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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r 24. 2017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는법

퇴사하고 난 후의 시간들

남자는 퇴사를 한 후에, 마음껏 쉬었다. 하필이면, 회사를 퇴사한 날에 집에 인터넷이 고장난 탓도 있었다.

전화로 인터넷 회사에 수리를 요청했지만, 남자는 수리 일정을 이틀 후로 잡았다. 상담원이 다소 의아해했지만, 남자는 신경쓰지 않았다. 이틀 정도는 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퇴사를 한 다음 날에 한 것들은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었다. 남자는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들 (초밥, 회, 해물탕 등-. 남자는 고기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주로 해산물 쪽을 좋아했다)을 마음껏 먹었고, 식사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마음껏 책을 보았다. 언젠가는 전세계에 알람이 없어지는 것을 꿈꾸곤 했는데, 이렇게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기간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강제로 깨워지지 않는 잠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남자가 그날 잔 시간은 약 열 시간에서 열 두 시간 정도 되었고(남자가 회사를 다닐 때의 수면시간은 약 여섯 시간), 그날 먹은 식사는 약 세 끼(회사를 다닐 때의 남자는 약 하루에 한 끼에서 두 끼 정도를 먹었다)정도 되었다.


다음 날은, 그동안 회사를 다니느라 마음껏 하지 못했던 만큼 그림을 그렸다.



남자는 거의 완성해 가는 그림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이제 어깨 부분과 팔, 그리고 치마 쪽만 더 그리면 완성이 될 것 같았다. 약 70퍼 정도 완성된 걸까. 해당 그림은 남자가 처음 그리는 60호 사이즈의 그림이었는데(약 세로 130cm-가로 97cm의 상당한 크기다) 이번 그림을 그리면서 깨달은게 많았다. 다음 그림에 배운 것들을 또 적용할 수 있을 것이고, 남자는 그렇게 매 그림마다 새로운 것을 깨닫고 적용 할 것이었다. 그래. 하루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하자.


미술학원을 나오자, 남자에게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알바몬에서 이력서를 넣어놓은 까페에서의 연락이었다. 그래. 다시 일을 할 때지. 남자는 면접을 보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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