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k Kim Jun 02. 2017

꺼지지 않을 횃불 -3-

꺾이지 않을 의지

남자는 완성한 '29'를 미술학원에 두고 다녔다. 집에 가져다두어도 별 문제는 없을 테지만, 남자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이 '29'를 봐주길 바랬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29'를 좋아해주었다. 남자는 기뻤고, 그 기쁨들이 다시 한 번 파도를 헤쳐나아갈 힘을 얻었다.



남자는 주인공의 크기를 조금 줄이기로했다. 주인공이 너무 커서 배경이 작아보인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주인공의 대략적인 형태를 잡고 횃불을 그려 넣었다. 



남자는 주인공의 찢어진 옷을 표현하고 싶었다. 남자는 일부러 중간에 살이 보이게끔 듬성듬성하게 회색을 칠했으나, 뭔가 어색함이 있었다. 글쎄...그것이 무엇일까. 한참 고민하던 남자는 횃불에 달린 불이 너무 작아보여 조금 더 크기를 키웠다.

횃불의 크기를 키우던 도중에, 남자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생동감이 없었다. 실제로 누군가가 폭풍우에 시달려 옷이 낡았다면 그 주위에는 바람이 불고 있어야 했고, 부분부분 헤진 모양이 다를 것이었다. 남자는 주인공의 옷에 난 구멍이 마치 패턴처럼, 옷가게에서 파는 어떤 빈티지-하게 구멍을 뽕뽕 뚫어놓은, 그런 옷같아 보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남자는 주인공을 다시 노란색으로 덧 씌우고, 모든 옷을 다시 그렸다. 바람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분다는 기정하에, 날리는 옷과, 그리고 그 중간중간에 찢어진 구멍의 형태를 단순한 동그라미가 아닌, 좀 더 다양한 도형을 사용해서 표현해주었다. 

훨씬 생동감이 살아났고, 남자는 만족했다.


그리고, 횃불의 크기가 너무 양쪽으로 퍼져있는 것 같아 조금 모아주었다. 저 불꽃의 모양은 남자가 자주 사용하는 라이터의 불 모양을 참고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의 머리와 목부분을 표현하는 것으로 '꺼지지 않을 불'이 완성되었다. 남자는 오른쪽 아래 그림의 제목을 그려넣었다.

남자가 그림을 완성한 날은 2016.12.31 이었다. 완성한 그림을 들고 가끔 들리던 단골 바에 간 남자는 그림을 벽에 기대어두고 새해를 맞았다. 그래. 나는 포기하지 않을거야. 남자는 조니 워커 블랙을 마시며 2017년도 그림을 계속 그리기로, 그 후에도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꺼지지 않을 횃불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