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k Kim Apr 30. 2017

멀라이언 스노우볼 -2-

점점 깨달아가는 색채의 느낌과 붓터치

남자는 늘 바쁘게 살았다. 살아 남아야 했고, 제일 필요한 것은 돈이었다. 남자는 학력이 좋지도 않았고, 특별한 기술도 없었다. 그저 여러 종류의 아르바이트 경험만 있었을 뿐. 게다가 남자는 늘 한 곳에서 오래 일하지 못했다. 대개 어떤 종류의 '이상한 것'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최저임금을 지켜주지 않는 사장이라던지, 폭언을 일삼는 상사, 또는 늘 늦은 밤까지 회식을 강요하는 상사 등이었다. 그 치열한 삶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남자에게 맑고 청명한 하나의 샘과 같았다.


남자는 그날도 미술학원을 갈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이번 회사는 갖가지 종합선물 세트와 같았다. 상사는 폭언을 일상적으로 내뱉었고, 일거리를 떠넘기고, 회식을 강요했다. 심지어 비정규직이며 신입사원인 남자에게 바다장어를 사라고 반쯤 강요해서, 약 이십 만 원정도를 술자리에서 계산한 일도 있었다.

"오늘도 회식해야지?"

어김없이 날아드는 썩은 칼날. 남자는 짐짓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사에게 집안에 사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가끔은 거짓말을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특히나 올바르지 않은 상대에게는.


미술학원에 도착한 남자는 자신의 그림을 들고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릴 준비를 했다. 그림 그릴 준비를 다 하고, 다시 한 번 그림을 바라본 남자는 회사생활로 지쳤던 마음에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 계속해서 나아가자.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로 물들은 내 마음을, 맑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시 채우자.


남자의 오늘의 목표는 그림 왼편에 위치한 가로등과, 그 가로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그리고 뒤 쪽에 위치한 나무들이었다. 

남자는 붉은 원을 바라보다가, 아무래도 가로등을 먼저 그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가로등의 색깔을 먼저 그리고, 그 색깔을 반영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자는 가로등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 제법 괜찮은데. 남자는 가로등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뒤에 있는 가로등과, 나무들을 그려보기로 했다.



나무들을 어떻게 그려야 할까. 고민에 빠졌던 남자는 거의 직선으로 들었던 붓을 옆으로 뉘었다. 그리고 세로로 꺾어 들어 얇게 나무기둥을 그리고, 옆으로 뉘운 붓으로 다소 거칠게 그어 나무잎을 표현했다. 

음. 괜찮다. 남자는 자기 자신의 붓에서 나오는 것들에 대해서 감탄했다. 사실 누군가는 코웃음을 칠 일 수도 있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았다. 누군가의 손가락질과 비웃음, 폭언으로 인해 찌그러졌던 남자가 이렇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가로등의 빛보다, 먼저 바깥의 배경들을 그리기로 했다. 나무들을 표현하는 것에 푹 빠져버렸기 땜누이었다. 남자는 계속해서 나무들을 그리고, 감탄했다. 아름다워.



나무들과 저 멀리 보이는 섬, 그리고 나무들 뒤에 있는 자그마한 건물들도 표현한 남자는 어느새 자신의 마음이 치유가 되가고 있음을 느꼈다. 아름다운 색채를 보며 자그마한 기쁨을 느꼈고, 그 색채를 이용해 무언가를 표현해 내는 것에 희열을 느꼈으며, 자신이 목표한 것을 향해 노력하며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다.

남자는 미술학원문을 나서며, 선생님에게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했다. 미술학원을 다닌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멀라이언 스노우볼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