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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Nov 12. 2017

일상 - 2017.11.09

야간 근무의 일상

PM 03:30


남자는 늦게 일어났다. 야간 근무인 덕이다.

어제 술자리는 4차까지 이어졌다. 사람들은 술을 좋아했다. 반복되는 일상때문인지. 지루한 근무 탓인지. 외로움 탓인지. 술 자체를 좋아하는 것인지. 근무가 끝나고 남는 시간에 뭘 해야할지 모르는 탓인지. 아니면 그 모두인지.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여튼, 술을 좋아했다.

남자는 어제 자신이 십 만원을 결제한 사실을 떠올렸다. 성인 남자 다섯이서 2차에서 곱창, 4차에서 육회를 먹었고 그 2,4차를 남자가 계산했던 것이다.

흠...남자는 잠자리를 정리하고 핸드폰을 들어 통장의 잔액과 신용카드의 남은 한도를 확인했다.

월급까지 15일...넉넉하지는 않지만 문제가 생길정도는 아니었다.




PM 04:00


남자는 옷을 대충 입고 집 앞으로 나섰다. 속이 쓰렸기에, 해장을 하기 위해서다.

집 앞 감자탕집에서 뼈해장국을 하나 시켰다. 7천원. 남자는 다시 한 번 남은 잔고를 계산했다.


PM 05:30

집으로 돌아온 남자는 잠시 인터넷으로 이런 저런 정보를 수집했다. 최근 남자는 차를 하나 구입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매달 250이상의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자. 자꾸만 뭔가 가지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탓이다. 사실 부천에 있는 집에 차가 있었으나. 2007년에 생산된 탓에 차가 많이 낡아있었다. 음..남자는 800~1000의 금액대의 중고차를 알아보았으나, 썩 맘에 들지 않았다. 남자가 찾는 차는 1500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남자는 1500을 모으는대 걸리는 시간과, 그것을 할부로 했을 때의 다 갚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보고, 빠르게 생각을 접었다.


PM06:40

남자의 야근 통근 버스는 집 앞에 오후 07:24에 도착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남자는 샤워를 하고 집 앞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운 다음, 정류장으로 향했다.



PM07:40

버스가 회사에 도착했다. 남자는 야외 흡연장으로 가서 캔 커피를 뽑아들고 담배를 한 대 더 피운 다음 회사 안으로 들어섰다.


PM08:15

방진복을 입은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섰다. 전 교대조 였던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특이사항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으로 인수인계를 끝냈다. 그 후에, 사람들과 이런 저런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PM08:30

전 조가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남자가 속한 조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교대 시간에 들어온 제품들의 검사를 하고, 전 조가 인수인계한 사항들을 체크하는 것으로 일이 시작이 되었다.

제품들이 사무실에 오는 물량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때로는 한 시간에 100개가 넘는 물량이, 때로는 한 시간에 10개의 물량이 들어왔다.


PM10:30

첫 번째 쉬는 시간이 되었다. 남자는 동료들과 사무실을 나서 탈의실로 향하고 방진복을 벗고 외투를 걸치고 야외 흡연실로 나가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마침 주머니에 오백원짜리 동전이 하나 있어 따뜻한 캔커피를 같이 마셨다.


PM11:00

쉴새없이 물량이 들어왔다. 오늘은 바쁜날이다.

남자는 열 명의 조원중 여섯 번째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정신없이 지시를 내리고, 지시를 받고, 직접 일을 했다.

남자의 후임들이 규격에 맞게 일을 하는지 체크했고, 들어오는 제품들을 체크했고, 제품들을 검사했다.

남자는 바쁜날이 좋다. 시간이 빨리가기 때문에. 어차피 육체의 피곤함은 집에서 풀면 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은 어떻게도 해결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동료들과 수다를 떤다해도 잠시 뿐이었고, 시간이늘어지면 남자의 육체와 정신도 늘어지는 것이 싫었다.


PM12:00 

점심시간이자 야식시간이 되었다. 남자는 동료들과 사무실을 나서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사내식당으로 향했다.

