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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r 18. 2017

결정

퇴사, 병, 그리고 액자에 관해

남자는 어제, 회사에 퇴사 결정을 알렸다. 회사는 조심스럽게 언제쯤 퇴사를 할 예정인지 물었고, 남자는 길면 25일 까지. 그 전에 퇴사가 가능하다면  해달라고 말했다. 덧붙여 최근 감기가 악화되어 오늘 몸상태가 매우 안좋다고 알렸으나, 회사에서는 오늘은 '어떻게든' 근무를 해야한다고 알렸다.

남자는 '어떻게든'이라는 단어가 매우 불쾌했지만, 그만두는 마당에 조금 더 마음을 크게 쓰기로 했다.
그리고, 점장에게 연락해 내일 연차를 쓰고 싶다고

말했고, 그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자정이 되자, 남자는 콜록거리며 가게문을 닫았다.


오늘, 잠에서 깬 남자는 해야될 일들을 생각했다. 연차로 인해 출근은 해야될 일들의 목록에 없었고, 낫지 않는 감기와 점점 심해지는 목과 흉부의 통증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찾기 위해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고, 다가오는 전시회에 대비해 그림에 액자를 씌워야 했다. 남자는 먼저 병원을 가기로 하고, 그림들을 꺼내 차에 싣고 시동을 걸었다.


남자의 차는 트라제 2007년식으로, 생산된지 10년이 다되어가는 차였다. 크고 제법 무게가 나갔으며 가속도가 높지 않아 천천히, 신중하게 운전을 하는 남자의 성격에 맞는 차였다. 옛날에 다른 회사에서 근무 했을 당시 중고로 구입했던 차량이었는데, 현재 회사를 다니면서는 거의 몰 일이 없었다. 가끔 장을 보거나, 어딘가 여행을 갈 때 쓰고는 했는데, 남자는 자신이 최근에 어떤 일에 차를 썼는지 기억해보았다.

겨울 밤에 매장의 수도가 동파됬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남자는 쓰게 웃고, 병원을 향해 출발했다.


남자가 새로이 찾아간 병원은 전에 들렸던 병원과는 다른 처방을 내렸다. 새로 처방받은 약은 매우 잘들어서, 남자는 큰 시름을 내려놓고, 액자 집으로 향했다.


액자 작업도 잘 진행되었다. 남자는 웬지 모르게 퇴사를 결심하고 나니 뭐든 잘 진행된다는 생각을 했다. 건강도 나아지고 있고, 원했던 것들도 뜻대로 잘 진행되고 있었다. 액자집 사장님과 다음 작품에 씌울 액자에 대해 의논하고, 남자는 액자집을 나왔다.


작업이 끝난 액자를 들고 카페에 앉은 남자는 세 개의 액자를 주르르-. 늘어놓고 잠시 멍하니 그림들을 바라보다 사진을 찍었다. 그런 남자에게 음료를 가져다 주던 종업원이 그림을 사진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았고, 남자는 웃으며 찍으셔도 된다고, 고맙다고 대답했다.


오늘도 이렇게 내 그림을 좋아해주시는 분이 늘었구나. 남자는 일이 참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액자 작업 한 세 개의 그림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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