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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Kim Jun 04. 2017

휴식이 필요해 -1-

열심히 산다는 것, 그리고 어린 시절에 보냈던 어느 휴식의 하루

남자는 정말이지 열심히 살았다.

계속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예술을 지속하는 것은 정말이지, 남자의 힘에 너무나도 부치는 일이었다. 남자가 일한 대부분의 직업이 서비스직이었기 때문에, 주말을 쉬지 못하는 것도 큰 부담이었고, 번돈이 계속해서 예술을 배우는 것에 대부분 소비가 되는 것도, 자꾸만 남자에게 버틸 수 있는 힘을 빼앗아가는 듯 했다.

결국 남자는 한 가지 생각에 도달했다. 휴식이 필요했고, 그 마음도 이번 그림으로 그리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제일 먼저 나무를 그렸다. 나무는 남자가 매우 좋아하는 피사체였고, 남자의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하루를 꼽으라면 어린 시절 어느날,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남자의 시골에 있던 동네에서 제일 큰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잤던 하루였다. 동네사람들은 아주 오래된 나무고,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며 영험한 힘을 지녔다고 했다. 글쎄, 그 영험한 힘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그 밑에서 자던 낮잠이 왠지 남자가 성인이 되도 지쳐서 쓰러질것 같은 나날 중간중간에 생각이 났던 것이다.


그 나무가 있는 시골은 남자에게 하나의 도피처였기에, 외딴 섬에 커다란 나무밑에 누워 쉬는 남자를 그리고, 그 섬으로 건너는 매개체가 되는 조그마한 나룻배 하나를 그렸다.


뭐가 더 있으면 좋을까. 남자는 생각해보았다. 물론 남자가 평상시에 필요하는 것은 돈이나 명예, 사회적 지위 같은 아주 세속적인 것들이겠지만은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라면 그런것은 전혀 필요 없었다. 그저 옆에 같이 쉬고 있는 고양이 한마리와, 하늘을 여유롭게 날아다니는 새 한마리 정도면 되지 않을까.





남자는 이번 그림에 핑크와 레드를 써보고 싶었다. 최근에는 영 어두운색의 물감을 베이스로 해서 그림을 그렸고, 밝은 색의 물감에 대한 공부도 부족했고 무엇보다 밝은 색깔을 쓰면 조금 더 힘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남자는 고민없이 빠르게 붓질을 시작했다. 이번 그림은 정말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싶었기에,전에 그렸던 그림들과 달리 큰 고민없이, 빠른 시간안에 완성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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