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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Dec 12. 2017

공장 생산직에 관한 이야기 - 성수기와 비수기

바쁠때와 바쁘지 않을 때.

며칠전. 12월 7일의 일이다.

여느 날과 같이 남자는 출근했다. 노동이라는 것은 아주 심플했다. 일한 만큼 버는 것.

남자는 일한 만큼 벌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버는 만큼 일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면에서 공장 생산직은 꽤나 괜찮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야간을 돌며 하루에 열 두시간씩 일을 하지만, 그만큼의 수당을 주니까.


사무실에 도착하자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남자의 조가 품질 검사를 할 제품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일상이라면 교대를 할 때라면 교대 준비를 하는 약 한 시간동안 밀려온 제품들이 검사대에 가득 쌓여있어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어야 하는데.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공장에도 성수기 비수기가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즉 남자의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신모델이 나오는 봄과 가을이 주로 성수기였고,여름과 겨울은 비수기인 모양이었다.

때에 따라서는 잔업이나 특근을 제한하기도, 정말 심각한 경우에는 구조조정을 실행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음....남자는 심각해졌다.

과연. 비수기는 비수기인 모양이었다. 남자는 그동안 하루에 약 100개 이상의 제품을 검사하였는데, 점심이 지나도록 검사한 제품의 수는 채 10개도 되지 않았다. 할 일이 없어 괜히 책상을 정리해보고, 사람들과 농담을 나누었지만 흘러가지 않는 시간이 야속했고, 잔업과 특근이 없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남자는 공장에 올 때 정말이지 무거운 마음을 먹고 왔다. 최소한 삼 천만원 정도는 모아야 남자가 꿈꾸는 공간을 차릴 수 있었기에, 끊임없는 잔업과 특근으로 약 삼 년은 보낼 생각을 하고 공장에 왔던 것이다.

결국 퇴근때 까지 남자가 검사한 제품의 갯수는 약 20개 남짓이었다.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곧 봄이오고, 다시 일이 바빠질 것이라고 했고 아직 잔업이나 특근을 제한하지는 않았기에 당장 타격은 없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그날 밤, 남자는 간만에 평소에는 한 캔만 마시던 맥주를 세 캔이나 마시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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