이었다.


벌써 두 달인가. 남자는 묘한 기분에 휩쌓였다. 

처음 공장에 왔던 때를 기억한다. 아니, 그 이전에 처음 아웃소싱 업체에 연락을 했던 때를 기억한다. 

알바몬에 써있던 '월 300 가능!'이라는 문구와, 그 내용을 읽어보면서 떠올렸던 즐거운 상상과 나쁜 상상.

처음 공장에 왔을 때는 어땠던가. 생각보다 훨씬 컸던 공장에 놀라고, 면접을 보면서 했던 걱정들.

두 달. 짧다면 짧은 시간, 길다면 긴 시간. 

남자는 담배를 한 대 더 피우기로 했다.


하루가 흘렀다. 공장에서 일하는 기간이 조금씩 길어질수록 하루는 그만큼 조금씩 더디게 흘러갔다. 아무래도 점점 일을 배우고, 일을 효율적으로 하게 되며, 밑에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는 탓이겠다.

첫 날에는 하품을 할 틈이 없었고, 한 달이 지나자 피곤함에 하품이 나왔고, 두 달이 되는 오늘. 남자는 처음으로 지루함에 하품을 했다.


집에 돌아온 남자는 고민에 빠졌다. 최근 자주 남자를 찾아오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남자는 사력을 다 하고 있었다. 주간에 근무를 하거나 쉬는 날이면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지만, 그럴 체력이나 시간이 없는 야근일때면 다른 것을 시도하고는 했다.  외로움을 느낄틈도 없이 일찍 자기. 맥주를 마시고 자기. 게임을 하다 자기 등.

그 중 최고는 


Yuhki kuramoto- paris in winter


라는 음악을 틀어놓고 자는 것이었다. 피아노로 연주되는 뉴에이지의 곡이었는데. 남자는 이 노래를 틀고 잘 때면 늘 눈 내리는 파리를 상상하곤 했다. 조그마한 단칸방에서 눈내리는 밖을 바라보며 잠이 드는 상상을 하며, 잠이 들 때면 세상 모든 것이 잊혀지곤 했다.


따뜻한 물로 몸을 씻고 보일러를 제법 올리고 가습기를 틀었다.자그마한 남자의 방이 금방 따뜻하게 데워졌고,

적당한 습도가 유지 되는 것 같았다.

남자는 Yuhki kuramoto- paris in winter 를 틀고 방바닥에 누웠고.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곧 있으면 월급이구나. 저번 달에는 삼 일 밖에 안쉬었으니 월급이 제법 많이 나오겠지. 12월 초에는 이틀을 쉬는데 그 때 집에 들려야지. 아버지 생신이 그 근처인데 뭘 선물을 할까. 아. 아버지가 좋아하는 마늘환을 선물해야지. 그림 그려야되는데....글도 써야 되는데. 아 맞다. 내일은 야간 출근이지. 일찍 일어나 그림 좀 그려야겠다. 배고파. 출근하기 싫다. 그래도 회사는 다녀야지. 월급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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