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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May 29. 2017

꺼지지 않을 횃불 -2-

삶을 덮치는 수 많은 파도에 관하여

파도는 수도 없이 많았다. 단순히 남자가 살면서 먹고, 피우고, 마시고, 구입한 물건들로 인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들은 아주, 아주 얕은 파도에 불과한 것 같았다. 물론, 그 파도는 늘 밀려왔으며 쌓이고 쌓이면 남자를 쓰러트릴 정도로 강력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앞으로 십 년 후의 나는 어떨 것인가). 외로움(하나의 사람으로 태어나 겪은 어쩔 수 없는 본능), 주위의 시선(저 남자는 서른이 되서 변변찮은 직업도 없고, 특출나게 잘난 것도 없네)등. 파도는 저정말 수도 없이 많았고, 높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내구도가 다르고, 마음가짐이 다르기에 그 모든 파도를 그림에 그리면, 보는 사람이 절망감을 아주 크게 느낄 가능성도 존재했기 때문에 남자는 파도를 추가하지 않기로 하였다.






남자는 밑파도에 배의 초안을 그리고, 자그마한 종이를 잘라 주인공이 들고 있을 횃불의 위치를 가늠해보았다. 이 쯤이 좋을라나.



좀 더 배를 세밀하게 표현해보았다. 바깥쪽은 천둥이 치기 때문에 좀 더 밝을 것이고, 안쪽은 어두울 것이다. 여기서 아크릴 물감의 단점을 알 수 있는데, 같은 톤의 그라데이션이 유화에 비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것에는 물감이 마르는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가 있는데, 아크릴 물감은 빠르면 십 분안에 마르기 때문에, 그라데이션이 어려운것이다. 붓질에 집중하다 보니 횃불의 위치를 표기한 작은 종이가 사라졌다. 종이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인물의 형태를 상상만으로 잡기가 어려워, 남자는 한 사진을 참고하기로 했다. 그림을 참고해 인물의 등을 그리고, 횃불의 위치를 다시금 설정했다. 처음 생각 한 것보다 횃불은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해야될 것 같았다.



잠시 인물의 형태에 대해 고민하던 남자는, 앞으로 횃불을 그러쥐는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 다시 자신의 손 사진을 찍어 그림을 수정하기로 하였다.




그날 밤, 남자는 수 많은 파도가 밀려오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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