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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Nov 05. 2017

일상 - 2017.11.05

완성된 자취방

남자는 퇴근을 하고 서둘러 집에 도착했다. 할 일이 있었다.


남자의 자취방은 완성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최근에 부천에 있는 집에 다녀오면서, 집에 미리 주문한 택배와 겨울옷, 기타 잡동사니등을 가지고 돌아왔지만 그날은 술에 취해 방에 대충 풀어놓고 출근을 했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주문을 한 숙소의 마지막 퍼즐은 '행거'였다.


겨울옷들은 길고 무거웠다. 그것들을 서랍장 안에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행거가 필요했기에 남자는 행거를 주문했던 것이다. 남자는 행거의 포장지에 적혀 있는 설명을 따라 행거를 조립했다.

행거를 조립하는 시간은 약 10분정도 소요가 되었다. 행거를 완성한 남자는 옷가지들을 걸어놓고, 흐뭇해했다.

이제 남자의 숙소는 완성이 된 것이다.


완성된 남자의 숙소. 다소 사람 냄새(?)가 나는 모습이다. 설치를 마친 행거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행거보다, 책상위에 놓인 치킨 박스가 눈에 들어온다. 



남자는 혼자 씩 웃었다. 여기서 추가할 것이라면 그림을 걸 수 있는 와이어 설치(남자는 내일 쯤 관리인에게 와이어를 설치 해도 괜찮은지 허락을 구할 셈이었다. 뭐. 허락을 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와 침대 정도..??


어쨌든. 남자는 필요한 것은 거의 모두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방을 대충 정리하고 청소를 한 후에 치킨 박스를 열었다.



치킨 박스. 19000원에 네가지의 치킨이 들어있고 옆의 맥주 두 개는 숙소 앞의 편의점에서 구입했다. 남자가 제일 좋아하는 필스너 우르겔, 그리고 기린.



치킨은 맛있었고, 맥주도 맛있었다. 남자는 치킨을 뜯으며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하다가, 문득 최근 부천에 갔다오면서 들렸던 바를 떠올렸다.

바에는 남자와 친한 바텐더들이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최근 소식을 전하고 벌써 부천을 떠난지 한 달 하고 이 주가 됬음을 깨달았다. 

그러다가. 어쩌다. 정말로 어쩌다가 대화 주제가 외로움으로 넘어갔다. 남자는 외로움을 호소했던 것이다.

그러자 한 바텐더가 그것이 정서적인 외로움인지, 육체적인 외로움인지를 물었다. 남자는 둘 다 겪고 있다고 대답했고, 사실 정서적인 외로움보다는 육체적인 외로움이 더 크다고 대답했다. 어쩌면, 둘 중에 하나를 충족하면 나머지 하나가 마저 충족이 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정말. 혼자서는 더 이상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남자가 자못 진지하게 말하자 바텐더가 대답했다. 시흥에 사는 자신의 십 년 지기 친구가 있는데. 얼굴은 그리 이쁘지 않지만 몸매는 매우 이쁘고, 매우 쿨(?)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는..꼭 연락을 부탁한다며 바텐더에게 웃음을 지었다.

외로움은 사람을 드러나게 한다. 벌거벗게 한다. 자존심을 내려놓게 하고. 누군가를 찾게 한다.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남자는 직장을 다니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지만, 정말로 외로워 하고 있다. 그것이 슬프고, 자신이 추악해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남자는 젊고, 육체는 건강했으며 외로웠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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