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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r 11. 2017

미술학원을 향해

늘 모자른 것들에 대한 생각

남자는 쉬는날이면 으레 그렇듯이, 느지막히 일어났다. 어제 서울에서 놀러온 친구와 밤까지 늦게 논 것도 있겠지만, 쉬는 날에만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남자는 쉬는날에는 늘 미술학원을 갔는데, 이제 삼 년차에 접어든 남자는 어느새 그림이 자신의 삶에 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는 제일 먼저 밥통을 뒤졌다. 이렇게 오래 자고 일어나면 머리속에 제일 먼저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는데,그것은 맹렬한 배고픔이었다. 오래 잔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인지. 남자는 알 수 없었지만 밥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 밥통은 비어있었고, 남자는 미술학원을 가는 길에 무엇인가를 사먹기로 하고 컴퓨터를 켰다.


남자는 사실 어제 브런치에 소설을 올리려했으나, 피곤함에 굴복해 올리지 않았었다. 남자는 자신의 게으름에 부끄러움을 느끼며 파일을 열어 오늘 올릴 분량의 소설을 복사해 브런치에 붙이고, 편집을 마무리했다.


소설을 올린 남자는 샤워를 마치고, 편하게 옷을 입은 후 미술학원을 향해 출발했다.


남자는 오늘 돈 쓸 일을들과 그 일들에 시간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밥을 사먹고, 담배를 사고, 미술학원 수강료를 내야했다. 얼추 삼십 이만원정도. 남자는...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남자는 문득 늘 시간과 돈이 모자르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여기까지 쓰고, 또다시 덮쳐오는 극렬한 배고픔 때문에, 글을 쓰지 못했다. 배고프다.


남자는 돈가스를 먹기로 했다. 의자에 앉아,돈가스를 시킨 남자는 그나마 허기가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다시 글을 이어갔다. 다시 생각을 이어갔다.


왜 늘 시간과 돈이 모자른 것일까. 남자는 자신이 하는 일들과 그것으로 버는돈, 쓰는 돈, 그리고 드는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하루에 일하는 시간 9시간, 월급 150, 먹고 사는 것에 쓰는 돈, 핸드폰 비용, 사람답게 살기위한 부대비용(남자는 얼마전에 구입한 면도기와 스킨,로션이 합쳐진 물건을 떠올렸다.), 책 구입, 담배값...


남자는 결론을 내렸다. 수지가 맞지 않는 삶을 살고 있구나. 남자는 돈은 조금 벌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원하고 있었다. 적자는 아니었지만, 한달을 벌어 한달을 쓰고 있었다. 하아..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남자는 무엇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강렬한 욕망이, 계속해서 이어가는 실날같은  노력들이 언젠가는 수지 맞는 삶을 가져다 줄 거라 생각하고, 돈가스를 잘라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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