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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y 27. 2017

일상의 더께

더께를 걷어내는 과정

더께 : 네이버 국어사전       

                                   

1 .  몹시 찌든 물건에 앉은 거친 때.

2 .  겹으로 쌓이거나붙은 것. 또는겹이 되게 덧붙은 것.



남자는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마침 컴퓨터가 고장난게 좋은 핑계가 되었다. 남자는 카페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쉬었다. 돈이 필요했으나 그만큼 쓰지 않기로 했다. 사실 그만큼 쓰지 않은 돈 보다 일을 하지 않아 벌지 못하는 돈이 더 많았으나, 주말에 쉬기로 한 결정은 변하지 않았다. 


최근에 일상에 더께가 쌓여 있음을 눈치 챈 탓이었다. 누군가가 보면 아주 보람찬 삶일 수도 있지만(돈을 벌고, 남는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다), 열심히 굴러가는 그 수레바퀴 안에,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여 어느덧 바퀴를 삐걱거리게 하는 더께를. 

그것은 육체적 피곤함과, 정신적 만족의 결여가 대부분이었다. 쉬는 날이 없는 탓에 출근시간에 허덕이는 것이 일쑤였고, 남는 시간이 없어 자신만의 잉여취미(남자는 이 잉여 취미의 범주 안에 술마시기, 게임하기, 영화나 드라마 감상등을 포함시켰다)를 즐기지 못하는 탓이었다. 점점 지쳐가는 나날들.


더께를 벗겨 내는 방법은 아주 쉬웠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었다. 쉬는 날에는 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피우고 싶은 것을 피운다. 아무 생각없이 매트릭스에 누우 몇 시간 동안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알람을 끄고 하루에 열 시간도 자보는 것이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자, 남자는 다시 수레바퀴가 돌아갈 준비가 되었음을 알았다. 그 날, 남자는 팔만 팔 천원을 주고 컴퓨터를 수리했고 요새 관심이 생긴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대한 교재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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