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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Nov 25. 2017

일상 - 2017. 11. 25

부상

남자는 야근을 마치고 퇴근길에 올랐다.

어제 월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월급날인 24일에 근무표와 월급을 상세하게 올리려고 마음먹었지만 일이 워낙 바빴던 탓에  그 글을 올리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몸 어딘가가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독 근무자는 없고, 업무량은 많은 날이었다. 윗사람도, 아랫사람도 모자른 탓에 중간위치에 있는 남자는 윗일도 하랴. 아랫일도 하랴. 정신이 없었다.

남자는 평소에 제품이 든 상자를 평균적으로 약 두개 정도 들었었는데. 바빠서였을까. 피곤함때문이었을까. 평소와는 다르게 약 네 개의 제품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허리의 오른쪽 아래 부분에서 아주 조그맣게 뭔가가 톡.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제품을 내려놓고 스스로의 몸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 부분이 아주 조금 뻐근하고, 지릿지릿했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더 무리하다가는 본격적인 부상을 입을 것 같아 남자는 바쁘더라도, 제품을 하나 씩만 옮기기로 했다.


남자는 퇴근 버스안에서 핸드폰으로 정형외과를 검색하며 어쩌면 야근이라 다행인지 몰라. 라고 생각했다.

주간 근무 였으면 퇴근후에는 병원이 문을 닫았을 것이고.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내일 무급휴가를 냈어야 됬을텐디 그랬더라면 돈도 못벌고. 사람들 눈치도 보이고. 그랬겠지.

다행히도 남자의 원룸 근처에 오전 9시부터 진료를 보는 정형외과가 있었다. 그래. 다행이야. 남자는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과, 퇴근후에 바로 병원에 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남자가 생각하기로는 의사는 크게 두 부류가 있다.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의사와, 느릿느릿하게 일을 처리하는 의사.

남자가 오늘 들린 정형외과의 의사는 후자였다. 약 육십대로 보이는 인상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의 의사는 남자가 진료실에 들어서자 어. 젊은이. 어서와. 하고 인사를 건넸다.

남자에게 증상을 물어본 의사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볼 것도 없어. 원래 키가 큰 친구들은 허리가 약해.

라고 말했다. 뭐. 사실 틀린 말도 아니기에 남자도 웃엇다.

의사는 벽에 걸린 인체의 등 근육이 그려진 그림을 기다란 막대로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뼈는 철근이고. 근육과 근막은 벽돌이라고 하면 되지. 아마 무거운 걸 들다가 통증을 느꼈다니까 근막에 이상이 생겼을 거야.

말을 잠시 멈춘 의사가 남자에게 옆에 놓인 침대에 엎드려보라고 지시하고는, 엎드린 남자의 허리를 꾹꾹 눌렀다.

봐. 쑥쑥 들어가잖아. 허리 근육이 약해져서 과도한 긴장으로 인해서 무리가 간거야. 힘 좀 빼고 살라고.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리치료실로 향했다.


나도 모르게 허리에 힘을 주고 산 걸까. 남자는 물리치료실의 삼 번 방에 누워 생각했다. 대개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가면 물리치료를 받게 되는데, 보통의 물리치료 코스는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처음은 누워서 온찜질. 끝나고 나면 엎드려서 물리 치료사 분이 아픈 부위에 젤을 바르고 뭔가 알 수없는 장비로 젤을 문질문질하며 마사지를 해주고, 마지막에는 전기가 통하는 전극 여러개를 해당 부위에 붙여 전기를 흘려주는 치료 방식이었다.

잠시 후에 치료사분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물리 치료사 분은 아름답고 젊은 분이었는데, 역시나 남자의 예상대로 온찜질기를 남자의 허리 밑에 받쳐주고 나가셨다. 등이 따끈따끈해지자 야근으로 뭉친 피로가 단번에 몰려왔고, 곧 얕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엎드리세요. 라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남자는 눈을 감은 상태로 몸을 뒤집었다.

이번에도 예상한대로 젤을 바르고 무언가 알 수없는 물건으로 젤을 문지르는 것이었는데, 남자는 자꾸만 팔에 닿는 물리 치료사 분의 다리가 신경이 쓰였다.

잠시 남자의 외로움에 불이 붙었다가. 곧 꺼졌다.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큰일이다. 라고 생각했다.


물리 치료가 끝나고 나서, 계산을 하러 데스크로 갔다. 거기도 마찬가지로 어여쁘고 젊은 여성 직원이 계셨는데. 남자가 처방전을 받고 계산을 끝내고 뒤를 돌려는 순간. 저기요. 하고 남자를 붙잡았다.

....혹시? 남자는 긴장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직원분은 잠시 따라오라며 주사를 놓는 주사실로 남자를 데려갔다.

남자가 어리둥절하는 사이, 직원분은 의사 선생님이 복대를 착용하라고 했다며 일회용 복대를 남자의 몸에 둘러주었다. 남자는 복대를 둘러주느라 거의 포옹하듯이 가까이 온 직원분에게서 눈을 돌리고,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으나, 정말이지...어려운 일이었다.

정말 큰일이다. 남자는 복대를 차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는 조만간 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복대와 약은 효과가 좋았다. 약국을 나서고 바로 앞에 있던 갈비탕집에서 갈비탕을 한 그릇 먹고 약을 복용하자 허리의 통증이 많이 나아진 것을 느꼈다. 남자는 내일 근무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그리고 내일은 생산직의 온전한 월급에 대해서 쓰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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