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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Dec 07. 2017

일상 - 2017.12.02

2박 3일간의 휴식

남자는 간만에 잔업을 하지 않고 퇴근했다. 남자는 조장님의 배려에 감사하며 사내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사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았던 막내들에게 쥐어주며 잠시후에 올라가 조원분들과 함께 나눠먹으라고 말해주었다.


남자는 최근에 많이 지쳐있었다고 생각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하루 열 두시간. 연속 12일 근무, 하루의 휴식, 연속 10일 근무, 하루의 휴식의 스케줄은 꽤나 힘들었다. 물론 월급은 그 노고를 잊어버릴 만큼 달콤했지만, 돈은 곧 없어지고, 남자의 피로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주, 남자는 특근을 하지 않을 예정이었고 이번주는 주간, 다음주는 야간이었기에 지금부터 2박3일간의 휴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는 원룸에 도착해서 일단 면도를 하고(며칠동안 면도를 하지 못했다. 피곤한 탓에 겨우 머리만 감고 출근을 했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들여 온 몸을 구석구석 씻었다.

그리고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옷들을 골라 입었다. 면으로 만든 흰색의 긴 팔 윗옷에 낡은 블랙진. 외투는 검정색의 심플한 코트를 걸쳤고 그 위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갈색 목도리를 둘렀다. 마지막으로 안 쪽에 털이 달린 검정색 워커를 신고 원룸을 나섰다.


부천. 남자는 버스를 타고 부천역에 도착하자 기분이 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시흥 생활이 두 달을 넘어가며 이제는 시흥에 있는 원룸이 더 편했지만, 부천에 올 때마다 남자는 편안함 그 너머의 어떤...익숙한? 감정을 느끼고는 했다.

아마도 부천에는 남자가 몇 십년 동안 지내며 만들어온 기억과 추억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송내역에 도착하니 이미 밤 12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바로 집에 들어가기는 아쉽고 해서 남자는 자주 들리던 바에 들렸다.

바에 들어서자 남자의 얼굴을 본 바텐더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 시흥에 사는 남자가 연락없이 들린 탓이리라. 남자를 반갑게 맞아준 바텐더가 어떤걸 마시겠냐고 물었고, 남자는 하이네켄을 주문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바에 와서 할 거라고는 대화밖에 없었다. 가끔 입이 마르면 술을 마시고, 안주를 조금 먹고,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고.

남자는 바에 들리면 주로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다.오늘 대화의 주제는 최근 남자의 고민 중 제일 큰 고민인 외로움이었다.


남자는 사실 외로움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잘 몰랐다. 바텐더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었고, 술자리였기에 외롭다는 말은 바텐더에게 오해를 사기에도 충분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에 사귀었던 여자 이야기를 하고, 최근에 만난 여자 이야기를 하고, 원룸 이야기를 하고, 한숨을 쉬었다.

남자는 그저 바텐더가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술을 마셔주었을 뿐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을 느꼈다. 일종의 포만감이랄까.

남자는 그 든든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가 미리 켜두신 전기장판 위에서 잠을 청했다. 전기장판은 꽤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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