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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y 01. 2017

멀라이언 스노우볼 -3-

두 번째 꿈의 완성.

남자는 여전히 힘들어했다.


영업이라는 것은, 남자의 체질에 맞지 않는 듯 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대부분의 영업은 이치를 벗어나는 행위였다.

이윤. 회사는 이윤을 위해 존재했다. 그렇기 때문에 늘 이윤을 추구했고, 많은 이윤을 얻는 방법은 높은 가격을 받는 수 밖에 없었다. 남자가 다니는 회사는 통상적으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건이었고, 같은 물건을 수 많은 회사에서 판매를 하는데, 가격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남자는 손님에게 합리적으로 판매를 하고 싶었지만, 회사를 생각하면 그럴 수 없었다. 남자는 손님에게 좀 더 높은 가격을 받아야했다. 그 과정은...괴로웠다.


남자는 늘 합리적으로 살고 싶어했다. 정직한 노동으로, 정직한 가격을 받고 살았으면 했다. 손님을 보낼 때, 가벼운 마음이었으면 했다. 그러나 현실은 늘 그렇지 않았다. 적은 임금으로, 많은 이윤을 내야했다. 그것을 늘 비판 할 수는 없었지만, 가끔은 이치에 벗어날 정도의 이윤을 추구해야 될 때가 있었다.

손님의 분노. 남자의 사과. 상사들의 비합리적인 지시들과 폭언. 잦은 야근. 그 대가로 쥐어지는 월급. 

남자는 점점 힘들어 지는 것 같았다.


남자는 지친 얼굴로 미술학원에 들어섰다. 지난번에 그리던 그림을 가져와 다시 그리기 시작해도, 지친 마음에 다시 활력이 돌지는 않았다. 남자는 자신의 마음이 지치다 못해 녹아내린건 아닐까. 하고 걱정이 들었다.


남자는 그림을 점점 진착시켰다. 나무들 아래 있던 자그마한 전등을 그리고, 그 전등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빛을 묘사하려고 했으나, 아주 힘든 부분이었다. 선생님이 조언해주기를, 유화보다는 아크릴 물감이 그라데이션이 더 어려운 법이라고 했다. 물감이 유화에 비해 빠르게 마르는 것은 진행 속도에 있어서는 장점이지만, 이럴때는 단점이라는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결국 그림을 완성시켰다.





남자는 핸드폰을 켜 사진을 보고, 다시 한번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았다.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아니, 어쩌면 많이 다를 수도 있지만, 어떤 특유의 느낌이 있었다.


남자는 싱가포르로 여행 갔을때, 센토사 섬을 혼자 거닌적이 있었다. 해변을 따라 걸으며, 해지는 석양 안에서 혼자 해변에 앉아 운적이 있었다. 그때, 남자는 흰색 티셔츠와 푸른색의 면바지, 그리고 버캔스탁을 신고 가방을 안고 있었다. 그런 남자가 해변에 앉아 있었다. 그 광경은...남자의 인생에 깊게 각인되어 있었다. 아. 남자는 가슴 한 구석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그림을 표지로 한 '멀라이언 스노우볼'이 서점에 깔린다. 라는 상상을 했을 때는, 잠시 눈 앞이 하얗게 변해버리기도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 시킬 수 없어, 남자는 미술학원을 나가 담배 두 개비를 연달아 피웠다.


남자는 그림을 완성하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원래 계획이라면 이 그림을 완성하는 것으로 미술학원에 더 이상 다니지 않아도 될 터였다. 그러나 남자는 그림을 그리는 기쁨을 알아버렸기에, 여기서 멈추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그림을 오른손에 들고, 선생님에게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제 꿈을 이뤄주셨어요.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선생님의 덕이 정말 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고, 다음 달 미술학원 비를 미리 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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