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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Apr 16. 2017

가끔 몸이 녹아내리는 상상을 한다.

검정색의 끈적한 액체로.

남자는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했다. 평일에는 카페에서, 주말에서는 웨딩홀에서 일을 했다.


일을 하면서도, 해야될 것이 있었다. 미술학원은 잠시 동안 다니지 않기로 했지만, 친구들을 만나고, 그동안 묵혀뒀던 소설을 꺼내 써야 했다. 집안일을 하고, 그동안 감기로 쇠약해진 몸을 돌봐야 했다.

남자는 가끔 핸드폰으로 브런치를 키면서도, 글은 쓰지 않았다. 피곤한 몸에는 피곤한 정신만이 있을 뿐이었다.


가끔, 남자는 몸이 녹아내리는 상상을 했다.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쓰러지듯 몸을 눕힌 이불에 남자가 잠든 사이에, 검정색의 피곤함이 온몸에 쌓인 남자의 몸이 마치 해파리가 지상에 축 늘어진 것처럼 흐물흐물하게 변해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쌓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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