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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Jan 10. 2018

에스뚜체 -3-

일을 하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

일상이 파괴되고 있었다.

잦은 술자리와 하루 열 두시간의 근무, 열흘에 하루 쉬는 환경 때문일 것이다. 남자가 어느 정도 일에 적응했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남자를 근무가 끝난 시간에 조금씩 자주 불러내기 일수였다.

몸은 피곤했고, 정신적으로도 피곤해졌다. 일을 퇴근 한 후에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지친 몸을 이끌고 와 씻지도 않고 잠이 들어가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방 한켠에는 그리던 그림인 '에스뚜체'가 놓인 이젤이 늘 서있었고, 컴퓨터 책상 옆에는 물감과 붓, 파레트가 있었다. 남자가 방에 누울때 마다, 그리다만 '에스뚜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림을 받기로 한 점장님은 언제 그림을 줄 거냐고 보채지도 않았지만, 남자는 계속해서 '에스뚜체'를 언제 그려야 될 지를 고민했다.


어느 날인가, 사람들이 남자를 부르지 않은 날이 있었다. 남자가 힘들어 하는 것을 티를 낸 이후였다. 남자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조금씩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다. 너무 멀어지면 회사생활에 곤란이 올테고, 너무 가까워지면 남자의 일상생활에 곤란이 올 것이었다. 적당한 거리를 확보했을 때, 남자는 다시 붓을 들었다.



어느정도 내부를 그린 남자는 유리창을 표현하기 위해 흰색 물감에 물을 잔뜩 타서 유리창으로 표현하고 싶은 곳에 아주 묽게 칠하고는 휴지로 조금씩 닦아내 보았다. 

다행히도, 남자가 생각했던 것 처럼 표현히 되었다.




이제 점장님을 그릴 차례였다. 점장님은 40대의 쾌활하고 포근한 인상의 아주머니였다. 남자는 평소 박시한 옷을 입으셨던 점장님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다.





점장님을 어느정도 그리고 나니, 테이블의 오른쪽에 의자가 없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려 그려내고, 내부와 외부를 조금씩 그려나갔다.



그리다 보니 가게 밖의 나무 간판에 써있던 문구를 잘못 쓴 것 같아 네이버에 '에스뚜체'를 쳐서 정확한 문구를 적어넣었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디테일을 조금씩 높이고, 그림을 완성하였다.


그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탓일까. 다행히도 쉬는날 하루만에 집중력을 발휘하여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남자는 문득 그림을 그리면서, 나는 왜 이렇게 그림에 집착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지내는 것처럼 일이 끝나면 술을 마시고 TV를 보고 여자를 만나며 살지 않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뭔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을까.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그림을 완성했기에, 남자는 점장님에게 연락을 해 그림이 완성되었다고 알리고 그림의 사진을 보냈다. 다행히 점장님은 매우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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