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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Apr 26. 2017

글과 그림, 그리고 카페

일상의 형태

알람소리가 늘 남자를 깨워준다. 남자는 최근 알람 없이 일어난 지가 언제인지 세어보았으나, 기억나지 않았다. 비척이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냉장고를 열고, 안에 들어있는 식재료들이 마음에 내키면 음식을 해먹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음료수만 꺼내 한 잔 하고, 면도를 했다.


남자는 현재 카페에 일하고 있는 탓에, 서비스가 중요했다. 서비스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얼굴을 맞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모가 중요했는데, 때문에 남자는 면도를 매일 해야했다. 면도를 안한 남자의 얼굴을 보면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기도 했고, 어느 직장이던 남자가 면도를 하는 것은 여자가 화장을 하고 오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즉, 하지 않고 출근하면 상사에게 한 마디 들을 법한 것이다.


카페에 도착하고 나서는 제일 먼저 바를 준비하고 청소를 했다. 아무도 없는 약간은 어두운 카페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청소를 하는 것은, 남자에게 소소한 행복이었다. 남자는 대걸레질을 할 떄면, 늘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대걸레로 바닥을 깨끗하게 닦으면 기분이 좋기도 했고, 몇 년째 대걸레 질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기분이 우울해지도 했다. 여튼 복잡한 행위임에 틀림이 없었다.


열시가 되면 카페를 열고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들어와 브런치를 시키고, 음료를 시키고, 케잌을 포장해갔다. 남자는 주방과 바를 계속해서 왔다갔다 하며 음식을 만들고, 음료를 만들고, 돈을 받았다.

보통 한 시정도가 되면 점심을 먹곤 했는데, 남자는 편의점에서 도시락, 삼각 김밥, 라면 등등의 잡다한 음식을 사서 주방에 서서 먹었다. 음식을 먹는 도중에,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남자는 별 말없이 음식을 조리해서 손님에게 가져다 주고는, 다시 점심을 먹었다. 


퇴근 시간이 되면, 남자는 사장님에게 인사를 하고 가게에서 문을 열고 나가서 보이는 사거리를 건너, 늘 자리하는 골목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담배는 남자에게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휴식의 의미가 가장 크다고 말 할 수 있겠다. 맛있게 담배를 피우던 담배를 끄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두 번째 하루가 시작 되었다.


남자는 퇴근 후에 어딘가를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피씨방이 되기도 하고, 미술학원이 되기도 했다. 

최근 그동안 너무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고 자평을 한 남자는 미술학원을 당분간 쉬기로 했다. 그렇기에 주로 피씨방을 가는 경우가 잦았는데, 가끔은 집에 바로 가서 다음에 그릴 그림들의 간단한 스케치를 하거나, 브런치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가 끝나고 나면, 남자는 이불 위에 누워 핸드폰으로 유투브를 틀고는 이런 저런 영상을 보고,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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