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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Dec 16. 2017

일상 - 2017. 12. 13

모든 것을 얻고 싶은 욕심 가득한 하루

어느 덧 이 곳에 다닌지 약 세 달이 되어 가고 있었다.

사람의 미래는 모르는 것이지만, 남자는 자신의 조그마한 원룸과, 하루 안에서 어느정도 자신의 생활의 틀을 정하고, 그 틀 안에서 살고 있었다.

그 생활은 나름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었다. 남자가 원했던 많은 월급(?)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는 일상. 단 한 가지의 단점이 있다고 하면, 너무 바쁘다는 것. 그것 하나였다.


현재 남자가 다니는 공장은 비수기에 접어들었다. 비수기에 접어들었긴 했지만 아직 잔업과 특근의 제한은 들어가지 않았기에 하루에 열 두시간 근무와 12일 연속근무, 10일 연속근무는 여전히 이어졌다.


하루 열 두시간의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남은 시간은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세 네 시간의 여유 시간 안에서 그림을 그릴지, 운동을 할지, 소설을 써야 할 것인지. 남자는 무엇을 할지 늘 고민했다.


그림을 그린다. 푸른색의 플라스틱 통을 싱크대로 가져가 수돗물을 받아 이젤 앞에 두고 컴퓨터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다시 이젤 앞에 앉는다.

붓을 들고 그림을 살펴보다가, 적절한 색감의 물감을 골라 종이 팔레트에 짜고, 붓에 물감을 찍어 캔버스에 붓으로 물감을 묻힌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참으로 세심한 작업이다. 조금이라도 물감이 넓게 칠해지거나, 좁게 칠해지거나 색감이 조금만 달라도 그림 전체의 완성도가 확 떨어지는 것이다. 그럴때면 너무나 속이 상해 수정을 안 할 수가 없고, 남자가 가진 실력에 비해 남자의 욕심이 큰 탓에 하나의 피사체를 그리는 것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기 위해 일단 필요한 것은 음식을 잘 먹는 것이었다.

바나나, 우유, 삶은 고구마, 그리고 약간의 보충제를 섞어 믹서기에 넣고 갈아낸후에 그것을 먹었다.  출근하기 전, 퇴근 후, 운동후. 이렇게 총 3회를 먹어야 그래도 운동하기 위한 최소의 영양소가 준비가 되는 것이다.

집에서 운동할때 입을 옷을 챙기고 나서 도보로 약 10분정도 걸어가면 남자가 다니는 헬스장에 도착한다. 관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운동을 시작한다.

남자는 유산소 운동보다는 무산소 운동에 집중하는 편이었고, 하루에 한 부위를 집중적으로 운동했다.


남자는 운동을 좋아했다.  육체를 느낌으로 점검해보고 육체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면 근육이 팽팽해지면서 뻐근해지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운동으로 점점 근육을 붙이면 내가 보기에도 점점 몸이 멋있어지고, 그것은 사람들을 만날때 꽤나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이었다. 남자들에게는 위협적으로, 여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소설을 쓴다. 남자가 상상하는 세계와 모습을 그동안 살아오며 느낀것들을 녹여내어 쓴다.

세상은 참으로 흥미로운 것이다. 남자는 그 중 사람이 제일 흥미로웠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얽혀가며 일어나는 일들 만큼 재밌는 것이 없었다.

남자는 옛날에 완성한 장편소설 '멀라이언 스노우볼'과,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최근 쓰고 있는 장편소설의 초고를 만지작거렸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총 5단계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안에서 또 5단계로. 총 25단계로 기본 이야기를 구성하고, 주인공을 설정하고, 일어날 사건을 구상했다. 맞는 단어를 적어내고 문법에 맞춰 글을 써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브런치에 써낸다. 정말이지. 바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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