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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Nov 27. 2017

일상 - 2017.11.27

가다듬는 일상

오늘은 야간평일근무의 마지막 날(26일)이었다.

남자는 근무가 끝날 무렵 오늘 근무표(27일)를 확인해보았다. 야간 특근이었다. 야간 특근. 좋지.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에 굴러다니던 자투리 종이를 한 장 주워 사무실 컴퓨터에 적혀있는 남자의 10/16~11/15 까지의 근무표를 옮겨적었다. 집에 가서 브런치에 쓸 월급에 관한 글에 대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근무표를 다 옮겨 적은 남자는 종이를 살짝 접어 지갑에 넣고, 퇴근길에 올랐다.


오늘은 이러저러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월급이 24일날 들어왔기에, 여기저기 돈 내야 할 곳들이 많았고, 떨어져가는 생필품들도 사야했으며 최근에 다친 허리 때문에 정형외과도 들려야했다. 무엇보다, 24일날 월급을 받고 나서 브런치에 쓸 예정이었던 월급에 관한 글을 쓰고, 그동안 밀렸던 그림도 그려야했다. 게다가 오늘 야간 특근도 나가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한 마디로,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남자는 동선을 정했다. 퇴근 버스의 정류장에서 가까운 정형외과가 그 첫 번째였다. 

정형외과에 들어서자 카운터에 서 있던 여자직원이 남자를 알아보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오셨나요. 하고 물었다. 남자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여자 직원은 물리치료비 삼 천원을 미리 지급하고 윗층에 있는 물리치료실로 향하라고 대답했다.

오. 저렴한데. 남자는 내심 만족하며 물리치료실로 들어가 물리치료를 받았다.

물리치료를 받으며 여기저기 돈을 냈다. 일단 살고 있는 원룸의 월세와 기타 관리비를 납입하고, 그동안 밀려있던 카드사 두 군데의 카드 값을 결제했다. 그 다음은 핸드폰 비,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요금.

후아. 낼 돈은 다 냈구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결제를 마친 남자는 눈을 감고 누워 설풋 잠이 들었다.


남자가 필요한 생필품은 치약과 샴푸였다. 버스를 타고 다니며 눈여겨 보았던 커다란 식자재마트에 가면 있을 법한 물건들이었다. 남자는 최근 허리를 다치며 헬스장을 다닐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약해진 허리가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었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면, 품질이 좋고 저렴한 가격의 식자재를 파는 곳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식자재의 상태나 가격도 알아볼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식자재마트는 남자의 예상보다 더욱 더 컸다.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구성된 식자재마트에는 역시 예상대로 샴푸와 치약을 포함한 일반 생필품들도 아주, 아주 많이 구비되어 있었다. 1층은 주로 과자 캔음료, 캔음식, 건조음식등이나 전기담요, 치약, 샴푸, 칫솔 등 생활용품들이 구비되어 있었고 지하 1층에는 신선한 식자재들을 팔고 있었다. 남자는 샴푸와 치약이 있는 위치를 눈여겨보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식자재들의 상태는 괜찮아보였다. 다만, 생각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남자는 식자재마트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이마트를 떠올려보았다. 둘 중 어느곳이 좀 더 효율적이고 저렴할까. 고민해볼 문제다. 다만,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려면 날씨를 고려했을 때 그다지 괜찮은 선택일 것 같지는 않았다. 택시를 타는 것은 어떨까. 택시를 타도 될 만큼 효율적이라면 괜찮을 것 같지만.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고민을 마친 남자는 지상 1층으로 다시 올라와 치약과 샴푸를 집어들었다. 카운터로 돌아가는 길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따뜻해보이는 장갑을 단 돈 이천원에 팔고 있었다. 남자는 장갑도 집어들었다.


원룸에 도착한 남자는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사온 샴푸와 치약을 화장실에 있는 서랍에 대충 집어넣고, 간단하게 집 청소를 했다. 혼자 산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뭐. 청소도 오 분이면 충분하니까.


청소를 마친 남자는 지갑에서 근무표가 써 있는 종이를 꺼내 한셀(한글과컴퓨터 패키지에 있는 엑셀과 비슷한 프로그램이다)에 옮겨서 적었다. 

이것으로 오늘의 써야할 글 두 개중 하나를 완성했다. 시간은 오후 12:45분. 남자는 두 번째 글을 작성완료하는 시간을 계산해보았고, 그림은 내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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