줄이 길었기에, 남자는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야외 흡연실에서 담배를 한 대 태우고 다시 식당으로 들어왔다. 

식사를 마친 시간은 대략 12시 30분. 남자는 담배를 한 대 더 피우고 다시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사무실로 돌아와 쪽잠을 잤다.


2017.11.10 AM01:00


"불 키겠습니다-."

막내의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사무실에 불이 들어왔다. 남자는 컥-. 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렸다. 방금 컥-. 하는 소리는 내가 낸 것 같은데. 남자는 민망함에 괜히 모자를 고쳐쓰고 안경을 닦았다.

약 15분간의 쪽잠이지만, 달디 달았다. 남자는 기지개를 키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남자의 후임들이 규격에 맞게 일을 하는지 체크했고, 들어오는 제품들을 체크했고, 제품들을 검사했다.

남자는 바쁜날이 좋다. 시간이 빨리가기 때문에. 어차피 육체의 피곤함은 집에서 풀면 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은 어떻게도 해결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AM03:30

두 번째 휴식시간이다. 

남자는 동료들과 사무실을 나서 탈의실로 향하고 방진복을 벗고 외투를 걸치고 야외 흡연실로 나가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마침 지갑에 천 원짜리 지폐가 있어 따뜻한 캔커피를 같이 마셨다.


AM05:00

대충 바쁜 시간은 끝났다. 남자는 오늘 제품들의 검사기록을 살펴보며 혹시나 놓친것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사이에 막내가 다가와 오늘 술 자리에 참여할 것이냐고 물었다. 남자는 고민해보고 대답하기로 하고, 계속해서 기록들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놓친 것은 없었다.


AM05:20

선임 한 명이 남자에게 다가와 오늘 일에 실수는 없었는지 물었다. 남자는 자신있게 

"없었습니다."

라고 대답했고, 선임은 남자가 보고 있는 모니터로 다가와 음-. 소리를 내며 몇 번 마우스를 휘적거렷다.

자잘한 실수가 하나 발견되었다. 다행히 선임은 다음부터는 실수하지 말라는 말 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휴-. 다행이다. 남자는 잠시 방진모를 벗고 머리를 긁적였다.


AM05:50

저녁시간이며 아침시간이다. 남자는 사내식당에서 아침을 먹는 것을 좋아했는데,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의 메뉴 중 한 가지가 샐러드가 포함되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기쁘게도 오늘도 메뉴중 샐러드가 있었다.

스티로폼 식기에 유자 드레싱이 뿌려진 닭가슴살 양상추 샐러드, 조그마한 오곡밥 덩이, 오렌지, 그리고 포도 쥬스가 담겨 있었다.

남자는 샐러드를 다 먹고 난 후에, 다시 담배를 피우고 사무실로 향했다.


AM06:30

식사시간 사이에 제품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다. 좋아. 이번 시간만 끝나면 퇴근이다. 남자는 힘을 내기로 하였다.


AM08:00

하루가 대충 마무리 되었다. 남자는 막내들을 지휘해 간편하게 사무실을 청소하고, 다시 한 번 기록들을 점검했다. 혹시나 검사 방침이 바뀌었는지 확인하여 다음 조를 위해 인수인계를 할 준비도 하였다. 


AM08:15 

다음 교대조가 사무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남자는 다음조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사람들과 잡담을 나누었다.


AM08:30

"수고하셨습니다-."

남자의 조는 교대조의 인사를 사무실을 나섰다. 막내가 남자에게 다시 한 번 술자리에 참석할 지 물었고, 남자는 피곤해서 술을 마시면 지각할 것 같다는 이유를 대고 통근버스를 타는 곳으로 향했다.


AM09:10

남자는 집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할일은 씻고, 청소를 하고, 간단하게 뭔가를 먹는 일이었다.


AM10:30 

남자는 보통 야근을 끝내고 나면 점심 12시 쯤 잠이 들었다. 그러나, 오늘은 피곤했기에 빠르게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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